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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Oct 28. 2022

아이스크림 홈런 2.0 오프닝 세레모니 방문 후기

아이의 공부를 고민하며 

카톡이 뭐냐고 일곱 살 큰 아이가 묻는다. 어른들이 핸드폰으로 문자를 주고받는 거냐고 하니 문자가 뭐냐고 물어서 편지 같은 메시지라 하니 그럼 편지를 사진을 찍어서 핸드폰으로 보내는 게 카톡이냐고 요새 아이답지 않은 아날로그미, 디지털 백치미를 뽐내는 아이. 



종이접기를 잘하는 아이의 몫으로 매우 구형의 갤럭시탭을 주긴 하였다. 그것으로 종이접기 유튜브 영상을 볼 수 있게 해 주는데 실수로라도 다른 영상이 눌러지면 황급히 끄는 아이이다. 그 구식패드 외에 엄마 아빠의 핸드폰은 함께 사진을 볼 때 빼고는만지지 않는 것이 우리집 규칙. 영상 시청이나 스마트 기기 사용에 제한이 큰 편이라고 생각한다. 요새 애들한테는 어느 정도의 기기 사용이 필수불가결이라고는 하지만 몇 해 늦게 디지털을 접한다고 해서 절대 뒤떨어질 아이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스마트기기 사용은 최대한 늦게를 원칙으로 삼았다. 엄마표 학습도 연필, 깍두기 공책, 스케치북 그리고 기본 교재를 사용한다. 그래서 그런가. 카톡이 뭐냐고 묻다니. 엄마의 핸드폰으로 카톡을 사용하는 친구도 있다는데 아들아, 우리가 늦긴 늦나 보구나. 


이제 넉달 후면 초등학생이 되는 아이를 위해, 정확히는 열두 시면 하교하는 아이를 돌봐야 하는 나를 위해 1학년 방과 후 학습에 대해 고민이 많던 차였다. 세 시에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지금도 잠잘 시간이 되면 나는 기운이 빠져 눈이 떨릴 지경인데, 무려세 시간을 더 아이와 함께 있어야 하다니. 이런 저런 학습지며, 학원 수강을 생각 안 할 수가 없다. 학습지는 나 어릴 때나 학습지(紙) 였지 지금은 거의 패드 학습이라 학습지를 시작하는 것도 고민이다. 아이가 그래도 내 품에 있을 때에는 종이를 느끼고, 연필을 쥐는 힘을 기르며, 사람과 눈 맞추고, 그렇게 말과 글로 소통하는 법을 가르치고 싶기 때문이다. 패드는 늦게 시작해도 빛의 속도로 익힐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아이스크림 홈런 2.0 론칭 오프닝 세레모니에 참석 기회가 생겨 다녀왔다. 스마트 러닝 브랜드인데 나는 좋은 결과를 내는 Home run 홈런의 의미로 아이스크림 홈런인줄 알았는데 Home Learn 즉 가정학습이라는 뜻이었다. 나의 아날로그 엄마표 공부에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내가 디지털 패드학습을 망설이는 건 아이의 참여권, 주도권을 조금 앗아가는 것 같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어른이 다 형형색색으로, 휘황찬란하게 세팅 해 놓은 세상에서 흥미 위주의 선택을 통해 학습을 하고 폭풍 칭찬을 받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는 구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이가 앞으로 20년 가까이 해야 할 공부의 세계는 그렇게 찬란하지만은 않은데, 웬만한 노력 가지고는 보상은 커녕 겉치레 칭찬을 받는 것도 어려울 수 있는 세상, 아무리 시작이 중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재미있게 해 주는 어른 따라가는 것이 습관이 되면 혼자 가는 법은 어떻게 알게 될까. 아이들의 참여권, 주도권을 쫓아 누리과정도 완전 놀이중심으로 바뀌었는데 그에 비해 사교육 시장은 너무 어른의 손길이 많이 닿은 말끔한 길로만 보였다. 자갈길, 모래밭, 흙길 다 필요한 길 아닌가. 성장하려면 말이다. 


