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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닉 캐러웨이 Sep 10. 2018

대한항공 B747-8i 일등석(퍼스트클래스) 후기

프랑크푸르트발 인천행 10시간의 귀국 여정


지난 번 일등석 첫 후기 글 https://brunch.co.kr/@nick-carraway/5 에 많은 분이 관심과 선플을 남겨 주셔서 여행 후 피로가 다 가시는 기분이었습니다. 카카오톡 채널에 소개 되고, 다음 여행섹션 순위권에 올라가게 되면서 조회 수가 무려 50만을 돌파하였습니다! 개미 같이 벌어서 한번에 마일리지 소진에 성공한 이야기를 재밌게 봐주시고 호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비행기를 바꾸어 돌아오는 여정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여행을 갈 때는 A380을 타고 런던으로 떠났습니다만.... 돌아올 때는 전에 한 번도 못 가본 독일도 가 보고 싶었고, 그리고 이왕 그동안 모은 마일리지 다 소진하는 김에 내심 대한항공 일등석 중 최신 버전인 코스모스위트 2.0도 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마지막 여정을 프랑크푸르트로 선택합니다. 프랑크푸르트-인천 노선에는 최신 기종인 B747-8i 가 투입되는데 A380에도 없는 코스모스위트 2.0 좌석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출처 : 대한항공 홈페이지 '항공기 안내' 중 B747-8i


A380은 코스모스위트 1.0 일등석이 12자리가 촘촘하게 붙어 있지만 B747-8i 는 위 그림에서도 보시듯이 코스모스위트 2.0 좌석이 1층 맨 앞에 6자리가 여유 있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좀 더 조용하고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느낌일까요...  


이번 여행 여정은 런던 - 에딘버러 (글래스고 당일치기 포함) - 쾰른 - 프랑크푸르트 였는데 프랑크푸르트는 정말 교통 허브란 평가가 무색하지 않게 영국 여정보다는 재미가 없었습니다 ㅠㅠ 공항 가기 직전 유로타워 앞에서 아쉬움이 잔뜩 묻어 있는 라떼를 마시며 한국으로 돌아갈 마음의 채비를 합니다.


프랑크푸르트 시내와 공항은 정말 가까운데, 전철로 15분 정도 걸렸습니다. 1터미널에 도착해서 셔틀 트레인을 타고 금방 2터미널로 도착합니다. 대한항공 카운터에 정확히 3시간 정도 전에 도착해서인지 아직은 체크인 줄이 길지 않습니다.


갈 때도 그렇듯이 1열보다는 2열이 더 전후 폭이 크고 편하다는 추천에 따라 이번에도 2A 좌석 배정을 받았습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는 대한항공 KAL 라운지는 없고, Priority Lounge 라는 곳에 위탁을 주어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해당 라운지 입장을 위해 청자색이 은은한 라운지 입장 카드를 받았습니다. 테러 위협 때문인지 출국심사 줄이 길어 30분 넘게 기다리면서 마음은 이미 라운지에 가있는데 몸은 땀과 함께 누더기가 되어 갑니다.


Priority Lounge가 2개로 운영되는 듯 했는데 하나는 퍼스트클래스 고객에게, 다른 하나는 비즈니스석(프레스티지석) 고객에게 제공되는 듯 하였습니다. 2터미널 E구역에 있는 퍼스트클래스 고객 제공용 라운지에 입장하니 적당하게 조용하고 쾌적한 공간이 꾸며져 있었습니다. 항공사 전용 라운지가 아니라서 고급고급한 느낌은 아니지만 사람도 많지 않고 적당히 괜찮았습니다. (예전 아부다비에서 환승할 때 잠시 들어갔던 일반 라운지가 오히려 인테리어나 Bar 등이 럭셔리 느낌이 물씬 났던 기억이...)


음식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눈물을 머금고 기내에서 잘 챙겨 먹어야지! 결의를 다져 봅니다. 그래도 주류는 다양한 종류의 술이 골고루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심지어 그리스 Ouzo도... ) 소주 한 잔도 제대로 못 먹는 술알못은 이번에도 탄식을 남깁니다. 주당 선생님들의 천국은 바로 공항 라운지와 일등석이 아닐지 ㅠㅠ


저 같은 주류 초보에게 늘 반가운 진저 에일을 기본으로, 그래도 왔는데 독일 맥주는 먹고 가야지! 하는 일념으로 크롬바커를 잔에 따라서 목을 축여 봅니다. 크롬바커는 처음 먹었는데 아니 이렇게 꿀맛이었다니... 놀랐습니다. 예전에 프라하 현지에서 코젤 다크 를 처음 먹고 뒷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전율을 느꼈던 그런 기분.


