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망의 디데이, 지난번에 만든 과자집을 뜯어먹는 날이었다. 큰아이의 공부방 친구들과 작은 아이의 친구들까지 아이들이 집에 모여 과자집 해체를 함께 하였다. 이 아이들로 말할 것 같으면 일곱 살인 큰 아이가 세 살 때 어린이집부터 같이 다닌 아이들이고, 작은 아이는 뱃속에서부터 형아 누나 이모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란 아이들이다. 인생의 절반 이상, 그리고 전부를 알고 지낸 사이. 소꿉친구를 넘어선, 모태 우정이라고 해야 하나. 한 동네 살며 오며 가며 보낸 정이 쌓여 아이들 유년기의 일부, 엄마들의 애 키우는 시절의 추억을 공고히 구축한다. 바로 그 친구들, 오늘의 과자집주인들.
여기 보세요~ 다 딴 데 보는 것 같은 수제 루돌프들.
재작년과 작년에 만든 과자집은 겨우내 집에서 야금야금만 뜯어먹고 반 이상을 버리게 되었다. 큰 아이야 워낙 먹는 것에 초연한 아이인데 작은 아이도 과자집을 허물기는 아까운 모양인지 관상용으로 보다가 한 계절이 지나 마시멜로우가 돌처럼 딱딱해지고 마를 대로 마른 완전 건조 과자집은 먹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올 해는 만들면서 친구들과 함께 시간이 오래 지나기 전에 먹자고 하니 알았다고 한다. 코로나가 한창이긴 하지만, 그래도 작년, 재작년보다는 조금 안정이 되었으니 말이다.
과자집은 슈가파우더에 레몬즙과 계란 흰자를 소량 넣은 아이싱을 뻑뻑하게 만들어 풀 처럼 사용하여 붙인다. 그 슈가파우더는 가루도 엄청 날리긴 하지만 달기도 엄청 달아서 나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던데, 아이들은 정말 신나게 먹고 남은 걸 싸 갔다. 채소의 쓴맛은 더 쓰게 느껴 괴로워 못 먹는다는 아이들의 입맛이라더니, 설탕의 단 맛이 더 달게 느껴지는 건 괴롭지 않은가 보다. 아니면 과자집 그 자체로 즐거웠는지.
12월의 우리 집은 단내가 마를 틈이 없다. 매 년 비슷한 모양이긴 하지만 쿠키를 부지런히 구워 여기저기 나누어 먹는다. 캐럴을 틀고 쿠키를 구우면 나도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난다. 쿠키를 꾸미는 아이들도 즐거워하고, 선물로 받아 드는 아이의 친구들도, 선물을 건네는 우리 아이들도 모두가 즐거운 시간이다. 모두가 달콤하다.
내가 굽는 쿠키의 성분은 이러하다. 버터, 계란, 설탕, 밀가루가 기본이고 초코 쿠키엔 베이킹용 무가당 코코아가루만 더 들어간다. 밀대로 밀어서 커터로 찍어내는 거라서 베이킹파우더도 넣지 않는다. 그래야 부풀지 않아서 모양 맞추기가 훨씬 낫고, 단단하게 구워져 쿠키가 깨질 걱정도 던다. 물론 이런 저런 성분의 초코펜으로 장식을 하지만 쿠키 자체는 매우 성분이 심플한 편. 화려해지기 마련인, 휘황찬란해야 제 맛인 크리스마스도 나의 쿠키처럼 이렇게 단출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저런 첨가물이 들어가 더 화려하고 부드럽고 살살 녹고 맛있을 순 있지만, 기본 재료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전하고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쿠키처럼, 크리스마스는 이렇게, 휘황찬란함 보다, 소박함으로, 이것저것을 더 하기보다 이것저것을 나눔으로써 더 의미 있는 것으로 말이다. 기본만 갖추어도, 화려한 성분이 아니어도 크리스마스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아이들의 미소 안에서.
우리 집 꼬마 산타들은 올 해도 생명의 집에 나눔을 하러 갔다.
과자집이 없어져서 속이 시원하다. 지난 2년간 과자집을 겨우내 쳐다보고 있는 좋지만은 않았는데 올해엔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나누어 먹었으니 피로는 싹 잊히고 보람은 배가된다. 이제 정말 크리스마스, 받는 행복과 나누는 행복을 같이 배웠으면 좋겠다. 내가 더 그렇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