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루틴은 일중심성에 따른 직무 소진과 행복 저하를 개선한다]를 읽고
구성원의 몰입은 조직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기에, 그동안 많은 조직들은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면 일에 더 몰입할 수 있을지 그 방안을 찾아 헤매왔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구성원들이 몰입하면 할수록 그만큼 더 쉽게 지쳐서 결국에는 아무리 큰 보상이나 복리후생을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끝내 퇴사로 이어지는 모습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지 않으셨나요? 그렇다면 몰입력이 특히 높은 핵심인재들은 결국 언젠가는 심한 번아웃으로 인해 모두 퇴사하지 않을까요? 만약 구성원들이 지치지 않도록 워라밸을 위한 온갖 제도들을 일괄적으로 시행한다면, 그것이 과연 몰입에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반대로 구성원 개개인의 '루틴’을 지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에너지'를 관리한다면 어떨까요?
올해 초 한국심리학회지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일 중심성이 높은 사람들은 번아웃과 행복감 저하를 실제로 더 쉽게 경험한다고 하는데요. 해당 논문에서는 이와 같은 부정적 효과를 완충해주는 요소로 ‘루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네,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쓰는 그 용어 ‘루틴’이 맞습니다. (논문 링크: https://accesson.kr/ksppa/v.38/2/111/42660)
루틴의 정의는 ‘의식적인 생각을 거의 필요로하지 않는 반복적으로 하는 자동화된 행위’입니다. 일상의 삶에 규칙성을 부여하는 행동들, 예를 들면 매일 같은 시간에 산책하기, 주3일은 아침 명상하기와 같은 활동들을 떠올리시면 되겠습니다. 개인의 에너지는 한정된 자원이라는 점을 전제로 할 때 한 곳에만 깊게 몰입하면 쉽게 에너지가 고갈될 수밖에 없는데요. 이때 루틴은 불필요한 의사결정이나 생각할 시간을 줄이고 자동화된 행동 패턴을 실천하게 해줌으로써, 심리적 자원 고갈을 방지하여 중요한 목표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다시 말해 루틴은 목표에 몰입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에너지를 유지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됩니다.
이와 같은 구성원의 에너지 관리는 오늘날의 VUCA시대에 있어 모든 조직에게 꼭 필요한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단기간에 성과를 쥐어짤 수 있었다면,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급격한 변화가 들끓는 오늘날의 시대 속에서는 이 ‘쥐어짬’이 1년 365일 요구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일시적 과몰입'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몰입'을 통해 핵심 목표에 끊임없이 에너지를 집중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구성원의 루틴 지원과 에너지 관리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이는 단순 ‘워라밸’ 지원과는 조금은 개념이 다릅니다. 맹점은 구성원의 루틴 구성과 에너지 레벨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개인에 대해 보다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데에 있는데요. 실제로 루틴이 항상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주지 않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본 논문에 따르면 일 보다 삶에 대한 중심성이 더 높은 경우 루틴을 실천할 때 오히려 번아웃이 증가하고 행복감이 감소했다고 합니다. 루틴이 행동의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강박성과 완벽주의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의미 없이 단순 반복하는 루틴은 권태를 일으킬 수 있고, 이는 구성원의 행복감이나 직무 만족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종합하자면, 구성원의 루틴 지원과 에너지 관리를 위해서는 일괄적인 제도적 지원보다는 여러 제도들을 재료로 삼아 구성원 각자의 ‘루틴 레시피’ 제작과 실행을 도와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는 지속가능한 몰입을 위해 확실한 루틴을 실천할 수 있도록, 또다른 누구에게는 변화를 도모하는 도전적인 목표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자신만의 루틴 세팅을 도와줄 수 있어야겠죠.
네, 사실 말이 쉽지 굉장히 어려운 일일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현을 위한 아래의 방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1. 제도와 절차(시스템)는 유연성을 지녀야 하며, 조직 뿐 아니라 구성원의 변화하는 니즈를 반영해야 한다. (물론 조직과 개인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2. 개인은 자신의 에너지 레벨을 상시 관찰하고(메타인지), 필요한 루틴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개인적 & 조직적)을 계획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일과 삶에 대한 셀프 리더십)
#3. 리더는 팀의 성과뿐 아니라 성과를 낼 수 있는 팀의 에너지를 관리해야 하는 책무를 가진다. (단, 에너지 관리에는 루틴 지원만 포함되지는 않는다)
#4. HR은 구성원과 리더가 각각 개인과 팀의 에너지를 잘 관리해 갈 수 있도록 파트너링 해야 한다. (단, 에너지 관리에는 루틴 지원만 포함되지는 않는다2)
#5. 위 1~4를 위해서는 데이터에 기반한 센싱과 기술의 활용(ex. AI)이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엔 개인(맞춤)화로, 다양성과 포용으로, 또한 기술로, 그리고 그외 비슷한 요즘의 주제들로 연결되는 흐름입니다. 어쩌면 그말이 그말이고, 어느 매체에서나 언급되고 있는 & 살짝 지겨울 수 있는 똑같은 말이지만 (너무 팩폭인가요), 그 필요성은 확실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