이윽고 벌써 탑승 시간이 되어 달려간 출입구 앞에서 보안검색을 받고 입장하였습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입장구 여러 개를 묶어서 보안검색을 진행하더군요. 2A 좌석에 앉고 웰컴 샴페인 대신 오렌지 주스를 부탁해서 마셔 봅니다. 사진을 올려 놓고 보니 야밤에 배 고픈데 저 마카다미아 왜 더 달라고 부탁해서 더 먹지 않았을까 살짝 후회 되네요.


배정받은 2A 좌석입니다. 코스모스위트 1.0은 옆이 트여 있어서 2A에 앉아 있으면 이착륙 시 스크린을 낮춰두면 반대편 2J에 앉은 사람을 볼 수 있는데 2.0은 저렇게 파티션이 되어 있어서 복도를 이동하는 승무원 분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은 아예 보이지 않아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듯한 느낌입니다.


좋은 자리에 앉으면 역시 흥분이 됩니다. 비행기를 처음 타 보는 어린 아이처럼 마구 사진을 찍어 봅니다. 셀카를 찍으면 머리 뒤로 높은 파티션이 코스모 스위트 2.0 자리가 얼마나 프라이버시 완성을 위해 만들어 졌는지 짐작이 가능합니다.


자리 우측 앞에는 저렇게 짐을 보관할 수 있는 트렁크 공간이 어마어마하게 크게 있습니다. 체감 상으론 골프백도 충분히 넣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여행은 좋아하지만 골프는 쳐본 적이 없는 초식남이라 실제로 들어갈지 자신은 없는...)  

큼지막한 디스플레이를 컨트롤하는 리모콘도 PSP 처럼 다부지게 생겼습니다. 상하좌우 버튼으로도 조작 가능하지만 터치 패널로 직접 선택해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메인 디스플레이로 영화를 틀어놔도 리모콘에서는 운항 정보 확인 등 다른 부가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신세계를 봤나....


마침 타이밍을 놓쳐서 보지 못했던 영화 '한 솔로'가 9월 영화로 탑재 되어 이륙을 기다리면서 신나게 보기 시작합니다. 처음 탔을 때도 느꼈지만 이 정도 화면 크기만 되어도 기내 영화 관람이 정말 할 만해 집니다 ㄷㄷ


이륙할 때의 동영상

해가 어느덧 지고 어스름해 질 무렵 비행기가 힘차게 이륙합니다. 창 4개로 내다 보이는 바깥 장면은 정말 다시 보아도 장관 이었습니다.


창 밖으로 내다본 프랑크푸르트 공항 인근. 노잼 씨티 프랑크푸르트 였지만 떠나려니 섭섭합니다.


창 밖으로 보는 노을 역시 멋집니다. 짧지도 길지도 않았던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여정과 어울리는 차분하고 예쁜 색감의 하늘입니다. 노을을 보면서 가족과 지인들도 이런 좋은 경험을 꼭 해볼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해 보았습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신 독자 분도!)


이륙하고 한 시간 정도 지나서 첫번째 식사 셋팅에 들어갑니다. 으리으리한 테이블이 펼쳐집니다. 집에 있는 반상보다 크기가 큰 것 같습니다 ㄷㄷ


첫 애피타이저로 라임 등을 곁들인 새우 요리가 나옵니다. 상큼한 새우가 통통하니 맛있었습니다. 혹시나 옆에 있는 라임도 먹는 것인가 촌스럽게 혀를 대봤다가 역시나 하며 황급히 후퇴합니다. 옆에 누가 지나가고 있는지 새삼 확인해 봅니다 ㅡ,.ㅡ


이번 빵도 맛있어 보이는 빵들이 많습니다. 런던 갈 때 빵 욕심 부렸다가 너무 배불렀던 기억이 나서 갈릭빵과 프레첼만 부탁드려 봅니다.


와인 리스트를 펼치면 와인 말고도 다양한 칵테일과 양주도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역시나 술알못은 스크루드라이버라도 주문해볼까 하다가 역시나 반도 못 먹을 걸 알기에 그냥 소심하게 메뉴를 덮습니다. 


런던 갈 때 A380에서는 푸아그라가 서빙되었었는데 올 때의 B747에서는 캐비어가 제공됩니다. 육지에서도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이라 오 이런 맛도 존재하는군 하고 감탄하면서 한 스푼 두 스푼 먹어봅니다.


