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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Sep 05. 2023

[리뷰] 2023 이상문학상 작품집

현대소설의 흐름을 대변하는 소설 미학 (책소개中)

2023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은 최진영의 <홈 스위트 홈>이다. 제목만을 봤을 때는 '즐거운 곳에서 날 오라 하여도~~'로 시작되는 노래가 생각이 났는데 죽음, 과거, 미래 그리고 삶의 근원이라는 단어들이 축약된 작품이었다.

해마다 꼭 챙겨보는 수상집 중 하나이다.

'이상문학상' '젊은 작가상' '황순원문학상'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 작품들인 만큼 신뢰를 가지고 읽을 수 있다는 생각에 꾸준히 읽고 있다.

그런데 어떤 해의 수상작은 솔직히 잘 공감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심사평을 읽어봐야 아 이게 이런 의미였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지만 나 보다 연륜이 있는 전문가들이 선정한 것이니 믿고, 또 배운다는 자세로 읽게 되는 작품들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수상작 중에서는 대상인 '홈 스위트 홈-최진영'과 '내가 조금 남아있을 때 - 서성란' '나, 나, 마들렌 - 박서련'이 좋았다.

<홈 스위트 홈>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화자가 시골의 폐가를 사서 그곳을 자신의 미래로 바꾸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죽음, 영원한 쉼을 받아들이며 미래를 많들어가는 과정을 조용히 바라보게 되는 작품이었다.


나의 천국은 다음과 같은 것. 여름날 땀 흘린 뒤 시원한 찬물 샤워, 겨울날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바라보는 밤하늘. 잠에서 깨었을 때 당신과 맞잡은 손 마주 보는 눈동자. 같은 곳을 향하는 미소. 다정한 침묵. 책 속의 고독, 비 오는 날 빗소리, 눈 오는 날의 적막. 안개 짙은 날의 음악. 햇살. 노을, 바람, 산책. 앞서 걷는 당 신의 뒷모습. 물이 참 달다고 말하는 당신. 실없이 웃는 당신, 나의 천국은 이곳에 있고 그 또한 내가 두고 갈 것.(p37 '홈 스위트 홈' 中)
나는 이제 미래를 기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 눈앞에 내가 기억하는 미래가 나타났으므로, 어느 여름날에는 툇마루에 청개구리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나는 그것을 향해 손을 뻗고 청개구리는 사라지고, 나는 이유를 모른 채 울어 버릴지도. 나는 다시 아플 수 있다. 어쩌면 나아질 수도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 탄생과 죽음은 누구나 겪는 일, 누구나 겪는다는 결과만으로 그 과정까지 공정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 이제 나는 다른 것을 바라보며 살 것이다. 폭우의 빗방울 하나. 폭설의 눈 한 송이. 해변의 모래알 하나. 그 하나가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 사이 에는 차이가 있다. 물론 신은 그런 것에 관심 없겠지만. (p38 '홈 스위트 홈' 中)


<내가 아직 조금 남아 있을 때>는 글을 쓸 때는 진심을 담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진실의 봉인을 해제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한 여인이 딸의 희곡을 보고 용기를 내보는 마음을 잘 묘사한 작품이다.


죄책감과 두려움을 잊은 덕분에 평온하고 아늑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었다. 진실을 마주하라는 늙은 강사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문장이 어긋났지만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롭지는 않았다. 흠결 없는 삶을 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완벽한 사람이 존재할 리 없었다. 상처를 긁어 덧나게 만들어도 박 재된 아이는 걷고 뛰고 자라지 못했다. 봉인된 종이를 열 수 있는 사람은 혜순이 아니었다.(p189 '내가 아직 조금 남아 있을 때 中)


<나, 나 마들렌>은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그저 머릿속의 생각 속에서 갈등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화되고 새로운 내가 생길 때마다 세포 분열하듯이 나타난다는 설정이 무척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다음 해에는 어떤 작품들 어떤 작가들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해 보며 앞으로도 이 작가들도 다른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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