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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Dec 11. 2022

공세리 성당, 크리스마스 빌리지

거리마다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

몇 년 만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연말이다. 크리스마스 장식이야 코로나 시국 와중에도 에버랜드에서, 서울에서, 어느 성당에서 꾸준히 구경을 할 수 있었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정점은 바로 거리마다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 아니던가. 그 많은 사람들이 없어서 어딘가 쓸쓸하고 외로운 크리스마스 분위기였는데 올 해는 거리마다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서 북적이는 설렘이 더해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진짜로 난다.


공세리 성당의 크리스마스 빌리지에 다녀왔다. 공세리 성당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성당이고 순교 성지 이기도 하다. 언젠가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성당의 모든 곳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되어 있다는 소문만 들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빌리지에 가보게 되었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 첫 째만 데리고 나들이 삼아 간 적은 있는데 그때는 낮이었고, 초봄이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집에서는 한 시간 조금 넘는 거리, 어차피 점등이 된 후에 구경을 가야 하니 늦은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출발했다. 성당은 크지만 시골의 성당이라 지난번에는 크게 붐빈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역시 시즌을 맞아 그런지 신자가 아닌 분들도 많이 구경을 오시는 모양이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차량이 엉기며 주차난이다. 들어가는 사람 있으면 나오는 사람 있는 법, 차를 어찌 대고 성당으로 올라가니 올라가는 입구부터 너무 예쁜 동화 속 마을이다.


 

성당이 아니라 동화마을, 딱 그 느낌이었다. 아이 손을 잡고 구경 온 집들도 있고, 미사를 쓰시고 미사를 드리시는 할머니도 계시고, 사진을 찍으러 온 연인들, 꽤 전문가스러운 카메라를 들고 구도와 각도를 잡고 계시는 분들도 계셨다. 그만큼 모든 곳이 눈이 휘둥그레 해 지는 광경, 찍는 곳마다 포토존이었다. 이거 장식하느라 성당 관계자분들 정말 고생 많이 하셨을 것 같다. 게다가 미사 시간에 상관없이 모든 이에게 개방된 무료입장, 화장실 무료 사용, 고성방가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소음이 발생하여 미사와 기도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인데 그것까지 허용해 주시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그저 감사한 마음이었다.


사람이 많다 보니 여기저기에서 대화하는 소리도 다 들린다. 여기가 성당인지, 교회인지, 잘 모르는 분도 계시고 교회는 하나님을 믿는데 인건 알겠는데 성당은 누구를 믿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에 엉뚱한 대답을 하는 대화도 들린다. 그만큼 성당은 오픈되어있었다. 누구나 와서 크리스마스를 느끼고 즐긴다. 어쩌면 곧 오실 아기 예수님이 가장 바라시는 모습이 아닐까.


공세리 성당은 순교 성지 이기도 하다. 천주교 박해시절, 목숨 바쳐 신앙을 증거 한 순교자들을 기리는 곳이고 성당도 1890년에 건축된 건물이라 하니 한국 천주교사를 거의 품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불과 백여 년 전 누군가는 목숨을 바치며 신앙을 증거 했던 천주교의 성지이젠 누구나 와서 웃고 떠들고 즐길 수 있는 곳이 되었 다니, 그때의 순교성인들도, 이름 모를 순교자들도, 하느님께서도 모두 기뻐하실 일이라 생각한다. 성당의 정문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의 꼭대기에도 십자가가 아닌 별이 달려 있었고, 성모상과 구유에도 점등이 되어 있었지만, 루돌프와 산타, 눈사람, 큰 별 장식, 나무마다 반짝이는 불빛에서는 여기가 성당인지 아닌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으니. 정말 종교에 관계없이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겠다 싶었다.




 한 시간 남짓 구경을 하고, 초 봉헌을 하고, 성당 앞에 있는 칼국수 집에서 칼국수를 먹고는 집에 오는 길에 호두과자를 사서 야금야금 까먹으며 집으로 왔다. 아이들에게 예쁜 거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 나도 즐거웠다.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에 아이보다 내가 더 설렌다. 큰 아이도 일기에 공세리 성당 이야기를 쓴 걸 보니 좋았나보다. 좋은 구경 시켜주시고, 행복한 시간을 허락해주신 성당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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