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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변의 시애틀 이야기

17년 만에 다시 찾은 미국

벌써 17년이 지났다고?


이 글을 쓰기 위해 몇 년 만에 미국을 찾았는지 계산해 보다가 깜짝 놀라서 몇 번을 다시 계산해 보았다.


2007년 3월,

어학연수를 위해 샌디에고에 왔었다.

7개월 후, 2007년 10월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17여 년 동안 나는 무엇을 했을꼬? 생각해 본다.


나는 회사에 일 년간 다녔고, 통역대학원 준비를 했고, 통번역대학원에 들어갔고 졸업 후 (2014년), 10년 동안 삼성, K-SURE, 한국은행에서 인하우스 통, 번역사로 일했다.

 

올해 개인적으로 큰 일을 겪고, 새로운 전환점을 스스로에게 주기 위해 찾게 된 미국. 앞으로 한 달여간 미국에서 머무를 예정이다.


17년 만에, 미국을 다시 찾은 영어변태 영변의 미국 생활기를 남겨두기로 해본다.


출국하는 날.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체크인 절차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고, 허기진 나는 일단 배채우기로 결정.


인천공 2 터미널에서 출국했는데, 2 터미널은 최근에 생겼다고 한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면세점에 들어왔다. 한 층 위  푸드코드로 갔다. 사람들이 북적북적.


뜨끈한 국물을 먹자 싶어서 쌀국수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다.

나의 여행 메이트들.

얼마 전 교보문고에서 산 포차코 (배냇머리와 새싹 핀 등으로 미루어봤을 때 애기 포차코인 듯)를 단 내 백팩, 그리고 기내용 캐리어!

쌀국수. 처음에 너무 덜 익혀 나와서 다시 익혀서 받았다.

배를 채우고 의무적으로 면세점을 한 바퀴 돌고 비행기 타러 가는 길. 창밖으로 보이는 국적기 무더기에 괜히 뿌듯해하며 한 컷.


나는 델타항공을 이용했다.

미국 항공사라 은근 기대했온라인에서 슬쩍 찾아보니, 국적기가 최고다/ 기내식 진짜 맛없다/ 뭔가 불친절하다 등등의 코멘트들이 있어서 약간 불안해졌었다. 특히나 '기내가 진짜 추워요!!!!'라는 한 블로그 포스트를 보고 화들짝.. 추위 포비아 수준인 나는 만반의 준비를 해갔다. (결론적으로 정말 추웠다.)


장시간 비행의 화룡정점 기내식 탑승 후 한 시간 정도 후에 제공됐다.

닭요리와 감자그라탕을 골랐는데,

그랬는데...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이때부터 나의 한 그릇 비우기가 시작되었다. 다 먹고는 사진을 못 찍었는데, 그냥 저 음식이 담긴 그릇 다 빈 그릇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진짜 맛있었다. 다만, 기내가 추워서인지 빵은 엄청 차갑고 딱딱해서 다 못 먹었다.


오른쪽 위의 초콜릿 타르트도 정말 맛있었는데, 워낙 먹는 속도가 느린 내가 저 타르트를 먹을 때쯤엔 거의 주변의 모든 승객은 다 먹은 분위기였다. 타르트 반 정도 먹었을 때 승무원이 와서 다 드셨냐고 했다. 실은 이 타르트는 아직 안 먹었는데 이것만 빼고 치워주실래요?라고 묻고 싶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아서 활짝 웃으며 다 먹었다고 해버렸다.


여기서의 용기란

하나, 영어로 말할 용기가 없었다. (네.. 저 통역사 맞습니다..) 둘, 나만 식사 안 치우고 있을 혼자 튈 용기가 없었다.


여하튼 용기 없던 나를 대변하는 반 남은 타르트가 남은 비행 내내 생각났음.


