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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가 Nov 16. 2024

10,20대의 건강을 위협하는 진짜 범인

소금의 누명 벗기기

최근 배달음식이 건강을 위협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건강이 나빠지는 주요 원인으로 배달포장음식을 통한 ‘나트륨의 과잉섭취’를 지적했다. 우리 국민 전체의 나트륨 섭취량은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집밥의 기준으로는 줄어든 반면, 배달음식의 나트륨 섭취량은 증가세다. 특히 10-20대의 나트륨섭취량이 5-6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부모의 관리를 조금씩 벗어나 스스로 건강을 신경 써야 하는 세대의 식습관에 경고등이 들어온 셈이다. 물론 당장은 나트륨의 과잉섭취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음식을 먹으며 길들여온 입맛과 식습관이 암이나 성인병 같은 더 큰 문제로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

지나친 나트륨의 섭취가 문제가 될 수 있는 한편, 여기에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몇 가지 점이 있어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배달음식의 문제는 단순히 나트륨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기사에서 다루지는 않았지만 배달포장음식은 그 자체가 문제다. 물론 모든 배달포장음식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이 즐겨 시키는 대부분의 메뉴가 초가공식품이라는 점이 문제다. 나는 이 문제가 과도한 나트륨의 섭취보다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초가공식품이란 우리가 흔히 먹을 수 있는 탄산음료, 대량생산되는 빵 시리얼, 초콜릿, 마트의 인스턴트식품, 육류 가공식품 등인데, 만드는 과정에서 당, 가공지방, 염분 및 식품첨가물이 들어가는 음식이다. 또한 초가공식품에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와 소화에 필수적인 섬유질과 비타민이 거의 없다. 배달포장음식은 기본적으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음식을 조리생산해야 한다. 시간과 양 그리고 맛을 모두 잡으려면 식품첨가물이 들어간 소스나 양념 등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채소와 같은 신선식품은 신선도에 따른 보관과 손질의 부담으로 포장배달음식의 메뉴에는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최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 연구원은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비만 아동청소년에게 대사질환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먹는 음식 중 초가공식품의 비율이 10% 늘면, 중증도 이상 지방간질환 위험은 1.37배 늘고, 인슐린 저항성 위험은 1.3배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배달음식을 시켜서 먹으며 나트륨의 과잉 섭취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배달음식의 섭취를 줄일까 하는 고민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우리가 분명하게 알아야 할 또 다른 한 가지는 소금에 대한 오해다. 이미 오래전부터 소금의 섭취가 고혈압과 심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저염식을 실천했다. 그렇게 조리한 음식을 먹다 보니 음식 자체가 가진 맛의 선명도가 떨어졌다. 한 마디로 ‘음식이 맛없어졌다’는 뜻. ‘저염식은 건강하다 ‘는 인식의 부작용으로 ’ 건강한 음식은 맛이 없다 ‘는 인식도 생겼다. 음식은 기본적으로 맛이 있어야 한다. 맛이 없는 음식은 아무리 몸에 좋다고 설득해도 손이 잘 가지 않는다. 건강하려면 간이 심심한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심심한 음식은 맛이 없다. 어쩌란 말인가. 혼란스럽기만 하다. 음식의 맛을 내는 핵심에는 소금이 있다. 그런데 저염식에 대한 강박증이 자꾸만 음식을 맛없게 만들고, 입맛에 대한 심한 혼란을 일으킨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입맛에 맞을 정도의 간을 한 음식을 먹으면 건강에 좋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에 죄책감에 휩싸여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음식을 만들 때 소금간 하는 자체를 두려워하게 됐다. 이른바 ‘소금 간 공포증’. 소금을 도대체 얼마나 넣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는 상태를 말한다. 나는 자신이 만든 음식은 맛이 없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가진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음식의 간’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소금에 대한 잘못된 문제의식 때문이다.

우리는 소금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 소금은 우리에게 필요한 성분을 가진 식재료다. 소금은 음식의 맛을 좋게 할 뿐만 아니라 소금의 주요 성분인 염화나트륨과 소량의 무기질(미네랄)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운영하는데 매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나트륨은 체내수분의 균형을 유지하고 혈압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신경자극물질을 생성하기도 한다. 또한 칼륨(미네랄)은 근육의 이완과 수축을 돕고 골밀도를 높여 골다공증을 발생을 막기도 하고, 마그네슘(미네랄)은 신경을 안정시킨다. 이런 소금의 중요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금 먹기를 두려워한다. 물론 소금을 많이 먹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경우는 흔하지도 않고 심하게 과장된 예시일 뿐이다. 소금뿐만 아니라 모든 음식은 과하게 먹으면 다 건강에 좋지 못하다.

결론적으로 소금이 건강에 좋지 못하다는 주장은 완전히 잘못됐다. 소금은 무죄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소금은 바로 ‘정제염’이다. 정제염은 주로 초가공식품에 많이 사용된다. 정제염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알칼리성의 혈액을 산성화 한다. 그러면 뼈 안의 칼슘이 혈액으로 들어와 산성화 된 혈액을 중화시킨다. 이것이 뼈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골다공증의 시작이다. 10,20대뿐만 아니라 보통의 성인들 모두가 배달포장식품뿐만 아니라 초가공식품 자체를 줄이거나 가능하면 먹지 말아야 할 이유다.

우리가 아는 음식에 대한 영양정보는 왜곡 거나 주객이 전도된 것들이 많다. 탄수화물 기피현상, 단백질 중독, 오메가 3에 대한 환상 등이 모두 그러한 잘못된 영양정보가 미디어를 타고 우리의 의식에 흘러들어온 탓이다. 소금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그렇게 시작된 것이 분명하다. 충분히 입맛에 맞는 간으로 음식을 먹어도 된다. 오히려 그렇게 음식을 먹어야 건강하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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