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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Nov 07. 2023

[리뷰]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유시민

과학과 인문학의 조화로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힘


'과학'이라는 범주안에 있는 학문들(물리학, 화학, 생물학, 뇌과학 그리고 수학)을 인문학의 언어로 해석하면 '나는 무엇인가',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단순한 것으로 복잡한 것을 설명할 수 있는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었던 것은, 유시민이라는 작가의 이야기여서 가능했던 것 같다.
과학을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 과목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나'라는 존재와 연결해서 생각해 보니, 막연하게 그럴법한 이야기로 그냥 치부하고 넘어가버렸던 것들에 대한 정당성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그런 것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누구인가'를 묻기 전에 '나는 무엇인가'를 묻는 과학적 질문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물질인 몸과 그 구조를 이해하고 그 해답의  빈 공간을 채워가는 삶을 살다 보면 그 정의는 나 스스로 내릴 수 있게 된다는.. 그러므로 인문학의 질문은 과학에 토대를 두어야 더욱 온전해진다는 저자의 말에 십분 공감하게 되었다.


삶의 의미는 각자 만들어야 한다. '내 인생에 나는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 '어떤 의미로 내 삶을 채울까?' 이것이 과학적으로 옳은 질문이다. 그러나 과학은 그런 것을 연구하지 않는다. 질문은 과학적으로 하되 답을 찾으려면 인문학을 소환해야 한다.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인문학의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다.( p. 127)'


막연하게 줄줄 외우기에 급급했던 원리나 규칙을 작가의 쉬우면서도 재미있는 (어떤 부분은 여전히 어려웠지만) 설명으로 들으니 과학이든, 인문학이든 우리가 이 사회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것들임을 알게 되었고 이미 서로 얽혀있는 관계이지만 좀 더 들어내놓고 친해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너는 문과, 나는 이과니까로 규정짓지 말고 서로가 보완하고 융합한다면 일부밖에 보지 못했던 세계를 더욱 넓게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과학의 이론도 그들만의 이론이 아니기에 어렵다고 생각 말고 잘 활용한다면 나를 이해하고 나아가 함께 살아가는 이 사회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필사 노트


내가 바로 '거만한 바보'였다. 나는 물질세계에 대해 거의 전적으로 무지했다. 우주 · 은하·별 · 행성 · 물질·생명·진화 같은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문과니까. 하지만 '인간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게다가 나는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도 몰랐다. 내가 옳다고 믿는 이론이 옳다는 증거가 있는지 여부를 따져보지 않았다. 그러면서 인간과 사회에 대해 알 만큼 안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이 진리인양 큰소리를 쳤다. 내가 바보라는 생각을 하니 심사가 뒤틀렸다. 민망함·창피함·분함·원 망스러움을 한데 버무린 것 같은 감정이 찾아들었다.(p. 19)'


과학공부라는 제목에 살짝 겁이 나긴 했지만 문과남자가 공부하는 과학공부라는 말에 조금은 자신감(?)이 붙었고 딱딱하고 어려운 단어가 아니라 재미있고 위트 있는 단어들과 예를 들어가며 설명해 주니 훨씬 이해하기에 좋았던 것 같다.

과학의 접근을 인문학적인 방법으로 풀어주었기네 더 흥미로울 수 있었던 것 같았고 저자가

왜 그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호프 자런의 <랩걸>을 추천했었는지도 알 것 같았다.

이제 와서 원리를 이해하고 그 과정의 난해함을 공부한다,,라는 개념보다는 내 삶에, 내가 살아가는 방법에 적용하고 도움을 얻어 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보자는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무척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이 과학임을 깨닫게 된 유익한 책 읽기였다.



⠀나는 유전자가 만든 몸에 깃들어 있지만 유전자의 노예는 아니다. 본능을 직시하고 통제하면서 내가 의미 있다고 여기는 행위로 삶의 시간을 채운다. 생각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가치 있다고 여기는 목표를 추구한다. 살아 있는 마지막순간까지 삶의 방식을 선택할 권한을 내가 행사하겠다. 유전자·타인·사회·국가·종교·신, 그 누구 그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겠다. 창틀을 붙잡고 선 채 죽은 그리스인조르바처럼!'(p. 128)'

'엔트로피 법칙은 내게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라고 가르쳐 주었다. '거부할 수 없는 것은 순순히 받아들이라'라고 조언했다. 그 충고를 받아들이면 열정을 헛되이 소모하는 어리석음을 피할 수 있다.(p.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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