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밑미 meet me Aug 02. 2021

사소한 일에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면

자기 자신, 혹은 다른 누군가에게 이성을 잃고 분노를 표출했던 적 있나요?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분노 감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 질환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단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듯,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올라오는 분노라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화를 쏟아내는 경험을 합니다. 이렇게 분노를 참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분노조절 ‘장애’라고 얘기하며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그 전에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시간은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이에요.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돌봐주는 시간들은 우리로 하여금 묵혀두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받아들이고 해소시켜주어 분노 조절에 도움을 줍니다. 여러분은 나의 감정, 잘 돌보고 있나요?


가끔 이유도 없이 화를 주체하지 못하거나 분노 조절이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다음 상황 중 몇 개가 나에게 해당되는지 볼까요?


1. 갑작스러운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공격적인 언행과 행동이 나온다.

2. 나중에 생각해 보면 크게 분노가 느껴질 만한 상황이 아닌데, 그 순간에 폭발하고 만다.

3. 분노 조절이 되지 않아 남에게 고통을 가하거나, 재정적, 법적 문제를 초래한 적 있다.


만약 위의 상황이 모두 해당된다면 분노조절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 정도는 아니지만 가끔씩 ‘혹시 나.. 분노조절장애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본 적 있나요? 이런 생각이 들면 왠지 상담을 받아봐야 하나 싶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들죠. 하지만 이내 또다시 작은 갈등이라도 생기면 언제 그랬냐는 불같이 화를 내며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됩니다. 어쩔 땐 점점 더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는 자신을 보기도 합니다.

자신이 상대하는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 체면이 중요하고, 사회적 이미지를 관리해야 하는 상대 앞에선 나이스하게 자신의 감정을 잘 관리하지만, 다소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겐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가감 없이 표현합니다. 그런 상대에겐 조금이라도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되면 짜증을 내며 무시하는 목소리로 말하거나, 사소한 일에도 버럭 화를 내죠. 이처럼 상대에 따라 분노를 조절하고 있다면, 그건 엄연히 말하면 분노조절 '장애'는 아닙니다. 실제로 분노조절장애를 앓는 사람들은 상대의 사회적 위치나 이해관계와는 상관없이 분노를 표출하곤 하거든요.


분노는 나의 경계가 침범되거나 무례한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나타나는 감정입니다. 여러 감정들이 복잡하게 엉켜있을 때 그 감정들이 분노의 덩어리로 표현되곤 하죠. 억울, 황당, 불쾌, 원망 등의 감정이 쌓이는데도 꾹꾹 눌러 놓고만 있다가, 언젠가 마음의 빗장이 풀리게 되면 실체도 없이 터져 버리며 분노가 쏟아집니다. 이럴 때 이 분노라는 감정의 덩어리를 잘 봐주어야 해요. 잘 들여다보면 분노 말고도 다른 감정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분노 안에 어떤 감정들이 있는지 분리해서 살펴보고, 하나하나의 감정을 해소시켜 주어야 그 덩어리가 작아질 수 있어요. 그렇게 내 마음을 돌아보는 연습을 하다 보면, 내 안의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점차 생깁니다.

 

미국의 게슈탈트 심리학자 도로시 찰스(Dorothy Charles)는 감정을 피아노 건반에 비유해서 말했습니다. 모든 건반이 자유롭게 연주될 때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듯, 내 안의 감정들을 알아차리고 조절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나답게 살 수 있는 법을 터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 당장 모든 감정을 조절하는 건 어렵겠죠. 하지만 올라오는 감정들을 알아봐 주는 연습은 천천히 해볼 수 있어요.


  

분노가 올라오는 건 내 마음을 돌보라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이 나고 예민해진다면, 잠시 멈춰 서서 내 마음을 살펴봐주세요. 감정카드나 감정의 단어들을 보면서 내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났었고, 어떤 감정들을 느꼈는지 적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더불어 나 자신에게 어떤 게 필요한지 생각해 보고, 내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다정하게 물어봐 주는 시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밑미 심리 카운슬러 박현순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을 묵묵히 걸어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사람들이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고 싶은 심리상담사입니다.

- 아라차림 상담소 대표

- 임상심리사 2급, 청소년상담사 2급

- 팟캐스트 <당신에게 보내는 따듯한 목소리> 진행


작가의 이전글 사랑을 원하지만, 상처받긴 싫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