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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Apr 13. 2024

[리뷰] 로마 이야기 - 줌파 라히리

정체성에 대한 끝없는 질문

줌파 라히리의 작품은 그녀만의 독특한 세계가 있다. 그녀가 미국에서 활동하는 인도계 이민 2세 작가여서 그런지 그녀의 작품 속에는 이주민들의 삶이라는 교집합이 존재한다.
이주민들이 새로운 곳에서 뿌리를 내리기까지의 고됨보다는 그 기반 위에서 어느 정도의 지위(직업)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에게는 1세대들과는 또 다른 이질감과 고됨이 있음을 잔잔한 문체와 섬세한 심리묘사로 직접적이지 않게 스며드는 느낌으로 이야기해 준다.
<로마 이야기>는 제목에 나타나 있듯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삶의 단편들이다. 작가가 직접 이탈리아에서 2년여 동안 거주하면서 이탈리아어로 집필한 작품들이다.

로마(Rome) 하면 떠 오르는 이미지는 옛 도시의 흔적이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지 그곳을 과거 역사 속의 장소로 , 언젠가 한 번쯤은 가 보고 싶은 곳으로 막연히 생각하기에 그런 것 같다. 그러나 그곳도 현재의 삶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장소이다. 그곳에서 이주민, 불법체류자. 유학생, 관광객, 시민 등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유색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거나, 정착을 위해 노력을 하지만 온전히 동화되지 못하고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차별이라는 벽에 맞서고 있는 사람들..

이전의 작품들 속의 인물들보다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실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누군가의 대사처럼"참 엿같은 도시야"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워."라고 말하는 로마라는 도시의 어둠과 빛을 볼 수 있었던 길지 않은 짧은 호흡의 아홉 편의 이야기였다.
특히 <계단>은 로마의 길거리의 상징과 같은 돌계단을 오르내리는 여섯 인물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했는데, 왠지 로마라는 도시의 특성과 그 계단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짧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다.


'손님들이 이 시골의 변함없는 풍경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나는 안다. 나는 손님들이 세세한 것들에 얼마나 감탄하는지 그런 세세한 것들이 생각하고, 쉬고, 꿈꾸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본다.....
동시에 나는 그들이 우리의 고립된 생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허름한 집에서 보내는 매일매일의 똑같은 날들에 대해 그들은 무엇을 알고 있을까? 땅이 흔들릴 정 도로 바람이 부는 밤, 빗소리에 잠 못 이루는 밤을 알고 있을까? 우리가 언덕, 말, 곤충, 들판 위를 지나가는 새들 사이에 서 홀로 있는 몇 달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그들은 겨울 내내 이곳을 지배하는 무자비한 고요함을 과연 좋아할까? (p25 <경계> 中에서)'


'그들은 내가 속한 그룹과 너무나 달랐다. 즉 로마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 걱정스러운 로마의 쇠퇴를 한탄하면서도 절대 로마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과 달랐다. 서른 살에 단순히 사는 동네를 바꾸고, 새로운 약국에 가고, 새로운 신문 가판대에서 신문을 사고, 새로운 바의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이 하나의 출발, 하나의 큰 움직임, 하나의 일탈을 의미하는 사람들과 말이다.(p.50 <P의 파티> 中에서)'


'경험했거나 눈으로 봤거나 실수했거나 세심하게 탐구했던 이야기는 무겁다. 어떤 것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버리는 에너지를 능가한다. 깊은 기억은 시냇물에 비친 수없이 많은 뿌리, 끝없는 복제 같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는 모든 삶과 마찬가지로 특정 지점까지만 지속된다. (p.272 <단테 알리기에리> 中에서)'


'나는 두 얼굴을 가진 내 삶의 학문적 해안을 일종의 연옥이라고 부르고 싶다. 로마는 여전히 천국과 지옥 사이에서 흔들린다. 부서지고, 잘못되고, 상처받고, 버려지고, 죽은 것 들로 가득 차 있지만, 나는 연결된 실을 자를 수가 없다. (p.275 <단테 알리기에리>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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