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멋쟁이 한제 Dec 16. 2022

카르페디엠.

눈놀이, 크리스마스 쿠키.

작년, 재작년에 구운 쿠키들, 아이들이 엄마표 크리스마스 쿠키의 모양을 안다. 언제나 같은 패턴.


눈이 소복소복 내렸다.

함박 눈송이도 아닌 소금 같은 자잘한 눈이

쌓이고 쌓여 세상을 하얗게 덮었다.


나는 눈을 보며

크리스마스 캐럴을 틀고

오븐은 돌렸다.


아이들과 쿠키 만들기로 약속을 했다.

채에 걸려 곱게 내려오는 밀가루를 보며 꼭 오늘 내리는 눈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고운 입자의 하얀 가루가 쌓이는 것이

바깥 풍경이나 집안 풍경이나 비슷 하다. 


눈 내리는 날에 쿠키 굽는 냄새가 더해지니

오늘 하루는 더 풍성하다.


크리스마스 쿠키 꾸미기를 하며

아이들의 성장을 한번 더 느낀다.

엄마의 쿠키와 엇비슷해진 아이들의 쿠키, 실력이 갈 수록 는다.


초코펜을 쥐고 누르기도 힘들던 2020,
힘 조절이 안 되어 콸콸 쏟아붓던 2021,
올 해는 힘 조절도 하고, 작은 눈알 사탕에 초코펜으로 풀칠해서 붙이기까지
손놀림이 더 야물고 정교해졌다.

엄마의 쿠키는 첫 해보다 조금 더 엉성하다.
정성을 잊고 타성에 젖었다.




그저 있는 색깔로, 있는 재료로 뚝딱.

예전처럼 신경 써서 잘하려고 하다간
올해 크리스마스 쿠키는 못 만들고 지나갈 것 같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걸로 내려놓았다.

그래도 아이들은 좋아한다.
작년 것과 비교하지 않고, 오늘의 즐거움을 누린다.

눈이 쌓였으니 눈놀이도 한바탕 했다.
애들은 눈놀이 지금을 만끽하는데
엄마는 눈놀이 다음을 걱정하며 한숨이다.


감기 걸리면, 빨래하려면, 신발 말리려면,
늦게 들어가면 저녁은...

오늘 이 순간을 즐기는 아이들을 보며 배운다.
아이들은 이 전도, 이후도 아닌 언제나 지금을 보며 행복하다.
큰 철학은 멀리 있지 않았다.


카르페디엠.
나의 가장 가까운 곳, 두 곳에 있었다.

애들에게 더없이 즐거웠을 오늘.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삶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