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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밑미 meet me Aug 02. 2021

자존심과 자존감, 그 한 끗 차이

자존심과 자존감. 이 둘의 차이를 혹시 명확히 알고 있나요? '심'과 '감' 한 끗 차이로 미묘하게 비슷한 듯 하지만 이 둘의 사전적 의미는 아주 다릅니다.


- 자존심: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

- 자존감: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


자존심과 자존감 모두 '스스로 품위를 지키는 마음'이라는 비슷한 뜻을 지니고 있지만, 누가 주체가 되어 그 품위를 지키느냐에서 달라집니다. 자존감은 누가 뭐래도 나 자신이 주체가 됩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스스로를 존중하고,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행동합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깎아 내리거나 판단을 해도 스스로 자신을 깎아 내리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겠네요. 그렇지만 전 그렇지 않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죠.

반대로 자존심이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무시받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존중받기 위해 행동을 합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깎아 내리거나 섣불리 판단하면, '아, 이걸 더 채워야 무시 받지 않겠군'이란 생각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애를 씁니다. 나 스스로 나를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자존감은 낮지만 자존심이 센 사람이 많습니다.

30년 넘게 사전을 만들어온 안상순 작가의 <우리말 어감 사전>에서도 자존심과 자존감의 결정적 차이가 바로 ‘시선의 방향’에 있다고 얘기합니다. 자존심의 시선은 ‘나의 밖’을 향하고 있고, 자존감의 시선은 ‘내 안’을 향하고 있는 거죠. 자존심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민감하지만, 자존감은 내가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중요합니다.


자존감이 높다는 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것이기에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휘둘리지 않아요. 누가 뭐라고 한들, 이미 나의 가치를 스스로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거죠. 누군가 나의 부족한 면을 피드백으로 준다면 그걸 쿨하게 인정하고, 오히려 수면 위로 끄집어내 소재 삼아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민감해요. 스스로 자기 자신을 인정하지 않으니 다른 사람을 통해 나의 존재 가치를 확인 받고 싶은 마음이 강합니다. 그래서 누군가 나의 성장을 위해 피드백을 주면,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건가..?'라고 생각하거나, 인정하지 못하고 그 사람 자체를 멀리하는 경우도 있어요.


주변에 자존감이 높은 사람을 한 번 떠올려보세요. 누구와 있어도 주눅들지 않고, 그렇다고 스스로를 과하게 드러내지도 않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여유가 있어요. 사람들은 이런 사람 주변에 머물기를 좋아합니다. 우월의식도 열등감도 없는 사람은 스스로도 편안하고, 다른 사람들도 편안하게 해주기 때문이에요. 자신을 존중하는만큼 타인을 존중할 줄 압니다.


이런 자존감은 누가 대신 만들어줄 수 없어요. 누군가 대신 만들어줄 수 있다면, 누군가가 깨버릴 수도 있단 뜻이겠죠. 그건 자존감이 아닙니다. 진정한 자존감이란 내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오늘 스스로에게 한 번 질문을 던져보세요. 누군가 나를 평가했을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할 것 같나요?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기부여가 나에서 출발하나요, 아니면 남에서 출발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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