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버진 수어사이드-제프리 유제니디스

그날 아침은 리즈번가(家)에 남은 마지막 딸이 자살할 차례였다..

'그날 아침은 리즈번가(家)에 남은 마지막 딸이 자살할 차례였다.'

이 책의 첫 문장이다. 제목에 수어사이드(suicide)가 들어가 있는 것 만으로 이 책 안에는 그 비극적인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것쯤은 예상을 했지만 리즈번가의 다섯 명의 딸들이 모두 자살을 하고 그 날의 아침은 마지막 남은 딸이 자살을 할 차례라니... 불편한 이야기들로 가득 찬 소설은 아닐까 하는 우려와 함께 읽기를 시작했다.

다섯 딸 중의 막내인 서실리아가 죽는다. 그리고 남은 자매들은 모든 이들의 집중된 관심과 무관심 속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 그게 오히려 남은 자매들에게는 독이 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가 나타내는 성향이 있다. 이 글의 배경이 된 1970년대는 베이비붐 세대였고 한창 성장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사업으로 쇠락해 가는 곳도 있었던 과도기였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성장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재가 바로 '자살'이다.

지나친 관심( 그것을 관심이라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지만)과 통제는 사춘기를 지나며 성장해야 하는 여학생들에게는 오히려 무관심보다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리즈번가의 딸들이 모두 자살로 생을 마감한 후 20여 년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 당시 같은 마을의 이웃이자 그녀들에게 다가가고 싶어 했던 동네 남자아이들이 그 당시를 회고하며 하나씩 자료를 모아 이야기를 해 나가는 형식이다. 마을 사람들이 속속들이 알고 지내던 시기였으나 그 알고 지낸다는 것이 각자의 방법으로 위하고 때로는 수군거리는 그런 이웃들이었다. 그렇기에 리즈번가의 그 사건(?)은 안타까움과 동시에 마을의 이야깃거리였던 것 같다.

과연 그 자매들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이유는 분분하다. 부모의 지나친 통제와 양육의 문제, 사회적인 무관심과 기성세대와의 갈등을 빚게 하는 많은 문화적 요소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쇠락해 가는 마을...

훗날 성인이 된 소년들이 과거를 회상하며 느끼는 것은 모두가 그 자매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했지만 그 소리를 그 자매들은 들을 수 없었고 지금도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도 이 소년들은 창문 밖의 나무 위 오두막에서 그녀들을 어서 나오라고 부르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너무 불편한 이야기일 것 같아 읽기가 조금 꺼려졌는데 작가 특유의 유모와 (미국 문학의 요소)와 함께 관심을 한곳에 집중시키지 않고 읽어 가면서 성장의 고통과 성숙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 그런 이야기였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한 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우리가 그들을 간헐적으로 엿보는 사이에도 그들은 삶을 이어갔고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성장했으며, 철저한 검열을 거친 가족 서가에 있는 책이란 책은 모조리 다 섭렵했던 것이다. 게다가 텔레비전이나 학 교에서의 관찰을 통해 데이트 예절까지 꿰뚫고 있어서, 대화를 부드럽게 이어 가는 방법이라든가 어색한 침묵을 깨는 방법도 잘 알고 있었다. (p. 163)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자살은 러시안룰렛과도 같다. 총알은 오직 한 개의 약실에만 들어 있다. 리즈번 자매들의 경우에는 모든 약실에 총알이 들어 있었다. 부모의 학대라는 총알, 유전적 성향이라는 총알, 시대적 병리라는 총알, 피할 수 없는 관성의 법칙이라는 총알, 나머지 두 개의 총알에는 딱히 이름을 붙일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약실이 비어 있었다는 뜻은 아니다." (p. 320)


'결국 그들이 몇 살이었는지, 그들이 여자였는지와 같은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오직 우리가 그들을 사랑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부르는 소리를 과거에도 듣지 못했고 지금도 듣지 못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 나무 위 집에서, 가늘어져 가는 머리카락과 물렁한 뱃살을 하고, 그들이 영원히 혼자 있기 위해 간 방, 홀로 죽음 보다 더 깊은 자살을 한 곳, 퍼즐을 완성할 수 있는 조각들을 영원히 찾아낼 수 없을 그곳에서 나오라고 그들을 부르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 p.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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