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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Aug 25. 2023

[리뷰]빌리 서머스 - 스티븐 킹

인간적인 암살자가 쓰고 싶었던 자신의 이야기

무더운 여름밤을 보내는 방법으로 추리소설 읽기를 즐기는 편이다. 소설 속의 사건과 인물들을 범인의 입장에서, 그를 쫒는 형사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양쪽을 즐기는 그 재미와 함께 사건이 해결되었을 때의 아쉬움(?)과 만족감을 함께 느끼게 된다. 더위를 잊기 위해 읽는 추리물이니만큼 검증이 되지 않은 작가의 이야기보다는 베테랑 작가의 이야기를 선택하는 것도 나의 기준이다.

이번 여름의 소설은 스티븐킹의 2권짜리 소설 <빌리 서머스>이다.

재미있는 소설은  영화화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은 영화가 소설보다 못해 실망을 하게 된다. 그런데 스티븐킹의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도 그 재미가 반감되지 않고 어떤 작품은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경우도 있다 (쇼생크 탈출, 미저리 등) 그래서인지 스티븐킹의 소설을 읽을 때는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책을 읽게 된다.



빌리 서머스는 청부살인업자의 이름이다.

그가 은퇴를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맡게 된 임무(?). 그 임무를 위해 소설가로 위장을 하게 되는데 빌리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그만의 세계가 있다. 그 세계가 소설가라는 위장을 통해 깨어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그의 과거가 드러나게 된다.


'닉과 프랭크와 폴리 같은 친구들 앞에서 바보 빌리인 척할 때 쓰는 그 대본은 안전벨트와 같은 개념이다. 안전벨트를 하는 이유는 교통사고가 날 거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언덕 너머에서 누가 내 차로로 넘어올지 모르기 때문이지 않은가. 이런 논리는 사람들이 온 사방에서 갑자기 핸들을 꺾고 고속도로에서 주행을 하는, 인생이라는 도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p. 18)'


1부에서는  소설가 데이비드 로크리지로 생활하면서 탈출을 위해 돌턴 스미스라는 신분을 준비하는 과정, 그 과정 속에서 생기면 안 되는 관계의 위험을 감지하는 빌리가 묘사된다. 결국 임무를 완수(?)하지만  그 임무를 마무리하면 자신까지 없애려 한다는 것을 눈치챈 빌리는 그들이 계획한 대로 그 사건현장을 빠져나오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사건 현장에서 탈출한다.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 안가(?)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쓰며 돌턴 스미스로 생활하던 그가, 예기치 않게 앨리스를 구해주게 되면서 그녀와의 인연이 시작된다.

과연 빌리 서머스는 자신의 소설을 완성할 것인가? 앨리스와는 어떻게 연관이 될 것인가?

그를 죽이려 했던 인물은 과연 누구일까?  그리고 무사히 그가 원하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인가?

'이 세상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이렇게 둘로 나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 TV를 보며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이 세상은 셋으로 나뉘었다. F.W.S. 멀킨 보안관보가 내게 가르쳤던 것처럼 가끔 참아가며 사이좋게 지내는 사람들이 세 번째 부류다. 이 세상 사람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하는 회색 인간들이다. 그들은 (최소한 일부러는) 나를 해치지 않지만 나를 돕지도 않는다. 네 마음대로 살되 하나님의 가호가 있길 바란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세상은 각자 알아서 살아가야 하는 곳이다. (p. 200)'

결국 빌리는 이 모든 배후를 밝히기로 결심한다. 자신이 받기로 했던 착수금의 잔금이 입금되지 않고 있었지만, 그 돈 보다 이 모든 상황의 중심의 인물이 과연 누구이고 어떤 정황들이 얽혀있는지, 왜 '내가' 없어져야 하는 존재가 되었는지.. 그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그리고 보복을 위해 라스베이거스로 향한다.
자신에게 일을 알선해 주던 동료(?) 버키에게 도움을 얻고, 이제는 동행할 수밖에 없는 앨리스와 함께..
결국 닉을 응징하지만 그 배후에 더 악독한 인물이 있음을 알게 되고 앨리스와 환상의 복식조(?)로 그들을 처리하는데...




빌리의 소설의 첫 독자는 앨리스였다. 그리고 빌리가 마무리하지 못한 결론을 앨리스가 마무리한다.
빌리는 암살자로서 어울리지 않는 휴머니스트였다. 소설 속의 인물이지만 그래도 너무 비현실적이다. 어린 시절 눈앞에서 벌어진 동생의 죽음, 살인 그리고 전쟁, 전우들의 죽음.. 이 모든 것들은 그의 본성에 굳게 자물쇠를 채워버렸다. 그러나 작가라는 위장과 평범한 소시민으로서의 삶, 그리고 앨리스를 통해 그 자물쇠가 서서히 풀렸다.
그렇기에 이제 그도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로 마무리가 되면 좋으련만...



이 소설은 복수 과정이나, 사건 해결과정이 리얼하거나 긴박하거나 긴장감이 고조되거나.. 그렇지 않다. 오히려 빌리라는 인간에게 초점이 맞춰진 그의 내면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흐름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긴박감보다는 잔잔함이라고 해야 하나.
매력적인 캐릭터에 집중하면서 읽었던 장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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