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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Jul 28. 2023

[리뷰] 행복의 충격-김화영

'다른 곳'과 '내일'속에 담겨 있는 잠재력

⠀' 다른 곳'은 공간에 있어서의 미래이다. '다른' 곳'과 '내일' 속에 담겨 있는 측정할 길 없는 잠재력은 모든 젊은 가슴들을 뛰게 한다.(p15)


'다른 곳'에 대한 로망과 기대를 '미래'라고 생각해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새로운 곳에서 무엇인가로부터 감동을 받고, 감탄을 하지만 그것을 '행복의 충격'이라고 생각해 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지중해의 따뜻한 가슴, 프로방스는 완전히 절망한 사람이 올 곳은 아니다. 오직 행복한 자, 아무것도 소유한 것이 없이도 이 땅 위에 태어난 것이 못 견디게 기뻐지는 자들만이 올 곳이다 (p39)⠀


지중해의 뜨거움과 투명함 그리고 자유로움과 낭만이 이 저자의 발길이 닿고 있는 도시의 구석구석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저자는 여행을 목적으로 그곳에 간 것은 아니었다.  연구하는 학문적 근원을 찾아보는 발자취가 보이고 그래서인지 눈에 들어오는 풍광보다는 가슴으로 느끼게 되는 삶의 근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낯선 거리, 낯선 이들의 미소, 낯선 냄새와 익숙지 않은 풍경들이 잠재되어 있던 나의 말초적인 감각들과 어우러지면서 작가의 그 근원에  동화되어보려 한다.
책 속의 문장들이 맘 한 구석에 담아두고 싶을 만큼 멋진 표현들이었다. 모두 밑줄을 긋고 적어 놓고 싶은 표현들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시간을 두고 조금씩 하루하루 함께 여행하듯이 천천히 읽었다.


파리에서 누군가에게 'Aix(액스)'를 아느냐고 물으면 그는 물론 엑상프로방스를 머리에 떠올린다. '아름다운 도시' '다정한 도시'라고 대답하는 파리 사람들의 표정 속에는 꿈과 선망이 담겨 있다 그 꿈은 어느 여름 오후를 보낸 쿠르 미라보의 카페, 그늘지고 조용한 구시가의 작은 골목에로의 산책, 벤치 위에 내리는 햇빛의 반점들, 서점에서 만난 초록빛 눈의 처녀, 부활절 무렵부터 늦봄까지 피는 코클리코 붉은 야생화, 자동차로 십오 분이면 항상 눈앞에 출렁이는 지중해, 근교의 푸른 하늘을 물들일 듯한 보랏빛 라벤더의 광활한 고랑들, 언덕배기에 자욱한 향료 텡(타임)의 그윽한 냄새, 토르네 성으로 넘어가는 언덕길, 양옆의 숲 속에 드문드문 자리 잡은 하얀 별장들, 작열하는 태양에 빛이 마랜 붉은 기와, 시 인구의 반을 차지하는 학생들이 이 소도시를 가득히 채우는 영원한 청춘의 설렘, 카페의 카운터 앞에 서서 낯선 사람과 어깨를 툭툭 치며 웃으면서 마시는 차디차고 독한 파스티스, 목마른 자에게 물의 정수精髓를 맛 보여주는 녹색의 박하수, 골목골목에 나직이 고요의 소리를 보태는 분수, 그리고 아, 그리고 모든 것, 은밀하면서도 다정한 것들, 바쁜 관광객들에게는 쉬 내보이지 않는 비밀들, 이 모든 기억들 쪽으로 그의 꿈은 남몰래 열려 있다.( p. 37)'


카뮈의 무덤이 있는 도시 루르마랭에 가서 그의 할머니 장례식 묘비에 썼던 글을 함께 사유하고, 알퐁스 도데의 고장, 뤼베롱 산장에서 스테파네트 아가씨와 함께 별을 보며 밤을 보내던  스무 살 목동의 설렘도 함께 느껴 보았다.
눈을 감아본다.
고개를 들어본다.
크게 숨을 쉬어 본다.

'요컨대 나는 갑자기 병풍그림이나 외국의 원색판 사진첩이나 화집 같은 곳에 그려진 행복한 풍경 속으로 나 자신도 모르게 들어오게 된 틈입자만 같아서 안절부절못하였다. 수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나는, 그때의 얄궂은 저항감이나 불안정감은 아마도 내가 최초로 받은 '행복의 충격'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p. 47)'


행복한 사람들은 누군가를 위로할 시간이 없단다. 빛 속에서 누려야 할  우리의 행복의 시간도 촉박하기에.
지중해의 뜨거움과, 시원한 바람과 자유로움과 함께 진정한 행복을 충격을 느끼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은 간절함이 생긴다.


'세계의 첫 번째 아침, 그 아침에 나는 내 청춘의 고향 지중해로 한 발자국 더 다가섰다. 그 후 지중해의 행복한 섬처럼 내 달뜬 가슴이 밤중에도 더러는 출렁거린다. 자정의 어둠 속에도 지중해는 항상 최초의 아침이다. 내 최초의 영원한, 내 최초의 청춘이다.(p. 145)'

행복의 충격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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