캐비어 전채를 먹고 나니 스프가 나오고... 아쉽게 스프가 짜서 많이 먹진 못 했습니다. 스프로 배를 채우려는 생각은 없었어서 별 생각 없이 많이 남겼는데 나중에 승무원 분이 오셔서 간을 잘 못 맞춰드린 것 같다고 죄송하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쿨하게 '아우 괜찮습니다 스프는 육지에서도 많이 먹을 수 있는걸요 핫핫' 하고 대답했습니다. 대신 샐러드를 더 신경써서 만들어 주신 느낌. 사우전 아일랜드 드레싱을 얹어서 맛있게 먹어봅니다.


샐러드를 먹고 나서 스테이크가 나왔습니다. 항상 한국으로 돌아오는 리턴 여정 때는 그 동안 못 먹었던 한식이 그리워서 기내식으로 비빔밥을 먹었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일등석인데 비빔밥 주문하면 뭔가 손해보는 기분... 역시 고기를 먹어야 흥이 납니다 ! 나중에 알고 보니 그릇에 그려져 있는 데코레이션 위치와 고기, 야채의 위치도 매뉴얼대로 셋팅해주시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사진이 더 이쁘게 나오는 듯 합니다. 


'부끄러움은 순간이지만 추억은 영원히'라는 명언을 남기신 낭만닥터님 말대로 사진을 부탁드렸습니다. 닥터님처럼 장미꽃을 물진 않았습니다.... 여러 장 친절하게 찍어 주셔서 감사했다는...

 

정갈한 과일을 먹으면서 제 사랑 진저에일을 함께 부탁드렸습니다. 알코올 Zero형 인간이라 진저에일만 마셔도 취하는 듯한...  

 

과일 후에 달달한 케이크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나옵니다. 역시 공중에서 먹는 디저트는 초코파이라도 맛있을텐데 역시나 둘 다 엄청 달게 느껴집니다.


식사를 마치고 침구 세트를 깔아서 잠자리를 만들어 주십니다. 코스모스위트 2.0은 저렇게 문도 닫히기 때문에 정말 내 공간이구나 싶어집니다. 고3 때 독서실 다닐 때 문을 여닫을 수 있는 개인방에 들어가서는 공부는 안 하고 만화책만 열심히 봤던 기억이 갑자기 왜 났을까요... 그래서 재수를 했나 봅니다 쩝. 

 

일등석의 딜레마는 이 좋은 자리를 타서 이것저것 해보면서 다양한 시간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180도로 펼쳐진 자리에서 푹 잘 것인가 일텐데... 갈 땐 전자였다면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너무 피곤해서 자연스럽게 후자로 가게 됩니다. 5시간 정도는 스트레이트로 푹 잔 것 같습니다.


인천 도착 2시간 전 정도부터 난기류가 심해져 자연스럽게 잠이 깨어 일어났습니다. 2번째 밀인 아침이 나옵니다. 처음에 시리얼을 주시길래 나는 죽을 시켰던 거 같은데... 하고 잠시 헷갈렸다가 죽 전에 기본으로 나오는 간식임을 깨닫고, 비행기 탈 때 메뉴도 제대로 못 보고 진짜 피곤했구나 깨닫습니다. 죽이 무슨무슨 죽이었는데 그것도 가물가물... 하여튼 맛있었습니다.

 

커피와 과일을 먹으면서 비행기가 한두시간이라도 더 떠 있어주면 안 될까 어리석은 희망을 품어봅니다. 

 

비행기는 이제 황해를 건너 인천 도착 직전입니다.

 

무사히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여행 출발할 때는 태풍 솔릭이 상륙하던 타이밍이라 가슴 졸이며 출발했는데 다행히 올 때는 맑은 날씨가 반겨줍니다. 


대한항공 비행기들이 가득한 장면을 보고 제2터미널에 잘 도착했구나 실감이 났습니다.


술을 잘 못 마셔서 기내 바 이용은 못 했지만 칸막이 문이 있는 일등석을 타봤다는 경험은 오랫 동안 남을 것 같습니다. 10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정성스럽게 서비스를 해주신 승무원 분들과 안전하게 비행을 해주신 기장님 부기장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대한항공이 '갑질 오너', '땅콩 일가'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에서 벗어나 열심히 일에 매진하는 직원 분들의 노고가 제대로 높게 평가받는 회사가 되길 다시 한 번 기원하면서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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