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Aug 27. 2023

[리뷰] 스토너 - 존 윌리엄스

평범한 삶은 없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슬픔과 고독을 견디며

오늘도 자신만의 길을 걷는 당신을 위한 이야기

사는 모습은 달라고, 우리는 누구나 스토너다 (책소재 中)


‘1965년에 발표된 후 잊혔던 작품이었는데 5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이라는 소개에 관심을 갖게 돼서 읽게 된 '윌리엄 스토너’라는 평범한(?) 학자의 이야기이다.

농부의 아들인 윌리엄 스토너, 농업을 공부하려고 대학에 입학했는데 그곳에서 영문학에 매료되어 영문학을 전공하게 되고 영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의 외길을 걷게 된다.


과거가 어둠 속에서 빠져나와 한데 모이고, 죽은 자들이 그의 앞에 되살아 났다. 그렇게 과거와 망자가 현재의 살아 있는 사람들 사이로 흘러들어오면 그는 순간적으로 아주 강렬한 환상을 보았다. 자신을 압축해서 집어삼킨 그 환상 속에서 그는 도망칠 길도, 도망칠 생각도 없었다. (p26)


그는 삶의 과정 중에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했고 (영문학으로 전공을 바꾸기로 결심),

누군가를 만나 결혼을 하고 (이디스를 만나 결혼), 진지한 태도로 학문을 연구하고 ( 강의와 저서를 남김), 

친구와 관계를 맺고 (2명의 친구가 있으나 1명은 전쟁 중에 사망하고 1명은 같은 학교에서 근무함), 전쟁에 소신껏 참전하지 않고, 아이를 갖게 되고 (그레이스라는 딸이 있음), 사랑을 알게 되고 (캐서린과 깊은 교감의 사랑을 나눔), 누군가와는 갈등을 겪으며 (로맥스 교수와 찰스 워커라는 학생과의 갈등) 살아갔던 그의 삶의 이야기이다.

우리의 삶도 스토너의 크게 다르지 않다. 살아가는 방법과 살면서 느끼는 감정의 기복 그리고 삶의 주변 인물들이 다를 뿐. 우리는 그것을 ‘평범’이라 말하고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그럭저럭 안온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별하지 않은 일반적인 모습으로. 그러나 스토너의 삶을 지켜보면서, 그의 일상을 바라보면서, 그의 내면을 함께 느끼면서, 우리가 느끼고 있는 그 평범함도 ‘열정’의 한 모습이고 우리는 열정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것임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다만 그것을 열정이라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무감각, 무심함, 초연함 밑에 그것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강렬하고 꾸준하게 옛날부터 항상 그곳에 있었다. 젊었을 때는 잘 생각해보지도 않고 거리낌 없이 그 열정을 주었다. 아처 슬론이 자신에게 보여준 지식의 세계에 열정을 주었 다. 그게 몇 년 전이더라? 어리석고 맹목적이었던 연애시절과 신혼 시절에는 이디스에게 그 열정을 주었다. 그리고 캐서린에게도 주었다. 그때까지 한 번도 열정을 주어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그는 방식이 조금 기묘하기는 했어도, 인생의 모든 순간에 열정을 주었 다. 하지만 자신이 열정을 주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했을 때 가장 온전히 열정을 바친 것 같았다. 그것은 정신의 열정도 마음의 열정 도 아니었다. 그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힘이었다. 그 두 가지가 사랑의 구체적인 알맹이인 것처럼. 상대가 여성이든 시그 열정이 하는 말은 간단했다. 봐! 나는 살아 있어. (p. 353)'


그가 전반적으로 참을성이 많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성공보다는 ‘실패’에 더 가까운 삶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아내인 이디스에게 주로 ‘당하는’ 것 같았고, 사랑하는 그레이스와 캐서린과도 본의 아니게 헤어져야 했고, 로맥스와 워커의 농간에도 그저 자신의 의견만 피력할 뿐 그 상황을 바꿔보려 하지는 않았다.

악에 대한 응징을 철저하게 해 주어야지만 속이 후련하기에 스토너를 괴롭히는 그자들이 어떻게든 응징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끝까지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그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너는 무엇을 기대했나?”라고 하는 질문이 크게 와닿으면서 그래 나는 무엇을 기대하는가..라고 되물어 보자 이 모든 것들이 무의미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남들 눈에 틀림없이 실패작으로 보 일 자신의 삶을 관조했다. 그는 우정을 원했다. 자신을 인류의 일 원으로 붙잡아줄 친밀한 우정. 그에게는 두 친구가 있었지만 한 명 은 그 존재가 알려지기도 전에 무의미한 죽음을 맞았고, 다른 한 명은 이제 저 멀리 산 자들의 세상으로 물러나서・・・・・・ 그는 혼자 있기를 원하면서도 결혼을 통해 다른 사람과 연결된 열정을 느끼 고 싶었다. 그래서 그 열정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 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열정이 죽어버렸다. 그는 사랑을 원했으며, 실제로 사랑을 했다. 하지만 그 사랑을 포기하고 가능성이라는 혼 돈 속으로 보내버렸다. 캐서린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캐서린." 그는 또한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실제로도 그렇게 되었 지만, 거의 평생 동안 무심한 교사였음을 그 자신도 알고 있었다. 언제나 알고 있었다. 그는 온전한 순수성, 성실성을 꿈꿨다. 하지만 타협하는 방법을 찾아냈으며, 몰려드는 시시한 일들에 정신을 빼앗겼다. 그는 지혜를 생각했지만, 오랜 세월의 끝에서 발견한 것은 무지였다.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그는 생각했다. 또 뭐가 있지?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p387)'

 

이렇듯 평범한 인생이 감동으로 밀려오게 될 줄은 몰랐다. 아마 그건 이 책의 문장들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닌 잔잔한 마음에 파문을 던져주는 문장들이 너무 좋았다.

마지막 장을 읽으며 ‘넌 무엇을 기대했나?’라고 자신에게 의문을 던지며 책을 툭 떨어뜨리는 그 장면을 상상하며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리뷰]빌리 서머스 - 스티븐 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