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론: 조직의 8가지 이미지]를 읽고
2023년 초 조직 내 여러 직무들에 대한 인공지능의 인식을 동물로 표현한 이미지를 SNS에 포스팅한 내용이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예를 들면, CEO는 사자로, HR은 원숭이로, Sales는 여우로 그려낸 형태입니다. 바로 아래 사진처럼 말입니다.
이것은 그저 웃어넘길 수 만은 없는 포스팅이었는데, 조직의 여러 기능과 동물들이 지니는 수많은 특징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겠지만 그 이미지가 부정적인 특성 몇 가지에만 한정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조직이론: 조직의 8가지 이미지(원제: Images of Organization)」의 저자인 모건의 언급과 같이 '은유'는 이처럼 대상의 독특한 특성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지만, 동시에 그 대상이 지니는 다양한 특성들에 대해서는 간과하게 만든다는 부작용을 가지는데요. 「조직이론: 조직의 8가지 이미지」는 오히려 이 점을 활용하여 각 조직 형태에 대한 이미지를 은유를 통해 직관적으로 설명해주는 한편,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그 이면에 숨어있는 의미에 대해서도 짚어줌으로써, 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조직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입니다.
이 책에서는 제목처럼 총 8가지의 조직 형태를 이미지로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조직의 이미지는 바로 "기계장치로서의 조직"입니다. 조직의 종류나 형태가 단순했던 옛 농업사회에서와는 달리 산업혁명과 함께 제조업이 급부상하면서, 본격적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운영해야 하는 기업들에게 제국이나 교회, 군대 등과 같은 초기 '공식조직'의 모델과 제조업의 핵심이 되는 '기계'라는 장치가 큰 영감을 주었는데요. "기계장치로서의 조직"의 형태는 20세기 초 막스 베버의 관료제에 대한 포괄적 이론에 이어 고전적 관리이론과 과학적 관리론을 통해 뒷받침되며 강화되었고, 오늘날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조직형태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기계장치로서의 조직"의 이미지는 조직이 마치 기계처럼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으로 이루어지고, 각 부분이 명확한 기능을 정확하게 수행하는 모습입니다. 따라서 표준화된 절차와 시스템, 정확한 명령체계와 의사소통체계가 기본이 되고, 특히 과학적 관리론에서는 각 과업행위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개별 직무를 세밀하게 설계했습니다. 이 방법은 동일한 제품을 반복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중점인 산업에서 효과적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명확한 체계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안정성, 정확성, 효율성이 조직의 중요한 성공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조직형태는 크게 두 가지 부분, 즉 인간을 기계부품처럼 명령대로 수행만 하는 존재로 바라본다는 비인간적 측면,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약점을 지니게 됩니다.
"기계장치로서의 조직"에 대한 대안으로 볼 수 있는 조직의 형태는 그 다음으로 언급되는 "유기체로서의 조직"과 "두뇌로서의 조직"입니다. 먼저 "유기체로서의 조직" 관점에서는 특히 외부 환경과 조직 사이의 관계에 집중합니다. 즉, 외부 환경에 대응하여 '생존'하기 위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환경 대응에 특화된 유연하고 개방적인 구조와 조직 내부의 균형을 중시하는 조직의 모습을 주장하고, 그 가운데 건강한 조직의 유지를 위한 인간에 대한 존중 역시 강조하는 모습이죠. 그러나 조직과 구성원을 외부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능동적 주체가 아니라 환경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의존적 존재로 바라본다는 점, 또한 조직 내 하위시스템들의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여 갈등이나 분열을 비정상적으로 간주한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두뇌로서의 조직"의 관점에서도 역시 외부 환경에 대응한다는 관점에서 유기체적 조직과 관점이 유사하지만,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과 자율성에 더 중점을 둔다는 측면에서 인간의 주체성을 보다 더 강조합니다. 또한, 다양한 비판적 사고를 권장하며 건전한 갈등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이 조직 형태에서는 두뇌가 가지는 정보처리 혹은 의사결정 기능과 같은 특성도 강조하고 있지만, 특히 대부분이 깨지더라도 작은 파편만으로도 전체를 복원할 수 있다는 두뇌의 특성을 반영한 '홀로그래픽 시스템'이라는 개념을 주목할 만 합니다.
'홀로그래픽 시스템'은 전체가 모든 부분에 담겨있는 모습을 띱니다. 즉, 전체에서 분산화된 각 조직이 외부 환경을 대응하는 최전선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형태입니다. 이러한 조직은 스스로 사고하여 움직이도록 하는 여유, 외부 환경 대응을 위해 다양성을 갖춘 구조, 전체적인 방향성 정도만 부여하되 꼭 지켜야 할 최소 한도를 규정하며, 기존 관행을 되돌아보고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는 문화를 전제 조건으로 합니다. 가장 핵심은 바로 ‘학습’에 있습니다. 학습하는 존재로서의 인간(c.f. 호모 에루디티오)과 조직은 기존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새롭게 탐색하고 배움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며 외부 환경에 대한 수동적 대응만이 아니라 오히려 선제적으로 주도하기까지 합니다.
