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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닉샘 Nick Sam Jan 16. 2020

내가 꿈꾸는 배움, 코러닝(Co-Learning)

배움의 공간 메이킹노트 #2 공간을 채울 배움 상상하기

배움의 공간을 준비한다.


내가 생각하는 배움의 공간은 '코러닝스페이스(Co-Learning Space)', 내가 꿈꾸는 배움은 '코러닝(Co-Learing)'이다.


아직 공간을 어떻게 채울지, 무엇으로 채울지, 어떤 구조로 할지, 어떻게 인테리어를 할지 등을 건축 전문가에게 상의를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건축 전문가와 상의하기 전에 공간을 운영할 주체가 생각하는 공간의 컨셉이 분명한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공간의 컨셉을 잡기 위해서는 당연히 먼저 공간을 운영하려는 이유를 명확히 하고 공간에서 일어날 일들을 상상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컨셉은 전문가의 협의 그리고 고객의 니즈에 따라 계속 변경되며 다듬어져 만들어져 갈 것이라 예상한다.)


어쨌든 내가 준비하는 공간은 '배움'을 위한 공간이기에, '어떤 배움'을 원하는지를 생각해본다.


내가 '배움'에 집중하는 이유를 잠깐 이야기하자면, 어렸을 적 꿈은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학창 시절 내가 봐온 선생님이 되고 싶지는 않아 다른 길을 선택했다. 대학을 준비하며 수학교육과 또는 물리교육과 중에 하나를 선택하고 싶었지만 결국 기계공학을 선택했다. 그렇게 시작해 공대생, 그리고 건설분야의 엔지니어로 18년을 살았다. 그리고 결국 교육(배움)의 분야로 돌아왔다.


교육이라는 것에 대해 집중하게 된 계기는 독서를 통한 자기 계발 경험과 자녀 육아/교육에 대한 고민이었다. 하지만 관심과 공부를 넘어 교육(배움) 분야의 일을 업(業)으로서 다시 선택하고, 배움의 공간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역시 북클럽 커뮤니티 덕분이다.


제도권 교육과 사회의 틀 속에서 정해진 전공과 직업 속에서 경주마처럼 달리던 나를 멈춰 세운 것. 더 넓은 세상을 만나고 다양한 사람과 교류하며, 기존에 가진 관점과 상식을 거듭 깨버리며, 계속해서 새로운 배움과 도전을 가능하게 했던 것. 북클럽에서 경험했던 만남과 대화, 북클럽의 동료들과 함께한 실험들과 성장의 경험 덕분이다.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수평적인 관계와 대화가 가능하고, 모든 개인이 존중받고, 다양성이 수용되고, 느슨한 연결이 계속 이어지는 커뮤니티 속에서는 배움이 반드시 일어난다고 믿는다. 그 배움은 매우 강력하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생각하는 코러닝(Co-Learning)의 의미는 커뮤니티러닝(Community Learning)이다.


코러닝(Co-Learning)이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는 정의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요즘 많아지고 있는 코워킹스페이스(Coworking Space)들의 'Coworking'은 작업장이나 오피스를 공유하면서 독립적으로 작업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참조 : 네이버 영어사전) 그러나 'Co-learning'은 사전적 의미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위키백과 Wikipidia에 'Collaborative Learning'(공동 배움?)이라는 단어가 두 명 이상이 함께 배우는 정도의 의미로 설명되어 있다. 또한 포틀랜드 대학의 한 학술자료에서 'Co-Learning'을 두 명이상의 교사가 함께 가르치는 교수법(Co-teaching)의 개념으로 소개하는 정도이다. (출처 : University of Portland Pilot Scholars 'Co-Learning: Maximizing Learning in Clinical Experiences')


내가 꿈꾸는 배움으로써 코러닝(Co-Learning, Community Learning)을 정의하자면, '배우고자 하는 공통의 주제를 가진 다수의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자유롭게 만나고 함께 탐구하고 대화하고 실험하며 만들어가는 배움'이다.


이러한 배움의 모델은 이전에도 무수하게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고 없어지기를 반복했던 많은 스터디 모임과 북클럽(독서모임, 책모임),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들을 통해 만들어져 왔다. 이 커뮤니티들은 지역 구분을 기반으로 지연형 커뮤니티나 학연, 혈연, 지연 등으로 만들어지는 공동체와는 다르다. 친목과 사교를 목적으로 만나고 끈끈한 유대를 강조하는 모임들, 권위와 위계가 엄격한 조직과 협회,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협의체들과도 다르다. '코러닝을 위한 커뮤니티'는 배움과 성장을 위한 구심점이 명확한 주제나 매개체(또는 콘텐츠)를 필요로 한다. 특정 주제나 프로젝트를 중심의 테마형 커뮤니티, 취향과 관심을 공유하거나 공동으로 작업하는 살롱 등이 이에 포함될 것이다.


'코러닝의 커뮤니티'는 조직경영의 고전과 같은 책 <학습하는 조직>에서 피터 센게가 제시하는 조직 모델과 닮아 있다. 찬반을 논하는 토론(Debate)이나 합의점을 찾는 토의(Discussion)가 아닌 그저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수용하는 식의 대화(Dialogue)가 수평적으로 이루어진다. 커뮤니티의 목적(정체성)과 배움의 주제에 대한 열정과 진정성을 가진 리더가 본인과 구성원들의 내적 동기를 바탕으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 또한 미국의 유명한 교육 지도자 파커 J. 파머의 저서 <가르칠 수 있는 용기>에서 설명하는 '진리의 커뮤니티'와도 유사할 것이다. 학생 중심의 배움을 넘어 교사와 학생이 함께 배움의 주제에 대해 함께 진리를 찾아가는 '주제 중심의 배움'을 실현하는 커뮤니티이다.


지난 4년을 돌이켜보면 이런 '배움의 커뮤니티' 그리고 '커뮤니티 속 배움'의 가능성을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해 확인해왔던 것 같다. 그런 과정에서 성인들의 학습 모임을 넘어 청소년과 아이들에게도 '코러닝 Co-Learing'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청소년과 아이들은 이동의 제한으로 인해 지역을 기반으로 한 만남이 우선 시 된다. 공간을 기반으로 한 배움을 위해 '코러닝스페이스 Co-Learning Space'가 필요한 이유이다. 아이들 각각의 관심사와 관계없이 학교로 학년으로 학원으로 나누어져 생기는 만남이 아닌, 흥미와 관심을 기반으로 한 만남. 선생님과 학생 또는 나이와 선후배 사이 위계로 결정되는 관계와 대화가 아닌 배우고자 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한 수평적 대화. 이런 자유로운 만남과 대화 사이에서 발견되는 서로의 '다름'과 '다양성'을 통해 배움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 사이에서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아이들 팀과 마을 전문가 멘토들과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도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 그러한 공간을 꿈꾼다.


배움/커뮤니티/공간 등을 함께 고민하는 동료들과 자주 이야기하는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는) '시끄러운 도서관' 같은 공간은 아닐까. 꼭 있었으면 하는 이러한 공간이 우리 주변에는 없는 것 같다. 없으니 만들어 본다. 어떻게 만들까?


앞으로 배움을 채워가야 할 공간에 의자 몇 개만 먼저 놓아본다. 그리고 만들어갈 '코러닝'을 마음껏 상상해 본다.


2020년 1월 16일 by 닉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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