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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Jul 20. 2023

[리뷰]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 박완서

일상 속에서의 깨달음, 반성, 다짐

점점 '화'가 많아지는 요즘이다.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 같고, 뜻하는 것은 저 멀리 있는 것 같고, 가깝게는 너무 덥고... 화 낼 거리를 찾으면 줄줄이 나오는 것 같다.
 

분개(憤槪) : 어떤 일에 대해 매우 분하게 여김


일상적으로 '화'를 낸다는 표현을 많이 하지 '분개'까지는 잘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아 과연 어느 정도로 화가 나야 분개가 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으로 분개라는 단어의 의미를 찾아보았다. 매우 분하다는 그 감정..

명료하지는 않지만 화가 난다보다는 '분노'한다고 해야 하나. 

다양한 감정을 한 단어로 표현하기는 어렵기에 그 어디쯤이라 생각하련다.

박완서 님의 산문집을 읽으면서 계속 드는  생각인데 이 글이 쓰였던 당시와 지금, 분개하는 대상이나 그 이유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또 분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그것을 해결할 때,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그것을 해결해야 하는데  일단 보이는 부분만 고쳐가며 그 순간의 문제만을 모면하려 했기에  이렇게 시간이 지나도 같은 맥락의  문제가 발생하고 그것으로 인한  비슷한 화를 내게 되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다.


우리는 남이나 자신의 마음 고통을 위로하기 위해 세월이 약이란 말을 흔히 쓴다. 세월의 덧없음을 앞지를 고통은 없다. 그렇더라도 요즈음 우리의 망각의 속도는 죄책감마저 느낄 지경이다. 이렇게 빨리 잊어버려도 되는 걸까.( p. 45)'
국민의 의식을 앞서가지는 못했을망정 뒤쫓아서라도 방송도 마땅히 달라져야 할 줄 안다 마냥 바보상자 노릇이나 해도 된다고 여긴다면 그건 시청자를 마냥 바보로 여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시청자는 한때 바보였을지는 몰라도 마냥 바보는 아니다.( p. 141)'


화를 넘어 '분개'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어차피 나 혼자 발을 동동 굴리고, 얼굴을 붉히고, 목소리를 높이고, 흥분을 한 들 뭐가 달라지기는 하는 걸까.. 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 그 분개는 체념으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그 감정의 불씨는 아주 죽지는 않고 사그라져 있다가 사소한 것에 옮겨져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작은 일에도 화를 내고 분개까지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가족을, 가족 중에서도 가장 친한 남편을 이웃처럼 바라볼 수 있었던 게 어떤 계기가 된 후부터는 이웃 사랑에 대해서도 조금은 눈뜬 바가 있게 되었다. 내가 공동체 안에서조차 외톨이가 된 것은 남이 나를 알아주기만 바랐지 내가 남을 알려고 노력을 조금도 안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p. 240)'
다른 게 겸손이 아니라 그게 겸손이었다. 내가 먼저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관심을 가지고 그 사람의 관심사는 물론 당면한 근심이나 기쁨을 함께 나누려고 노력하는 게 바로 겸손이고, 겸손으로부터 진정한 교류는 시작되는 거라는 걸 깨우쳤다고 해서 당장 뭐가 잘되더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진정한 교류는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걸 늘 명심하고 있고, 모든 좋은 게 그렇듯이 진정한 교류도 노력 없이 저절로는 안 되다는 것을 안 이상 앞으로 점점 나아지리라는 희망은 있는 셈이다.(p. 241)'


사소한 것, 소소하다는 것에 대해 요즘 자주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작은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이 주는 것에 대한 것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 그 작은 것 때문에 일어나는 내 맘 속의 화는 더욱 크게 확대시켜 버리는 게  우리의 모습인 것 같다.

반대로 소소하고 작은 것에  감사하고, 진정으로 화내야 하고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분개하는 마음가짐이 더욱 절실한 요즘이 아닌가 한다.

그래야  지금 발 딛고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의 땅이 더욱 단단해질 테니까.



박완서 님의 산문집을 모두 읽었다. 그리고 모두 필사를 마쳤다.
일상 주변의 일이나, 사물을 소재로 한  작가님의 담백한 글들 만나면서 나도 글을 쓴다면 이런 글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감히 (?) 해 보았다. 그리고 그 실천의 한 방법으로 필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글씨로 필사를 하다가 너무 진도가 나가지 않아 컴퓨터 자판을 이용해 필사를 했다.

좀 더 천천히 자세히 글을 읽을 수 있었고, 문장을 하나씩 적으며 마치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보기도 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박완서 #박완서산문집 #나는왜작은일에만분개하는가 #문학동네 #필사하기 #책읽기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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