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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쉐퍼드 Feb 23. 2018

2. 나의 첫 강사 생활 "PLAYWAY"

-  작은 상가건물에서 엄마랑 아가랑 수업을 시작하다

저는 큰 아이가 태어난 해부터 강사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저의 경력은 아이 나이와 일치하지요.

처음 강사생활의 시작은 아이가 다니던 교육기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집 앞에 있는 "PLAYWAY"라는 영어놀이 시설에 다녔는데, 남편이 한국분인 영국인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자그마한 장소였지요.


직접 만든 장난감이 가득하고,

영어로 놀이를 하는 곳이라 잘 맞았습니다.

하지만 워낙 홍보없이 운영을 하는 작은 공간이고,

엄마가 수업을 100% 같이 참여해야하는 터라

그리 이용하는 학생이 많진 않았구요.

저는 민이가 돌도 되기 이전부터해서

쭉 다니고 있었지요.

무엇보다 주제별로 아이에게 다양한 자극을 주는 것이 좋았고, 돌이켜보면 제가 참 관심있는 분야라 그런 것 같아요.

1.                         2.                                         3.

1. 벽면을 가득채워 바다를 꾸몄는데요.

물고기와 불가사리는 이태리장인은 아니지만

한땀한땀  수작업을 통해 만드신 거랍니다.

위의 주렁주렁 바구니들에는

그 주에 배우지 않는 교구들이 보관되어있어요.


2. 이번주 토픽을 이렇게 적어놓았어요.

이번주의 토픽은 이벤트예요.

크리스마스 무렵때였던 것 같네요.

3. 플레이웨이는 보다시피 12개의 주제가 있어요. 이 주제가 봄-여름-가을-겨울로 돌아가지요.

그러니까 events 라는 주제가 봄-여름-가을-겨울

1년을 돌아가며 4번이 나와 다양한 연중행사를 접했어요.


어느날 원장님이 영국을 몇 달동안 가 계시는 일이 생겼고, 저보고 대신 운영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당시에 큰아이 친구들과도 집마다 돌아가며

공동육아를 진행하고 있던 터라

수업을 하는 공간이 생기면 좋겠다 생각했죠.

그리고 그 이후부터 책을 읽어주고,

몸놀이를 하고, 교구를 가지고 활동을 하고 ,

아주 조그만 아이들과 또 그들의 초보엄마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1.                            2.                          3.


1. Caps for Sale 이란 책을 읽고 모자를 접어

    "You monkey give me back my hat!" 하며

    역할극을 해보고 있습니다.

2. 원장님이 손수 만든 (일명 영국할머니)

    인형 교구에 직접 옷을 입혀보면서,

    coat, mittens, boots등의

     의복과 관련된 단어들로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3. Ball이 주제인 날

사방에 널려진 공들을 뒤로하고

스토리텔링 중입니다.


때로는 아이들이 집중을 못하기도 했고,

한 놀이에 빠져서 진도를 다 못나간 적도 있지만,

콩나물에 물주면 밑으로 다 빠져도

어느날 콩나물이 자란다는 말처럼

아이들 입에서 영어가 나올때 흐뭇했습니다.

원장님이 짜놓으신 커리큘럼을 기본으로

제가 책과 노래들을 집어 넣어

이것저것 하나씩 추가하다보니

어느새 저만의 일년 커리큘럼이 만들어지더군요.

하지만 2000년 초반 무렵만 해도

엄마랑 아이랑 같이 와서 영어로 듣는 수업이

일반적이지 않아 그런지 수강생이 많지 않았어요.

제가 너무 어렵게 가르쳤던 것도 같아요.

(100% 영어만 막 고집하면서)


춤추고 노래하고 책 읽어주고 놀이도하고,

이제 제가 강사생활을 쭈욱 돌아보면

저랑 제일 잘 맞는 강의 중 하나거든요.

근데 저는 이때는

제가 잘 하는 게 뭔지 잘 몰랐고

늘상 이게 맞나 좀 헷갈렸어요.

누가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는 게 불안도하고요.

토종 발음이 너무 싫어서

남편이 아이를 봐줄 수 있는 새벽에

영어학원으로 발음강의를 들으러도 가고요.

(두 달만에 포기했어요 너무 힘들어서..)


나름은 열심으로 수업을 하고 또 개인그룹으로 영어도 가르치고 할 때, 유치원을 하시던 학부모 중 한 분이 한번 같이 일해보자고 하시는 거예요.

저는 혼자 운영도 잘 모르고 말씀드렸듯

아이들에게 더 좋은 걸 주고 있는지 헷갈렸기에

더 나이먹기 전에(당시 삼십대 초반! 지금 생각하면 귀엽지요) 많이 배울 곳을 가보자고 생각했죠.

그 곳에서 여러 선생님들도 만나고

즐겁게 다니다가 쌍둥이를 임신한 몸이 되고

수업중 너무 배가 아파 병원을 갔다가

그 길로 조산기 판정을 받고

일을 그만 둘 수 밖에 없었지요.

(그 이후 침대와 한몸이 되어

누워만 있다가 출산을 했습니다.)


제가 이 일련의 경험들을 통해 깨달았던 것은 강사가 가르치기 전에 꼭 지녀야하는 게 있다는 거에요.

그건 자신이 가르칠 내용이

학생들에게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신념이에요. 

저는 그걸 모르고 제 발음을 고치려했고, 밤을 새고 자료를 찾고, 만들고, 뭔가 더 배워야할 것 같았어요

나중에 배우게되었죠.

내가 학생들에게 어떤 신념을 줄 지 생각하는 것이 바로 교육철학이고,

커리큘럼을 만들때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요. 아니 이때도 이 이야기를 알았을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귀가 있어도 모두 듣는 게 아니고 들었다고 다 마음에 새기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곁가지들에 정신이 팔려서 오히려 내가 아이들과 엄마들에게 가장 주고싶은 게 무얼까 생각을 못했지요.

제 영어실력을 더 늘리는 게 날 믿는 엄마와 아가들에게 보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

그들이 영어가 얼마나 힘든지 지금 뭐가 필요한지 살피는 여유가 없었던 거예요. 경력이 조금씩 쌓이면서 학생과 나의 관계 (rapport)가 수업의 알파이고 오메가임을 더구나 말과 글을 가르쳐야하는 영어수업에서는 이 소통이 아주 중요함을 깨달았어요.

 

강사는 나의 수업을 듣는 사람들을 이끄는 사람들이고 그들에게 영향력을 주는 사람들이예요.

오늘 만약 이런 질문이 마음속에 드셨다면 이렇게 답해드리고 싶어요.

Q: 지금 제가 잘 가르치고 있는 지 모르겠어요. 제가 더 어디가서 배워야 하는 건 아닌지?
     잘 모르면서 너무 막 가르치고 있는 건 아닌지 아이들한테 부끄러운 생각도 들고요.

A: 초보 강사였던 시절 저는 똑같은 고민으로 힘들고 괴로웠어요. 실제로 여기저기서 많이 정보를 얻고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될 거예요. 하지만 그 이전에 더 중요한것은 내가 나에게 배우는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는 그것이 옳고 중요한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지 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것만은 기억해주세요. 이 질문을 한다는 것 만으로도 선생님은 지금 너무 잘 하고 있는 거라고요. 더 나아지고 배우려하는 지금 고민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반드시 반짝반짝 빛날날이 올거에요. 사랑합니다~ 홧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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