다시 아이스크림 홈런 2.0  오프닝 세레모니. 탄탄한 기술력과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아이의 수준과 성향에 맞는 문제를 제공하고 생기부까지 부모에게 전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 한다. 아이의 수준에 맞는 문제를 제공하는 것은 다른 교육업체들도 마찬가지지만, AI가 아이가 클릭하는 경향을 분석하고, 문제 풀이의 결과도 알면서 틀리는 건지, 틀렸지만 알고 있는 건지를 파악하여 아이의 성향까지 알려 줄 수 있다니, 그저 연산 학습지를 하기 싫어 죽겠는 표정으로 지겹게 풀고 동그라미 표시로 채점을 하던 시대를 살았던 나로서는 놀랍기 그지없다. 또한 부모의 자녀 학습 관리를 위한 어플 ‘홈런좋은부모 앱’ 을 통해 아이를 모니터링 하고, 칭찬과 격려를 할 수 있게 부모 지원도 해 준다고 한다. 엄마가 일일이 옆에 붙어 오답을 체크하는 수고, 잔소리 폭탄으로 엄마와 아이 둘 다 스트레스 받는 일을 좀 줄여 주려는 디지털의 노력이 참 고맙다. 국어, 영어, 수학 같은 교과과목 외에 비교과 과목, 문해력, 코딩, 한자, 한국사의 과목도 함께 공부할 수 있다고 하며, 미술, 음악 같은 예체능 영역의 프로그램 제공도 준비 중에 있다 하니 공부 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 아이가 유식해지는데 도움이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배울 것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코딩에 한국사라니. 


결과보다 과정 
속도보다 방향 
시켜서가 아닌 스스로
앞서가기보다 나만의 속도로 
정답을 맞히기보다 정답을 찾아가는
주어진 것을 외우기보다 새로운 상상을 펼치는 
문제를 잘 푸는 것 보다 문제 해결력이 좋은, 
당장의 성적보다 평생의 공부습관.   



회사의 모토가 마음에 든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그러나 옛날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가치들을 잘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스크림 홈런의 광고 문구 중에 이런 게 있었다. <공부, 못 하는 아이는 있어도 못하고 싶은 아이는 없습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첨언하고 싶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공부를 못하지만 괜찮은 아이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 꾸준히 하는 습관을 높이 평가해 주는 세상에서 그저 학생의 본분으로서 공부를 하며 배우는 재미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말이다. 


아이스크림 홈런의 캐치프레이즈는 <공부를 좋아하는 습관>이다. 개인적으로 반만 동의한다. 공부를 좋아하는 것은 타고나는 성향이지 습관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공부를 좋아하는 습관> 이라는 문구의 함의가 <어렵지만 끝내 해내는 기쁨을 아는 것, 하기 싫어도 꾹 참고 꾸준히 하는 연습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라 한다면 동의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싫은 걸 꾹 참고 하는 사람이, 혹은 그런 경험이 축적된 사람이 종국엔 행복하게 잘 사는 세상이니 말이다. 



오랜만에 서울에 볼 일이 있어서 가는 것이 참 좋았다. 아침 지하철을 10년 만에 탄 것 같은데 대학시절 아직 깨지 못한 숙취로 꾸벅꾸벅 서서 졸며 가던 기억에 웃음이 났다. 지하철 델리만쥬 냄새를 맡으면서도 추억에 젖는다. 빵보다 냄새가 더 맛있는 델리만쥬. 냄새는 솔솔 나는데 어디에서 풍겨오는 냄새인지 가게는 찾을 수가 없었다. 엄마가 아침부터 어딜 가야 한다고 유치원 갈 준비를 서두르니 아이들이 의아해 한다. 친구 만나러 가냐고, 아니. 볼일 보러. 무슨 볼일? 하는데 이것들이 엄마는 서울에서 볼일이 없는 사람인 줄 아나 보다. 아니, 엄마가 서울에 볼일이 있다는 것을 의심하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그 정도로 머리가 큰 거니. 이 엄마는 앞으로 더 클 너희들의 머리를 어찌 하면 좋을까, 고민이 많단다. 아니, 당장 넉 달 후에 열두 시에 집에 와서 엄마와 하루 온종일 지지고 볶을 일로 고민이 매우 많단다.    



해당 포스팅은 아이스크림 홈런으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받아 작성한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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