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Apr 21. 2024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자유로운 영혼의 투쟁

'그는 살아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 내는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 아직 모태(母胎)인 대지에서 탯줄 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였다. ( p. 22)'⠀

인생의 책을 몇 권 고르라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고르는 책 중의 하나가 바로 <그리스인 조르바>이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게 2008년이었으니 약 16년 전이다. 그때 쓴 리뷰를 읽어보니 당시에 '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만났다 나면...' 하는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에 이 책을 다시 읽기 하면서 느낀 것은 지금 읽으니 더욱더 맘에 와닿는다는 것이었다. 처음 이 책을 접했던 그 당시에는 살아가야 하는 인생의 어떤 나침반 같은 의미로 조르바를 만난 거라면 지금은 지내온 것들을 돌아보며 공감하기도 하면서 이 책의 두목처럼 조르바와 즐기는 맘으로 조르바를 만난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의 다시 읽기가 더 좋았다고나 할까..

지나간 과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것은 생각하지도, 자문하지도 않고 오직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것은 새로운 계획과 함께 시작하면 되는 것이라는 그의 의지는 지금까지도 그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불리는 이유일 것이다.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 는가?> <일하고 있네.> <잘해 보게.> <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 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 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p. 421)'


이론적으로는 익히 알고 있는 이 진실이 자꾸 눈에 들어오고 와닿는 것은 그만큼 현실적으로는 힘든 것임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또 몇 년이 지난 후 다시 읽어 보면 그때는 조르바를 어떻게 만나게 될지.. 그때쯤이면 조르바와 사투리에 맞추어 춤을 출 수 있는 경지(?)에 까지 이르게 되어있을지... 궁금하다.


'낡은 세계는 확실하고 구체적이다. 우리는 그 세계를 살며 순간순간 그 세계와 싸운다. 그 세계는 존재한다. 미래의 세계는 아직 오지 않았다. 환상적이고 유동적이며 꿈이 짜낸 빛의 천이다. 보랏빛 바람(사랑, 증오, 상상력, 행운, 하느님)에 둘러싸인 구름....... 이 땅의 아무리 위대한 선지자라도 이제는 암호 이상의 예언을 들려줄 수 없다. 암호가 모호할수록 선지자는 위대한 것이다. (p. 98)'


'조르바는 학교 문 앞에도 가보지 못했고 그 머리는 지식의 세례를 받은 일이 없다. 하지만 그는 만고풍상을 다 겪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 마음은 열려 있고 가슴은 원시적인 배짱으로 고스란히 잔뜩 부풀어 있다. 우리가 복잡하고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조르바는 칼로 자르듯,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고르디오스의 매듭을 자르듯이 풀어낸다. 온몸의 체중을 실어 두 발로 대지를 밟고 있는 이 조르바의 겨냥이 빗나갈 리 없다.(p. 99)"⠀


#그리스인조르바 #니코스카잔자키스 #자유 #열린 책들 #다시읽기 #소설책읽기 #북스타스램 #nicoskazantzakis

매거진의 이전글 홍학의 자리 - 정해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