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주식으로 투게더를 먹고 있다. 주식은 투케더, 간식은 두유와 바나나우유, 딸기우유, 초코우유, 특식은 커피. 구내염이 심하게 왔다. 내 인생과 구내염은 뗄레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로 이제는 아, 작년에 왔던 각설이처럼 지난 달에 왔던 구내염 잊지도 않고 또 왔네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가끔씩 정말 심한 구내염이 온다.
1. 구내염은 내 오랜 친구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모든 시절시절 마다 구내염은 항상 있었는데 그 중에 유독 심했던 구내염들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중학교 다닐 때 한 번에 일곱 군데가 헌 적이 있었다. 상하좌우 안 헌 데가 없어서 밥을 구겨 넣을 곳이 없었다. 도시락도 먹는 둥 마는 둥 흰 밥만 겨우 한톨씩 녹여서 삼켰다. 구내염은 비타민 B 군이 부족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나도, 엄마도 그런걸 몰랐고 그냥 나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하고 허해서 잔병치레도 잦고 입도 자주 허는 아이 인줄로만 알았다. 그렇게 일주일에서 열흘정도 지나고 나면 꺠끗이 낫는 것이 또 구내염이니 그냥저냥 사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있을 때괴로움 다 잊을 무렵이면 어김없이 도지곤 했지만 또 낫고, 또 잊고를 반복하며 살았다. 2년 전 아빠가 돌아가실 무렵에도 나는 불면증에 구내염으로 고생을 했다. 아빠가 사무쳐서 잠을 잘 못 자니 비타민을 잘 챙기는데도 역부족이었는지 온 입이 다 헐었다. 마음이 허는 것 처럼 입이 허는 것 같았다. 입의 상처가 마음의 상처라고 생각하며, 마음만 아프면 둔하디 둔한 나는 모를 수도 있으니 입도 같이 아파서 지금 아빠의 아픔을 같이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입이 아파서 밥먹기도 힘들었지만, 물한모금 넘기기 힘들었을 아빠만큼 힘들었을까. 아이들에게 밥을 차려줄 때마다 나는 지금 입이 아파 먹지도 못하는이 반찬들에 얽힌 나의 어린시절 아빠와의 추억이 떠올라 입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고 그랬다.
구내염으로 수액 맞기
2. 구내염은 빚쟁이다.
구내염은 비타민 B 군이 부족하면 주로 생긴다. 나의 영양제는 종합 비타민과 비타민 비 콤플렉스, 아이들이 안 먹어 남은 칼슘 영양제, 유산균 등이 있는데 최근 2주간 애들이 방학이라 내 영양제 챙기는 것을 잊고 말았다. 정신 없이 애들 세끼 밥 차리다 보니 하루가 갔고 그 와중에 내 영양제 먹는 건 정말 까맣게 잊고 지냈더니 빚 받으러 나타난 빚쟁이처럼 애들이 개학을 하자마자 마구마구 구내염이 도졌다. 알았다, 알았어. 비타민 먹을게. 작년 코로나 1차, 2차 백신을 맞았을 때, 코로나 확진을 받고 1주일 후 완치가 되었을 때도 어김없이 구내염이 심하게 도졌다.가만히 있어도 입이 아파서 타이레놀을 먹었다. 고열도 근육통도 아니고 구내염 때문에. 진통제를 먹어서 안 아파지는건 잘 모르겠지만 마음의 위로가 되긴 하더라. 바이러스로 인한 고열과 근육통은 완화 되었지만 면역이 떨어져 입안 피부를 정상적으로 유지 할 수 없었나본지 정말 큰 구멍들이 뻥뻥뻥뻥 뚫려서 결국엔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고 스테로이드 약처방을 받아왔다. 그냥 나을 때까지 생으로 버티기에는 코로나 가 내 몸을 이미 갉아먹은 후라 힘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똑똑 떨어지는 노란색 수액을 바라보며 쫄면 생각을 했다. 구내염은 꽤나 칼 같은 빚쟁이여서 원금만 받아가지 않는다. 며칠 쫄면과 떡볶이, 고추장을 참아야 하는 이자까지 안기고는 그러고 떠난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커진다 커진다 거다이맥스 구내염
3. 구내염은 진화한다.
거다이맥스 구내염, 메가 구내염. 이렇게 불러야 하나보다. 거의 40년 가까이 구내염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 왠만한 구내염은 아무렇지도 않다. 남들은 미치고 팔짝 뛴다는 알보칠도 눈을 한번 정도만 깜짝 하면 바를 수 있을 정도인데 이것이 점점 진화를 한다. 혼자서는 알보칠을 바를 수 없는 입천장, 사랑니가 나는 쪽인 어금니 맨 뒤쪽, 아니면 음식이 넘어가는 목구멍, 아니면 목구멍과 가까운 혓바닥 양 사이드에 생긴다. 그러면 정확한 위치가 눈에 보이질 않아서 약을 바르는 것이 불가능 하다. 한 쪽으로 구내염이 한 두군데 생기면 다른 한쪽으로 음식을 대충 먹을 수 있는데 그렇게 전방위적으로 입이 헐어 버리면 정말 물 먹는 것도 힘들다. 그 좋아하는 초콜릿 먹는 것도 힘들다. 초콜릿이 녹으며 그 쪽을 건드리는데 아이스크림은 금세 녹아 내려가지만 초콜릿은 그렇지 않아서 달콤함과 쓰라림을 같이 맛 보아야 한다. 고급 초콜렛은 달콤 쌉싸름 하지만 이 구내염 맛 초콜렛은 달콤 쓰라리다.
나의 최애 쫄면 언젠간 먹고 말꺼야.
오늘도 내 주식은 바닐라맛 투게더이다. 초코맛 딸기맛 아이스크림도 자극이 된다. 입안에 비교적 오래 물고 있어야 하거나 씹어 먹어야 하는 하드바 종류도 부담이라 투게더가 딱이다. 액체 종류는 빨대로 빨아먹는다. 이번에 도진 구내염은 거다이맥스 구내염 정도 되는 것 같다. 말 할 때 혀를 움직이고 입 근육을 움직여야 하는데 그 정도에도 통증이 느껴진다. 아. 근데 쫄면이 먹고 싶다. 집에 비빔면이 번들로 있는데 그것도 먹고 싶다. 입이 헐면 매콤 새콤한 음식이 땡기는 건 국룰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