자, 타르트는 이미 떠났고, 비행의 하이라이트 1위기내식에 이어 2위기내 엔터테인먼트 시간이 돌아왔다. 뭘 할까 생각하며 이리저리 보다 보니 팟 캐스트, 오디오북이 있었다. 줄리안 무어, 익숙한 배우이름이기에 클릭해 보았다

미스터리 한 이야기 오디오북이었는데, 못 알아듣는 부분도 있었지만 몰입감이 상당했다.

오디오북은 잘 들어본 적 없는데, 배우들이어서 그런지 매우 리얼했고, 음성만으로 이야기를 들으니 들으며 내 나름대로 장면을 상상하며 따라가서 재밌었다.


(하지만 듣다가 잠듬)


기내는 매우 추웠다. 대부분의 승객들이 제공된 담요를 목 끝까지 올리고 누웠고 나도 설마 이것까지 필요할까? 싶었던 기모 후드를 입고 담요를 덮고 (수면양말까지 신고) 누웠다.


내 왼쪽의 여성분은 담요를 거의 부여잡고 웅크리고 있었고, 오른쪽에 앉은 홍콩출신으로 추정되는 남성 승객은 처음에는 호기롭게 반팔로 있다가 다급히 캐리어에서 외투를 꺼내 입고 담요를 덮고 잠들었다.


흡사 알래스카와 같은 기내 추위의 유일한 survivor는 내 앞자리 앉은 백인 남성. 이 분은 내릴 때까지 얇은 체크무늬 반팔 남방만 입고 계심. 되게 쿨 해 보여서 부러웠는데, 나는 가질 수 없는 쿨함이기에 포기.



밤 비행기였기에 (오후 7시 20분 출발) 저녁 먹고 오디오북 듣(고 졸)다가 억지로 잠을 청해서 너덧시간 잤다.


자고 일어나니? 아침 기내식 순서!!

짜잔. 이 또한 매우 맛있었고요. 시금치 프리타다와 소시지였는데,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콜라, 커피, 초콜렛

이제 한국에서 미국 하늘로 넘어왔다.


이번 여행의 첫 목적지는 시애틀.


처음 가보는 도시다.

지인 분의 집에 머무르게 되었고, 공항에 마중 나오셨다.


시애틀이 캘리포니아인 줄 알았던 미국 지리 일자무식자였던 나는 출국 며칠 전, 시애틀이 워싱턴주라는 것을 알았고, 워싱턴 주면 이곳은 동부입니까?라는 나의 질문에 호스트 분은 동부는 워싱턴 D.C. 고 여기는 워싱턴 주 (= 서부)라고 설명해 주셔서 모든 의문이 풀렸다.


(D.C. 가 District of Colombia라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1번 터코마가 시애틀 국제공항이 있는 곳.

2번 브레머튼이 지인분의 집이 있는 곳.

3번 시애틀이 시애틀 다운타운.


1번에 도착하여 2번으로 갑니다.


지인분의 집

와............ 우 미국 집이다!!!!!

동화같이 아름다운 집.

내가 일주일간 지낼 방


짐을 풀고 근처 산책을 나왔다.

시애틀. 하면 우중충한 날씨만을 생각했는데, 웬걸.. 반짝이는 햇살이 나왔었다. 집 앞의 꽃과 시애틀의 시그니처 나무 (왼쪽에 보이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닮은 나무)들이 모든 공간을 둘러싸고 있었다.


이 나무의 이름은 더글라스 fir tree라고 한다.


아름다운 햇살, 청쾌한 공기뿐 아니라,

집 뒤편으로는 바다가 보인다.

말이 안 되는 조합입니다.


차를 타고 산책지인 GIG Harbor 근처로 갑니다.

모든 표지판이 영어라 영어변태의 영변력이 자극되기 시작. 아드레날린이 아니라 영드레날린이 분출되기 시작.


숲과 바다가 어우러진 정말 동화 같은 곳이었다.


2편에서 계속!





(사진은 캐논 EOS R50/ 갤럭시 지플립 4 폰으로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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