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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탄력 이어가기


실은 나도 내가 왜 이렇게 영어에 목을 매는지 안타까울 때도 있다. 아무리 자타공인 영어변태라지만 때로는 집착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영어에 골을 싸매고 접근하고 매몰되기도 한다.


한 달여간의 미국 체류가 끝나가며 다가온 두려움 중 하나는 이것이었다.

'기껏 조금 더 뚫린 영어 귀와 입이 초고속으로 닫히면 어쩌지?'


미국에서 지내는 한 달여간 교포인 사촌언니/사촌오빠와의 대화에서(그들은 한국어를 알아들을 수 있음에도) 막히는 부분에서 손짓발짓까지 하며 영어로의 소통을 고집했 이유는 나에게 이런 기회가 너무나도 황금 같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니 혀가 조금 풀리고 귀가 약간씩 뚫리는데 다시 모국어 24시간으로 돌아오면 아쉬울 것 같고 아까울 것 같았다.


그래서 한국에 와서 부리나케 가입했다. 화상 영어 수업.


라떼는 전화영어로 필리핀 선생님과 달달달 떨어가며 정해진 시간에 10분에서 20분 수업하는 게 다였는데 요즘에는 얼굴을 보며 미국인/영국인 원어민들과 영어 수업을 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화상'수업이라는 압박감에 며칠은 시작도 못하고, 시작버튼을 눌렀다가 취소하고 숨어버리곤 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캐주얼한 느낌 그리고 선생님들의 적극성과 프렌들리 함. 그리고 더더욱이, 수업 영상을 다시 들어볼 수 있는 혜택까지 누리고 나니 재밌게 느껴졌다.


그런데 헬스장도 그렇고 모든 기간제 무언가가 그렇듯, 하기 싫을 때, 막상 귀찮을 때가 오게 마련.


그래서 또 생각해 낸 것은 챗 지피티 활용. 궁금한 게 생기면 채팅으로 무지하게 괴롭혀 왔었는데, 오늘 우연히 본 유튜브 영상에서 보니 음성으로 챗지와 대화 나눌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부리나케 채팅창을 열어서 음성 채팅으로 이야기하니 영어로 질문도 해주고 문법도 고쳐주고 내 답을 듣고 리액션도 해주고 follow-up 질문까지 해준다.


챗 gpt는 실제 타인 앞에서 영어로 말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때, 긴장감 없애기 용으로, 그리고 정말 아무런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영어로 '떠들어대는' 연습을 하고 싶을 때, 활용하면 좋겠다. 그리고 코렉션도 해주니 좋다. 특히 '토플 (혹은 다른 시험) 스피킹 시험 대비용으로 영어 연습하고 싶으니 영어로 질문하고 틀린 거 고쳐줘.'라고 한국어로 이야기하면 바로바로 질문 대령이다. 그리고 내가 한 영어를 본인이 고쳐서 다시 말해주는 경우도 있어서 매우 유용했다. 말하면서 동시에 채팅창에 글로도 수정본을 공유하니 이보다 더 이득이 어딨겠습니까.


이런 것도 모른다고 흉볼까 봐, 입을 떼는 것조차 어색해서 입꾹으로 일관하던, 하지만 영어를 무지하게 연습은 해보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챗지 한 번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내가 유료버전을 이용함에도 제한된 이용 시간이 있는 것 같았다. 찾아보진 않았지만 하루 혹은 일주일에 할당되어 쓸 수 있는 양이 있는 듯. 어느 정도 열심히 쓰고 있는데 갑자기 ai가 한국어로 용량이 다되었으니 다음에 이용해 달라고 했다.


그럼에도 좋은 도구임에는 틀림없다.


15년 전 통역대학원준비할 때는 통대에 들어갈 실력까지 올리는 것이 단기 목표였고, 통역대학원에서는 이번 스터디, 이번 수업, 이번 시험, 졸업 시험 패스할 무난히 넘어가는 것이 단기 목표였고, 통역사로 일하기 시작하면서는 제발 이번 통역, 앞으로 한 시간 동안 나의 내적 영어 파워력, 발휘되어라! 모드였는데, 이제는 거기에 더해져서 영어로 막힘없이 일상대화도 하고 싶고, 나중에는 영어로 발표도 하고 강연도 할 정도로 영어를 모국어만큼 편하게 읽고 쓰고 듣고 말하고 싶다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그렇게 나의 life-long goals 중 하나인 한국어-영어 biligual이 되는 것. 이를 위한 꾸준한 노력은 계속된다.


누군가는 환경적으로 이미 어린 시절에 이중언어자가 되어있기도 하고, 누군가는 영어권 국가의 국민으로 나고 자라서 영어 원어민으로 살아간다. 이렇듯 누군가는 1의 노력도 없이 당연히 가진 것을 평생의 꿈으로 삼아 몇십 년을 바친다는 것이 아깝고 억울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국내파 영어변태인 나로서는, 태어나길 영어 원어민인 이들은 외국어로서 영어를 알아가고 탐구해 가고 연습해서 내 언어로 만드는 쾌감을 모르지 않느냐!라고 답하고 싶다.


내가 한국어를 유창하게 잘하긴 하지만, 한국어를 '배워가는' 기쁨은 1도 모르는 것처럼. 영어를 악기 배우듯 익혀가고 배워가고 늘어가는 실력을 체크하며 뛸 듯이 기뻐하기도, 머리 박고 쥐구멍이 숨어 이불킥 하는 수많은 반복을 하는데에서 오는 일 센티씩의 성장은 나만이 느낄 수 있는 만족감과 기쁨 일테다.


요리사가 요리하면 즐겁고 댄서가 춤출 때 가장 행복하듯, 영어변태도 영어 관련 활동을 할 때 가장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을 어쩌랴- 그리하여 오늘도 내일도 영어변태는 여러 방면으로 여전히 쭉 영어를 염탐하고 탐구하고 연습하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이곳에 모두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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