"유기체로서의 조직"이 환경에 대응하는 조직의 중요성에 대해 환기시켰다면, "두뇌로서의 조직"은 특히 인간의 학습능력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외부 환경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 지침을 제공한다는 데에 강점이 있습니다. 물론, 두뇌가 가지는 수많은 특성 때문에 하나의 일관된 이미지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 통제를 유지하려는 저항에 부딪히기 쉽다는 점이 주요 한계점이나, 지식과 창의력이 중심이 되는 현대사회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만한 조직형태입니다. 실제 우리 사회 속에서도 마치 두뇌와 같은 조직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애자일(agile) 조직'이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겠습니다.
Q. 애자일 조직이란?
조직 간 경계 없이 제품이나 서비스, 이슈를 중심으로 작은 팀을 구성하고, 외부 환경에서의 피드백을 기초로 빠르게 학습하고 개선해가는 방식으로 일하는 애자일(agile) 조직 형태는 일부 글로벌 첨단기업에서 처음 활용하기 시작하였으나, 최근에는 업종이나 규모, 국가 등과 상관없이 많은 조직에서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포티파이, 토스와 같은 기업을 예로 들 수 있으며, 보수적이라 평가되는 보험업계 등에서도 애자일 조직으로 변모를 시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조직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자원, 물적자원 등과 같은 여러 형태의 자원을 필요로 합니다. 그 중 사람, 즉 인적자원은 가장 중요하지요. 도구적·수단적 용도로 활용되는 다른 두 가지와 달리, 인적자원은 조직을 직접 창조하고 유지하며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특히 자기중심성을 기반으로 스스로의 사고와 언어, 행동 등을 통해 개인으로 또한 집단에 속함으로써 조직에서 다양한 역동을 만들어 내는데요. 다음으로 살펴볼 문화, 정치체계, 그리고 심리적 감옥이라는 이미지로서 조직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이와 같은 관점은 그 기초가 됩니다.
조직을 "문화 이미지"로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각 조직에 그 자체만의 문화적 생활양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문화란 사람들 사이에서의 공유된 가치, 신념, 의미 등의 총체이며, 사람들이 이에 입각해서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도록 지속적이고 능동적으로 현실을 (재)구축해 나가는 과정과도 같아 매우 공고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덧붙여, 전체가 부분에 담겨있다는 문화의 '홀로그래피적 특성'까지 고려할 때 단순히 문화라는 빙산의 겉면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 내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문화적 은유는 지속적으로 현실을 설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진화하는 공유된 의미시스템이라는 점과 조직 역시 외부 환경의 현실을 스스로 설정해 나간다는 점에 주목하게 해준다는 큰 장점을 지니는데요. 또한 조직의 변화를 위해서는 문화에 대해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환기시켜줍니다. 다만, 이와 같은 문화 변화 활동이 자칫하면 의도적으로 구성원들의 의식과 행동을 조작하기 위한 통제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 스스로 현실을 설정하는 과정의 이면에서 이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인 ‘권력’을 간과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정치를 ‘지저분하다’는 부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세계로서의 조직 이미지"는 조직 내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발생한다는 데에 본질적인 의미를 둡니다. 여러가지 이해가 상충될 때 조직 내 아무런 규칙이 없다면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것입니다. 따라서 조직은 구성원 사이에서 질서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통치시스템을 활용합니다.
정치적인 은유는 '다양성으로부터의 통합'이라는 다원주의의 관점을 나타내는데, 이는 개인과 사회의 이익을 동일시하는 일원적 견해나 사회는 적대적 계급의 이해관계로 분열되어 있고 강제력에 의해 유지된다는 급진적 견해와는 반대되는 관점입니다. 다원주의에서는 협상에 의한 질서를 실현하고자 하며, 조직정치와 갈등의 필요성을 인정합니다. 따라서 직원 관리의 측면에서 리더가 갈등을 빠르게 인식하고 해당 상황에 적합한 갈등 관리 스타일을 적용하는 것이 강조되죠.
정치체계로서 조직을 바라보는 것은 특히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정치의 건설적인 측면을 부각함으로써 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전환합니다. 또한 정치행위 이면에 숨어 있는 개인의 동기요인, 이해관계와 갈등, 권력 등이 기능하는 현상들에 기반하여 모든 측면에서 조직을 평가할 수 있게 합니다. 반면에 사람들의 모든 행위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발생시켜 냉소주의와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 개인적 차원에서의 정치에 대해서만 과대 평가하고 그러한 상황을 만드는 구조적인 시스템 동학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존재합니다.
