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멋쟁이 한제 Dec 19. 2022

우리의 호떡.

정말 맛있는 한국식 팬케이크.

 호떡 가격이 얼마였을 때부터 기억나시나요? 저 어릴 땐 300원부터 기억이 나요. 그러다가 조금씩 오르고 올라 어느새 천원이 되었는데, 작년에 삼척에 여행 갔을 때에 삼척 시장에 있는 호떡 가게에서는 호떡 하나에 아직도 500원이었어요. 잔뜩 사 와서 냉동실에 넣어 놓고 가끔 꺼내 데워 먹었답니다.

 요즘 고물가, 마트에서 장 볼 때도 체감 하지만 길거리 간식에서도 확 느껴지네요. 호떡 하나에 천오백 원, 이천 원까지도 하고요, 붕어빵도 하나에 싼 데가 500원, 아니면 천 원이네요. 그냥 가볍고 재밌게 먹을 수 있어야 길거리 간식인데 먹는 입도 늘어나고 가격도 오르니, 호떡 하나가 비싸다고 느껴져요. 오르는 게 당연하지요, 식용유, 밀가루, 기름, 가스값이 다 올랐으니 말이에요. 그리고 날씨가 너무 춥고, 호떡을 팔만한 번화가에 다닐 일이 없어지니 호떡 구경하기가 정말 어려워졌어요. 이 추운 날 애들 둘을 데리고 호떡 사 먹겠다고 저기 저기까지 갈 엄두가 안 나네요. 그래서 믹스를 샀지요. 호떡믹스. 8장이 나온다는데 가격은 2000원대였으니 가성비까지 너무 훌륭하잖아요.


 

일요일 아침 남편이 굽기 시작했습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호떡 누르개로  누르고 뒤집어 가며 지글지글 구웠지요. 진짜 호떡 맛집은 그 기름들이 마가린이라던데 집에서 그렇게 까지 할 수는 없으니, 그냥 일반 식용유를 둘렀습니다. 한 김 식혀서 사 먹는 것처럼 종이컵에 담아주는데 음…. 맛이 없어요. 호떡 안에 소로 들어가는 설탕을 절반밖에 안 넣었더라고요. 아니 절반밖에 못 넣었더라고요. 하다 보니 이만큼이 남았는데 이미 프라이팬에 던진걸 다시 꺼내 주무를 수 없으니 그렇게 되었다고, 그렇게 호떡을 플레인으로 먹었습니다. 그렇게 집에서 호떡을 먹으며 호떡의 가장자리까지 아슬아슬하게 설탕이 들어있는 전문가의 호떡을 더 그리게 되었어요.


 호떡 하나에 2천 원이라니 비싸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이런저런 재료 값, 인건비에, 그간의 숙련된 고수가 되기까지의 호봉을 생각하면 비싸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베이커리에서 파는 공장에서 만들어 나오는 빵 가격을 생각하면 갓 구워 따끈따끈한, 전문가가 직접 구워 준 호떡은 제 값을 받아야지요. 아무리 믹스가 잘 나와도 그 솜씨는 흉내 낼 수 없으니까요.     

삼척 시장, 아직도 이 호떡가게가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애들도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무시무시한 입덧을 끝낸 후 그렇게 먹고 싶던 음식 중 하나가 호떡이었어요. 시나몬롤도 아니고, 찹쌀 도넛도 아니고 그 무엇도 아닌 호떡. 집에서 차를 타고 15분 정도 가면 롯데 마트 뒤에 호떡 트럭이 있는데 굳이 거기까지 힘겨운 몸을 끌고 가서 사 먹고 온 기억이 나네요. 호떡 트럭 위치를 알아내느라 인터넷 검색을 좀 해봤는데 어느 미국인이 거기 호떡을 너무 좋아해서 미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10만 원어치를 사서 냉동 포장을 해갔다는 썰이 있더라고요. 정말 맛있는 한국 팬케이크라면서 미국 가서 제일 먹고 싶을 것 같다고, 한 개 천 원, 세 개 이천 원 하던 시절이었으니 10만 원어치면 몇 개인가요? 그 집 호떡 정말 맛있었습니다. 입덧 끝낸 퀭한 얼굴로 길거리에 서서 맛있게 하나를 뚝딱 먹었던 엄마를 당시 뱃속에 임신 15주 상태의 태아였던 큰 아이는 알까요.


 한국 사람에게 호떡이란 싸고, 맛있어야 하는 어려운 운명을 가진 존재입니다. 고물가 시대를 맞아 첫 째 조건, <싸고>가 힘들어지고 있어요. 맛있는 거야 호떡 파시는 분들의 노련한 솜씨라면 무조건 맛은 보장되니 걱정 없지요. 어느 일요일, 아빠표 플레인 호떡을 먹으며 호떡의 제 값을 인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호떡에는 밀가루, 설탕, 기름값, 가스비 외에 인건비, 경력에 따른 호봉, 게다가 한겨울 길거리의 추위를 호호 녹여주는 기능적 요소까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집에서 만든 호떡은 길거리 호떡을 절대로 따라갈 수 없을 거예요. 그렇다면 고물가 시대의 이천원 호떡, 그 가격과 가치를 인정해야겠지요.


 어릴 적 친구와 함께 놀다가 사 먹던 따뜻한 호떡이 생각납니다. 뛰놀아 배고프던 허기를 면해 주었고, 꽁꽁 언 손을 녹여 주었고, 친구와 호호 불며 먹는 추억까지 더해주었으니. 호떡은 생각하면 할수록 집에서 만들어서는 절대 그 맛을 느낄 수 없는 길거리 음식이 맞아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카르페디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