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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영변표 시애틀 여행기

영어 이야기, 델타가 왜 델타가 아니죠?


이번 미국 여행 중에는 많은 시간 교포인 사촌언니 집에 머무를 예정이다.

언니는 내가 한국어로 이야기하면 대부분 알아듣지만, 어설픈 한국판 영어는 못 알아들을 때가 많다.

미국 여행을 앞두고 언니에게 전화가 왔었다. 어떤 항공기를 이용하냐고 묻는 언니의 말에 나는 경쾌하게 답했다. “델타 에얼라인!” 그런데 언니는 아주 잠시 당황하더니 “Sorry, which one?” 이라고물었고 나는 그 즉시 눈치챘다. ‘아, 뭔가 발음이 잘못됐나 보다.’


아무래도 L발음이 이상하게 들렸나 보다 싶어서 L 발음을 최대한 길고 강하게 데을~~ 타!라고 말했다.


하지만 언니의 반응은 여전히 미궁 속. “ Um… Is that Korean one?”


헉. 뭐가 문제인 걸까? 델타는 세상 미국 항공사인데. 어쩌지 싶어서 최후의 방법인 스펠링 부르기를 시전 했다. “D E L T A!” 그제야 언니는 아주 크게 이야기했다. “Oh! 델!! ㅌ ㅏh”


E가 뭘 잘못했나 싶을 정도로 세게 찍어 누르며 그쪽에 강세를 주었다. 



강세가 이렇게나 중요하구나. 하며 언니의 델!타 발음을 계속 혼자 따라 해보았다. 그러다가 느낀 부분이 있다.


한 번 더 파고 들어가 보면 강세문제가 아니었다.


D를 발음할 때 그냥 곧바로 드.로 내는 것이 아니라, 혀끝을 앞니 뒤의 평평한 부분에 대고 있다가 밀면서 나는 미세한 진동의 '으'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더라.


혀가 입천장 쪽을 미는데 혀 전체에 진동이 느껴지고 ㄷ의 소리가 입술 주변이 아닌, (주로 한국어 발음이 나는 부분) 혀와 목구멍 주변에서 소리가 울리며 나온다.


아 이것이 바로 한국식 영어 발음과 미국원어민들의 발음의 애초부터 다른 느낌의 중요한 키였구나!



그리고 그렇게 D 소리를 내면 어쩔 수 없어서라도 델타에서 ㄷ 와 ㅔ 에 세게 강세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는 사실 강세 문제도 아니었고 D발음을 히 내는 부분에서 시작할 부분이었다.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이런 부분들을 유심히 보고 수정해 나가야겠다.


델타를 델타로 말했는데 델타로 알아듣지 못한 이번 일을 겪으며, 한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오래전 중국인 엔지니어 분의 발표를 통역한 적이 있는데, 미국에서 오래 근무하신 분이라 그런지 그렇다 할 중국식 영어 억양은 없었다. 그런데 단 하나, 반복적으로 나오는 하나의 단어가 아리송했다. 바로 “에네르기"다.


영어를 한국어로 통역하는 상황이었는데 도저히  수 없어서 어떤 전문 용어인가 보다... 하고 에네르기를 에네르기라고 통역했는데, 나중에 그분이 칠판에 쓰면서 'ok, this is 에네르기" 라며 쓴 영어단어는 energy였다.



그 또한 에네르기나 에너지나 기서 거기지 뭐. 못 알아들을 것 있겠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um.. excuse me? 를 불러일으키는 파트였다. 




제2외국어로서 외국어를 배워갈 때, 걸림돌이 되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나의 모국어다.


모국어가 가진 소리가 만들어지는 원리와 모국어의 소리가 발생하는 곳 (예를 들면, 입술 주변에서 소리가 나가느냐 - 한국어-, 목구멍 부분에서 진동과 함께 나가느냐 -영어-) 등등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미국에 지내면서 이런 부분들을 더 염탐하고 에피소드들을 쌓아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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