"심리적 감옥으로서의 조직"은 조직과 그 구성원들이 선호하는 방식에 스스로를 가두어 버리는 모습, 또한 내면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무의식이 끼치는 조직으로의 영향에 집중합니다. 억압된 성, 가부장제, 죽음에 대한 공포, 불안, 과도기적 대상에 대한 애착, 양면의 모습을 지닌 원형 등 다양한 기제에서 발생한 개인의 무의식적 근심 및 사회 기저에 존재하는 무의식적 힘에 의해 조직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것들을 이해하는 것은 특히 조직에서 변화를 시도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점과 예상되는 저항을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고안하는 데에 큰 도움을 제공합니다. 반면에 무의식과 행위 사이의 연관에 대해 지나치게 깊이 집중하게 되면 조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소들을 경시하고, 실제적인 해결책 보다 유토피아적인 상상만을 하게 되며, 무의식을 통제하겠다는 생각에 빠질 수 있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조직을 "문화, 정치체계, 심리적 감옥이라는 이미지"로 바라봄으로써 우리는 조직이 사람들로 구성됨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비합리성에 대한 인정을 통해, 조직 내 구체적인 행위와 현상들의 이면에 있는 개인적·미시적 차원의 동인을 파악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구조적·거시적 차원의 동인에 대해서는 다루지 못했다는 비판이 존재하는데, 다음으로 살펴볼 "변화과정 및 지배도구로서의 조직 이미지"에서 이 한계를 보완해 주고 있습니다.
"변화과정으로서의 조직 이미지"는 변화의 본질과 근원, 내재된 논리에 대해 살피는 노력에서 탄생했습니다. 먼저, '자기생성이론'은 조직과 외부 환경을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하나의 커다란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로써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전제로 하며, 조직이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기준거적인 폐쇄성을 기반으로 스스로를 유지하려는 시도를 통해 정체성을 규정하고 자기생성을 한다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는 이론인데요. 덧붙여 정체성을 고집하는 나머지 환경을 적대시하는 자기중심성은 자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환경과 더불어 생존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조직과 환경이 전체 시스템 속에 통합되어 있다는 내용을 기반으로 그 안에서의 변화가 일어나는 패턴에 관련해서는 뒤에 언급되는 혼돈이론과 복잡성이론, 상호 인과성 이론, 변증법적 대립 이론이 도움을 줍니다.
혼돈이론과 복잡성이론은 혼란스럽고 우발적으로 보이는 현상들에서도 질서나 규칙을 발견할 수 있다는 데에 착안하며, 특히 끌개(attractors) 패턴에 주목합니다. 상이한 끌개들이 그 영향력을 키우고 줄이는 과정에서 수많은 요소들이 얼기설기 섞이게 되고, 작은 변화가 다른 작은 변화들을 점진적으로 촉발하면서 급진적인 변화가 발현되는 자기조직화가 이루어진다는 내용인데요. 대표적인 예로는 브라질에 있는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 이론이 있습니다.
상호 인과성 이론과 변증법적 대립 이론은 이러한 끌개 중심의 변화가 발생하게 되는 구체적 원인에 대해 다룹니다. 상호 인과성 이론에서는 변화란 선형적 측면에서의 기계적 인과성이 아니라 고리(loops) 측면에서의 상호 인과성에서 비롯하며, 긍정적-부정적 피드백 고리의 구성이 다양한 변화의 양상을 만들어낸다고 봅니다. 변증법적 대립 이론에 따르면 모든 현상은 그에 대립된 현상을 만들어 낸다는 패러독스(paradox; 역설)가 존재하며, 이와 같은 대립 구조 속에서 변화가 일어납니다.
변화과정으로서 조직을 바라보는 관점은 특히 조직 내의 여러 현상과 행위들의 기저에 존재하는 구조적인 '끌개'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하도록 하며, 이를 기반으로 거시적인 측면에서 조직의 변화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한 사고틀을 제시합니다. 반면에 우리의 의도와는 달리 변화란 통제되기 어렵다는 점, 변화 패턴을 미리 예측하여 예방적 조치를 고민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닙니다.
