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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Aug 30. 2023

[리뷰]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글(소설)을 쓰는 작가(소설가)의 솔직한 이야기

소설책 읽기는 좋아하는데 그 계기가 되었던 작가가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였다. 어느 휴일, 집 근처의 도서관에 들렀다가 우연히 뽑아서 읽게 되었던 책 <태엽 감는 새>가 나의 소설책 읽기의 도화선이 되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주로 추리소설(셜록홈스)과 한국 중·단편소설 (교과과정에 나왔던 소설) 위주의 책 읽기를 하다가 대학 때에는 책 읽기를 멀리했던 것 같다(책 읽기보다 더 재미있었던 일이 많았던 때라). 사회생활 하면서는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책 읽기를 못했고 그나마 진급이나 일 때문에 자기 계발서, 필독서를 간간이 읽었다.

그렇게 책 읽기에 대한 동력이 거의 바닥이 났을 때 만났던 작가가 무라카미 하루키였다.

창밖이 어두워지는 것도 모른 채 그 이야기에 몰입되어서 책을 읽었던 그날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정말 오랜만에 맛보았던 책 읽기의 즐거움이었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독자의 입장에서 작가를 만난다는 것은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작품을 통해서이다. 작품을 읽고 공감을 하거나 이견을 갖거나 하면서 교감하지만 어찌 보면 일방통행과도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의 의도나 속마음을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우리는 서로 낯선 이들로서 그냥 스쳐 지나가고, 아무것도 모른 채 각자 갈 길을 갈 뿐입니다. 아마 두 번 다시 마주칠 일도 없겠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땅속에서, 일상생활이라는 단단한 표층을 뚫고 들어간 곳에서, '소설적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공통의 이야기를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합니다. 내가 상정하는 것은 아마도 그런 독자입니다. 나는 그런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즐겁게 읽어주기를, 뭔가 느껴주기를 희망하면서 매일매일 소설을 씁니다.( p. 272)


이 책에서는 그가 소설을 쓰는 의미, 소설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자신의 이야기), 소설을 쓰는 과정(인물의 설정, 글 쓰는 루틴 등), 독자들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소설가로서 가져야 할 태도 등 소설을 쓰는 일을 업業으로 가지고 있는 전업 작가로서의 이야기를 한다.


소설가란 예술가이기 이전에 자유인이어야 합니다. 내가 좋아하 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때에 나 좋을 대로 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는 자유인의 정의입니다. 예술가가 되어서 세간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부자유한 격식을 차리는 것보다 극히 평범한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자유인이면 됩니다.(p. 150)


이 책을 읽으면서 ‘아. 내가 이래서 이 작가의 글을 좋아했었구나’ ‘ 아, 이 작품은 그런 상황에서 그런 마음으로 쓰인 것이었구나’ ‘역시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 같군.’ 이런 독백을 하고 있는 나를 보았다.

내가 그의 글 (작품)을 좋아했던 것은, 일단 읽기가 편했다. 너무 어렵지 않은 문장과 그리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를 술술 읽어나가는 것이 좋았고 재미가 있었다.

그의 소설에는 다양한 메타포가 등장한다. 약간 비현실적인 부분도 있지만, 그것이 소설의 재미이고 내가 내 나름대로 해석하고 적용하며 읽을 수 있어서 그 또한 그의 소설을 읽는 재미이다.


스토리란 본래 현실에 대한 메타포로서 존재하는 것이고, 사람들은 변동하는 주변 현실의 시스템을 따라잡기 위해, 혹은 거기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내적인 장소에 앉혀야 할 새로운 스토리-새로운 메타포시스템을 필요로 합니다. 그 두 가지 시스템(현실 사회의 시스템과 메타포 시스템)을 제대로 연결하는 것에 의해, 다시 말해 주관 세계와 객관 세계를 오고 가면서 상호 간에 제대로 적응하도록 하는 것에 의해, 사람들은 불확실한 현실을 겨우겨우 받아들이고 평정심을 유지해 나갈 수 있습니다. 내 소설이 제공하는 스토리의 리얼리티는 그러한 적응의 톱니바퀴로서 우연히 글로벌한 기능을 수행했던 것이 아닌 가 그런 느낌이 없잖아 있습니다.
( p. 305)


그가 자신의 글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더욱 공감이 되는 것 같아 좋았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주는 응원의 메시지도 가슴에 와닿았다.

“어떤 기치를 목표로 내건다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몇 살이 되더라도, 어떤 곳에 있더라도”(314)

뭔가를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왠지 잘(?) 써야 할 것 같고, 멋져야 할 것 같다는 부담이 있어 선뜻 시작을 못하고 있다.  그런 나에게 그런 허상과 같은 목표가 아니라 규칙적인 나만의 루틴대로 그저 쓰고 읽고 하는 실천을 하는 것이 먼저라고 일침을 놔주는 것 같았다.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그 목표를 위해 걸음을 내딛어야지만 그것이 더 멋진 일이 될 테니 말이다.


만일 당신이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주위를 주의 깊게 둘러보십시오-라는 것이 이번 이야기의 결론입니다. 세계는 따분하고 시시한 듯 보이면서도 실로 수많은 매력적이고 수수께끼 같은 원석이 가득합니다. 소설가란 그것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사람을 말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멋진 것은 그런 게 기본적으로 공짜라는 점입니다. 당신이 올바른 한 쌍의 눈만 갖고 있다면 그런 귀중한 원석은 무엇이든 선택 무제한, 채집 무제한입니다. 이런 멋진 직업, 이거 말고는 별로 없는 거 아닌가요? (p. 140)

곧 출간되는 그의 신간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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