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들
나는 결단력 있는 길치다.
항상 길을 잃으면서도 언제나 남들보다 앞서 걷는다.
게다가 공간지각 능력은 제로에 가깝다.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 일이 익숙하다 못해 당연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당도해야 할 목적지가 있고, 도착해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길을 잃으면 사건 또는 사고로 기록된다. 다행히 내 여행에는 목적지가 없다. 그래서 사건과 사고 대신 만남이 있다.
길치력이 빛을 발하는 공간은 노래방 그리고 여행지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노래방의 구조는 나 같은 사람이 잠깐 나갔다 돌아가는 짧은 순간에도 길을, 아니 방을 잃기엔 충분하다. 하지만 잘못 찾아 들어간 곳에서 낯선 이들과 손에 손 잡고 흥겨움을 나눌 수도 있다.
여행지에서도 마찬가지다. 종종 길을 잃어 잘못 찾아간 곳에서 행운의 인연이 나타난다.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은 소금이 되어 간을 맞춰준다. 삶이 끝나는 날 '그래도 맛있는 인생이었다' 돌아볼 수 있도록.
그렇기에, 낯선 곳에서는 길을 좀 잃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