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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Dec 25. 2022

층간 소음.

난제 중에 난제

저희는 층간소음 운이 좋은 편입니다. 한시도 가만있질 않는 아들 둘을 키우다 보니 저희가 이사 갈 때, 아랫집이 이사 올 때 항상 긴장을 하며 뭐를 사 들고 먼저 인사를 갑니다. 아들이 둘 있음을 먼저 고백하고 아이들의 얼굴을 내어 보이고, 아이들에게도 아랫집 어른들의 얼굴을 보게 하여 나중에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갈등에 대비합니다. 불편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인터폰을 주시라고 아이들이 보는데에서 아랫집 어른들께 말씀 을 드립니다. 저희는 정말 생각 할 수록 운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아들이 둘이 된 후 본격적으로 4년간 살았던 집에서는 밑에 집도 아들 둘, 위에 집도 아들 둘이었으니, 윗집 아이들이 좀 뛰어도 저도 그러려니, 우리 애들이 좀 뛰어도 아랫집도 이해해주시겠지 하며 살았지요. 실제로 그랬구요. 혹시 제가 소리 지르는 소리가 옆집에 들릴까 싶어 옆집에도 인사를 드렸었는데, 아들 말 안 들으면 고마 우리 집으로 보내소! 하는 마음씨 좋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셔서 그것도 마음이 편했습니다. 아들 둘, 아들 둘, 아들 둘, 하는 집의 가운데 집에 살다가 이사가 결정되었지요. 저희 다음에 들어오시는 집주인 분께서 인테리어 공사를 원하셔서 아파트에 공지를 붙이니 지나가며 만난 윗집 아이들 아버님께서 혹시 이사 가시냐고 물어보시기에 집주인내외분이 들어오신다고 전해드리니, 사색이 되시며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는 인사를 서로 전하며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사 온 집에서도 운이 좋았습니다. 이사를 오자마자 롤케이크를 들고 아랫집에 인사를 가니, 그 집도 아이가 셋 있는 집이라 웬만큼 뛰어도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아쉽게도 곧 이사를 가신다고. 그게 벌써 몇 달 전인데 아랫집이 그대로 공실이 되어 빈 채로 있습니다. 아랫집이 빈 집이니 아이들이 좀 뛰어도 마음이 편하고, 아이들 친구들이 여럿 놀러 와도 마음이 편해서 그건 참 좋습니다. 겨울이 되니 아랫집 난방이 없어서 그런지 좀 더 춥게 느껴지는 것 빼고는 말이지요.

 


(산타) 할아버지가 오셨습니다.

 오늘 크리스마스를 맞아 시댁에 다녀왔습니다. 시댁에서 얼마 전에 이사를 하셔서 집들이 겸, 파티로 배달음식으로 식사를 하고, 아이들이 선물을 받고, 놀며 두시간 반 정도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인터폰이 오더라고요. 손님이 오셨냐며. 그래서 아이들이 와서 그렇다고 죄송하다고 곧 갈 거라고 양해를 구했는데, 압박감이 확 오더라고요. 한낮에 두시간 반 정도 있었는데, 그중에 대부분은 밥 먹고, 케이크 먹고 장난감 구경하고 티비 보느라 앉아 있었고, 아이들이 조금 뛰긴 했지만 (확실히 단속하지 못 한 제 잘못입니다만) 소파, 침대 번갈아 가면서 뛰었거든요. 그랬는데도 층간소음 민원이 들어와서 시댁에도, 아랫집에도 죄송한 마음이 드는 한 편, 층간 소음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해진 기준이 있는 게 아니니까요. 몇 데시벨 이상이라든지 몇 분 이상 지속이라든지 어떤 기준이 있으면 좋을 텐데 이걸 전적으로 운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니, 답답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층간소음 때문에 고통받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압니다. 진짜로 심하게 층간소음을 유발하는 집들이 있지요, 하지만 너무 예민한 아랫집 때문에 종종걸음도 조심스러운 윗집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여 살지만 소통은 드문 아파트이다 보니 더 문제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얼굴과 이름을 아는 사람이 내는 소리라면 그렇게 까지 화가 날 일이 아닐 수도 있는데, 사람은 실체가 없고 소음만 남은 상황이라 더 신경 쓰일 수도 있겠지요. 그 반대의 경우도 있고요. 아랫집에 어떤 분이 계시는 줄 알면 조금 더 조심할 수 있는데 그걸 모르다 보니 배려를 종종 잊게 되지 않을까요.

 

 아들 둘 키우면서 아랫집이 똑같이 아들 둘인 집에 산다는 것, 그리고 이어서는 아랫집이 공실인 집으로 이사와 산다는 것, 정말 큰 행운이라 생각이 오늘 드네요. 한 번도 층간 소음 민원을 받은 적이 없는데 저희 애들 때문에 시부모님께서 인터폰을 받으셨으니 말이에요. 집에 오는 길에 신랑에게 물어보았어요. 층간 소음이 불편했던 적이 있냐고, 없다 하네요. 남편은 세상 너그럽고, 편하고, 그러려니, 그런대로, 잘 참고 배려하는 사람이에요. 저는 어떤가 생각해 보니 걷고, 뛰고, 물 내려가는 생활 소음에는 크게 불편하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하지만, 신혼집에 살 때, 대학가의 원룸 투룸 있는 쪽이어서 그랬는지 평일 낮에 큰 소리로 가수인 양, 노래를 부르는 학생이 있어서 그건 좀 괴로웠던 기억이 있어요. 가수가 부르는 듯 듣기 좋은 노래가 아니고 정말 소음이었거든요. 출처를 모르겠는 노랫소리라서 항의할 수도 없어서 그냥 참았지요. 아마 아이들이 뛰는 소리가 사람에 따라서는 그 정도로 괴롭고 시끄럽게 들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제가 아이들을 실내에서는 조금 더 정숙하도록 지도하는 게 맞거에요.

 

암튼, 오늘 크리스마스. 층간 소음에 생각하며 마무리합니다. 공동 주택이니 서로 배려해야겠지요. 아니면 아파트를 튼튼하게 지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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