드디어 대망의 마지막 메타포입니다. "지배도구로서의 조직 이미지"에서는 조직이란 소수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며 따라서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고 그들의 희생을 요구한다는 관점을 취합니다. 이러한 비대칭적 권력관계로부터 비롯하여 아주 오랜 옛날부터 존재했던 지배·착취 구조는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요. 놀라운 창의력과 기술을 보여주는 피라미드 건설 이면에 존재하는 노동자에 대한 착취, 관료제라는 지배양식에 종속되는 개인을 '합리성의 쇠우리'로 비유했던 막스 베버의 통찰, 소수의 집단에게 권력이 집중된다는 로베르트 미헬스의 '과두제의 철칙', 지배계급-중간계급-생산계급의 분리 및 계급간 지배와 착취 등의 모습은 다른 색깔의 옷으로 갈아입은 채 지금에도 계속해서 출현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1차-2차 노동시장으로 구분되는 일종의 계급 분리, 기업의 이윤 추구가 직원들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위협하는 현상, 다국적 기업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경제와 착취당하는 제3세계 국가들의 모습이 바로 그 증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배도구로서 조직 이미지"는 변화 은유와 같이 조직에서 나타나는 여러 현상과 행위들에 구조적 문제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또한 조직이 만인에게 이익을 제공한다는 이상적 관점이 아니라 이러한 대립적 구조야 말로 실제 사람들이 겪고 있는 실제 모습이라는 관점을 제공함으로써, 노사관계 혹은 기업시민행동 측면에서의 책임감에 대해 현실적 대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강점을 지니지요. 반면, 자칫하다 음모이론으로 빠지게 되면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며 방어기제를 앞세우게 하여 근본적인 문제를 고착화 한다는 점, 비지배적인 조직형태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배제한다는 점 등에 있어 한계가 있습니다.
'인지언어학'에서는 은유를 단순히 비유법 중 하나가 아니라 우리가 공유하는 사회문화적 경험들에 근거하고 우리의 생각과 행동의 기반이 되는 개념체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은유를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게 되고, 다른 사람들 역시 은유를 통해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게 되는데요. 단, 은유에만 의지하면 보이지 않는 진실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저자 역시 이 점에 주목하여 이 8가지 은유는 우리가 다양한 조직이론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지만 단순화된 특징 그 뒤에 존재하는 함의를 고려해야 함을 강조했던 것이죠.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는 하나의 은유 이미지에 쏙 빠졌다가도, 또 다른 이미지에 다시 깊숙이 빠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요. 이 이미지들이 머릿속에 점점 쌓이면서 우리의 관점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확장되며 마침내 마지막 은유까지 읽고 나면 이 이미지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영사기 안에서 한데 뒤엉키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다양하게 조합되어 '조직'이라는 스크린에 비추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관련하여 저자는 각기 다른 독특한 관점을 지닌 이미지들의 상호보완성을 이해하고, 조직의 상황에 따라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함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이 은유들을 통해 조직에 대한 상이한 관점과 그 함의를 이해하고, 조직이 처한 상황에 따라 여러 이미지를 조합하거나 확장하는 방식으로 적절히 활용하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이 의도를 조금은 색다른 관점에서 고찰해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저자의 의도에 조직 내 ‘메타인지’ 활용의 필요성이 전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즉, 이 관점에서 책의 주제를 다시 말해본다면, 저자는 조직이 당면한 문제들을 처리하는 데 있어 ‘메타인지를 발휘함으로써’ 조직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때 이 책에서의 은유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고 이해해 볼 수 있겠습니다.
메타인지는 미국의 발달심리학자 존 플라벨이 제시한 것으로 간단히 말하면 ‘자신의 사고 과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의미하는데요. 메타인지를 갖추면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못했는지, 무엇을 강화하고 무엇을 약화해야 할지 등의 생각을 통해 제3자의 시각으로 한발짝 떨어져 자신에 대한 객관적 성찰을 할 수 있게 되고, 문제에 대한 적합한 전략을 고안하고 실행 및 개선함으로써 혹은 학습이 필요한 영역에 대해 개발함으로써 더 나은 자신으로 발전해 갈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의 '자신'이란 곧 구성원, 관리자, HR부서를 포함한 조직 전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조직이론 – 조직의 8가지 이미지」는 이들이 조직 전체가 다양한 각도에서 조직의 상황을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데 있어 메타인지를 보다 용이하게 작동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는 또 다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직의 8가지 이미지를 하나씩 살펴보면서 여러분의 조직은 어떤 필터(들)로 바라볼 수 있을지 고민해 보셨나요? 조직을 1가지의 이미지로만 단정짓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위 조직이나 처한 상황마다 여러 가지의 이미지가 작용할텐데요. 이 8가지 이미지는 여러분이 처해 있는 상황 및 단위 조직의 문제를 해석하고 해결책을 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은유와 그 이면에 담긴 의미를 추측해보는 연습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의 사고에 있어서도 작은 전환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유의미했다는 소회를 밝히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책에 대한 아주 간단한 수준의 요약이기 때문에, 내용에 대해 더 궁금증이 있으시다면, 「조직이론 – 조직의 8가지 이미지」 일독을 추천드려봅니다. (다만 내용이 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