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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Dec 09. 2022

브런치 101번째 글.

나의 글도 나와 닮아 있을까. 

브런치에 101번째 글을 쓴다. 101번째 글을 쓰니, 디즈니 애니메이션 101마리 강아지가 생각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첫 장면, 사람들이 자신과 꼭 닮은 개를 데리고 지나가는 장면이다. 나의 백 한 편의 글도 그 개와 주인들처럼 나와 닮아 있을까. 



 지난 7월 말에 브런치 작가에 도전을 했고, 승인을 받았고, 글쓰기를 시작했다. 충동적이었고, 우연이었고, 계획이 없었다. 특별한 주제나 목차를 제시하지 못하여 떨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다행히 한 번에 승인을 받았다. 아마 떨어졌으면, 나는 두 번은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나와 가까이에 있는 소재로 글을 써 보기 시작했다. 그게 팔 할이 밥 해 먹는 이야기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나는 밥하기를 누구보다 싫어하는 사람이고, 나는 (잘 체해서, 소화를 못 시켜서) 잘 먹지도 못 하는 밥을 세끼 해대느라 너무 억울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그랬기 때문에 억울함을, 힘듦을 소화시키려 글을 쓴 것 같다. 투덜거리기 일쑤인 일상이란 민 낯에 톤업 크림을 바르고, 기분이 내키면 파운데이션을 두드리고 마스카라에 립스틱까지 발라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려 말이다. 그래서 나의 브런치 글 중에는 밥 해 먹는 이야기가 가장 많다. 


 다음 메인에도 자주 올랐다. 아마 읽기 쉽게 쓰인 글과 적절한 사진들, 무엇보다 밥하기의 지겨움을 공감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나름 밥 해 먹는 얘기 말고도 아이와 공부하는 이야기, 나 책 보는 이야기도 쓰는데, 먹는 글들만 메인에 올라 주 종목이 먹는 거로 되어버린 것이 내가 생각해도 재밌다. 엄청 잘 체하는 저체중 소식좌의 밥 해 먹는 이야기가 메인에 오르다니 말이다. 그것도 여러 편. 


 나의 친한 친구는 내가 쓴 글을 보면 딱 네가 쓴 줄 알겠다며, 너만의 글체가 있다고 말했다. 그것이 어떤 건진 잘 모르겠지만 나만의 무엇이 있다는 것이 참 듣기 좋은 칭찬이었다. 그래서 또 생각했다. 101마리 강아지의 첫 장면, 주인과 꼭 닮은 개, 꼭 자기와 닮은 개를 키우는 주인 말이다. 어울리는 한 쌍. 나와 나의 글도 그렇게 어울리는 한 쌍이었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예쁘게, 잘 어울리는 한 쌍 말이다. 


 브런치에 글 백 편을 쓰면 뭐가 달라지려나 했는데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글 한 편의 분량도 MS워드 기준 여백 좁게, 글자크기 10으로 문단 분리 포함해서 한 장 조금 넘는 분량으로 모든 글이 큰 차이가 없다. 쓰는 내용이나, 나의 필력면에 있어서도 진일보 하기에는 글 백 편으로는 어림도 없었는지 큰 변화가 없다. 조용히 앉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내 마음을, 내 머리를, 내 감정을 훑어 내리는 시간이 나에게는 힐링이고, 치유이고, 또, 해소이다. 글 백 편 쓰는데 5개월 정도 걸렸으니 내년 상반기까지 또 100편 쓰기를 목표로 한다. 그거 더 쓴다고 크게 달라지진 않겠지만, 글 몇 줄로 정리해야 하는 SNS보다 구구절절 쓸 수 있는 브런치가 좋다. 자판으로 쓰고 지우는 것이 편해져서 이렇게 긴 글은 일기장에 볼펜으로 못 쓸 테니 그래서 또 브런치가 좋다. 


글 백 편중에 스물다섯 편이 길게, 짧게 메인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가장 조회수가 많은 글은 <김밥의 온도차> (95,621) 그냥 주말에 귀찮아서 애들 저녁으로 김 싸 먹은 이야기인데 이게 가장 조회수가 높다니, 아이러니하다. 다들 마찬가지인가 보다. 총조회수는 529,935, 50만이 넘는 분들이 나의 글을 클릭했다니, 그것 또한 영광이다. 브런치가 아무리 좋아도 계속 브런치를 붙잡고 있기가 그래서 댓글이나 좋아요를 자제하는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작가인데도 따뜻하고 친절하게 댓글을 남겨 주시고 공감을 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린다. 나의 200번째 글을 향하여, 이제 다시 시작! 


이렇게 멋진 한 쌍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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