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유학생 아줌마 미국 원어민 초등학생에게 영어 읽기를 가르치다.
정확한 수치를 찾아 본 적은 없지만,
대한민국 초등학교 교실에는 한글을 못 읽는 아이들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은 문맹률도 참 낮은 편이란 건 어디서 읽어 본 것 같네요.
(역시 정확한 수치는 확인해 봐야 하는 일이지만요)
미국에 유학을 갔을 때 시골이라는 동네의 특성도 있겠지만,
현지 초등학교에서는 글을 읽기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전공이 TESOL (영어교육)이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실습을 할 것은 예상을 했지만,
글을 못 읽는 미국 학생들을 지도할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 했는데
저는 두 가지 다른 유형의 현장실습을 통해 학생들을 만나고 가르쳤습니다.
그중 하나는 파닉스 파일럿 프로그램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책을 1:1로 읽어주는 Guided Reading Program이었습니다.
제가 실습을 했던 Westwoods Elementary School은 오클라호마주에서도
약간 서민층이 많이 모여있고, 특히 멕시코 이민자들의 자녀들이 많았습니다.
스페인어가 모국어인 그들은 부모 역시도 영어를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저녁에 이런 성인들을 위한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는데 그 이야기는 나중에..)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도 많았지만 영어를 말하는 것은 곧잘 했지만
영어를 읽는 것은 교육을 받을 기회도 부족했고 관심이 적은 친구들도 있었지요.
미국 공립학교에는 이렇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읽기가 잘 안되는 친구들을 선별해
따로 1:1 혹은 소그룹의 지도를 (거의 과외 형식의) 통해 학습을 시키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ESL 프로그램이라고 통칭적으로 불뤼는 이런 시간은
한국에서 이민을 간 친구들도 들었다더라 하는 말을 간혹 들어본 적이 있으실겁니다.
실습을 하면서 따로 교사를 뽑고 또 쭉 읽힐 수 있는 책들을 개발하고 구비해 놓는
부자 나라의 아이들(학습에 어려움을 겪는)에 대한 지원이 부럽기도 했지요.
물론 얼마나 문맹의 문제가 심각하면 이렇게 해야하는 걸까 싶기도 하고요.
수업시간에 아이를 혼자 혹은 몇몇 따로 빼서 30분 정도를 가르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꼭 아이가 들어야하는 다른 수업을 못 들을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기도 합니다.
책들은 학생의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서너줄이 되는 짧은 책들이고 많이 반복되는 어휘들을 써서
그 단어들이 충분히 연습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픽션, 논픽션 장르도 다양했구요.
제가 가르친 이 학생에게 가장 필요했던 독서법은
'손가락' 독서 였습니다. 기본적인 파닉스를 알긴 하지만,
새그림이 나오고 Parrot이라고 씌여있어도
그냥 자기가 알고 있는 단어인 bird라고 읽는 상황이었습니다.
(곰그림이 나오고 아기곰이란 뜻인 cub이란 단어가 있어도 bear 라고 읽어버리는 식이었지요)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학생이라 영어의 소리에 대한 인풋은 충분히 있었으나,
문자를 또박또박 나눠 읽어보는 경험들이 많지 않아 생기는 것이었고,
손가락으로 글자를 짚어가며 배운 파닉스대로 읽어보는 것 만으로도 상당부분 읽기의 문제가 해결 되었습니다.
(전문용어로 decoding을 한다고 합니다. 물론 학생에게는 '디코딩해봐',' 파닉스대로 읽어바'가 아니고
'아불라카 다불라카 매직 핑거 짠' 하고 갈쳤습니다. 혹시 주변에 영어읽기가 잘 안되는 어린이가 있다면 강력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소리내 손가락으로 짚어 읽기)
오손도손 하는 수업은 나름 주제곡도 있었습니다.
이 노래는 제가 도서관 자원봉사를 하면서 사서선생님에게 어깨너머로 배운 건데
어쨌든 짧은 수업 중에 노래로 시작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웜업은 없을 듯 합니다.
T.A.P Song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목(Title),작가(Author),출판사(Publisher) 정보가
Title Page(책을 넘기면 표지 바로 뒤에 있는 페이지)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노래
Title, Author, Publisher
Title, Author, Publisher
T.A.P T.A.P
Title, Author, Publisher
Title, Author, Publisher in the title page.
책을 읽기 전에는
한 두마디라도 질문을 했지요.
라면을 끓일때 물이 보글보글 끓으면 면을 넣는 것 처럼
아이들에게도 뭔가 공부를 시키려면 뇌를 준비시키는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 과정이 노래고, 또 질문이 되겠습니다.
예를들어 옆에 책이 "Late for School(학교에 지각한 날)"이라면 이렇게 말이죠.
"What time did you wake up this morning?"
(너 오늘 몇 시에 일어났니?)
"Have you ever been late for school?"
(넌 지각한 적 있니?)
나와 뭐라도 연결고리가 생기면 우리의 뇌는 더욱 효과적인 학습을 한다고 해요.
일단 책을 읽을 때는 학생이 소리를 내서 읽는 것이 원칙이고,
선생님은 옆에서 읽는 것을 봐주면서 잘 못 읽는 부분들을 수정해 줍니다.
때로는 잘 못읽는 단어를 위 사진에서 보이는 조그만 포스트잇에 써놨다가
책을 다 읽으면 게임식으로 해서 다시 복습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why they day 등 비슷하고 헷갈리는 단어들을 정리하는 간단한 게임을 했네요.
일 년동안 함께했던 친구들과 마지막 시간은 마침 책이 축제에 관한 것이기도 해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쓰는 활동을 했었습니다.
Eunice에게 감사하다고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라~!
(하하 저 뻔뻔하죠. 하지만 감사는 습관이다. 감사는 배워야한다. 하면서...)
저기 Frozen 색연필은 Dollar Tree(한국의 다이소와 비슷한)에서 구입해
마지막 수업을 기념하며 선물한 건데 별거 아닌 선물에 참 좋아하던 모습이 선합니다.
이 친구는 특히 친해지고 나서는 저에게 종종 Spanish를 갈쳐줬었죠.
" Eunice! house는 casa야 " 그럼 저는 또 "어머 그러니 내가 온 나라 한국에서는 집이란다"
맞장구를 쳐주곤 했습니다.
미국의 초등학생들도 많이 다를 것 같았는데,
프로그램이 끝날 때에는 헤어지기 아쉬울 만큼 서로 공감대를 갖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어느나라나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고 아이들은 참 기본적으로 착하고 순수하구나 느꼈습니다.
에고 사진을 보니 그 시절이그립네요.
지금은 몇 년이 흘렀으니 또 꽤 컸을텐데 늘 건강하고 긍정적이던 그 모습 그대로 잘 자라고 있길 바랍니다.
다음에는 다른 학교에서 가르쳤던 경험도 나눠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