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에 장을 보러 가기 전엔 부엌을 점검하고 인터넷 검색을 한다. 이번 달, 이번 주 할인 상품은 뭐가 있는지, 새로 들어온 것은 뭐가 있는지, 사야 할 것은 무엇인지, 사고 싶은 것이 혹시 있는지 미리 좀 리스트업을 해 놓아야 광활한 코스트코에서 헤맬 일이 적어진다. 덮어 놓고 담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고 코스트코에서 생각 없이 보이는 대로 담다 보면 수십만 쓰는 것이 순식간인데 그렇게 장을 보고도 그다음 날 이마트에 가야 하고 새벽배송을 시켜야 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쇼핑리스트에 오른 것은 치즈, 버터, 크래미, 소고기, 핫도그, 버섯 소스였다. 나머지는 먹던 것이 똑 떨어져 구매해야 하는 것들이었고 버섯 소스는 검색 중에 알게 된 신상이었는데 파스타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과 한 두 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재료라 생각했다.
버섯 크림 파스타 소스일 줄 알았는데 그냥 버섯 소스였다. 이탈리아에서 온 버섯 소스는 버섯과 해바라기유에 적당량의 소금간과 조미료가 들어간 것 같았다. 파스타라면 종류를 불문하고 환장을 하는 아이들인데 그래도 너무 대놓고 버섯 파스타를 해 주면 안 먹을 것 같아 우유를 조금 추가하고 치즈를 한 장 넣고 파마산 치즈 가루도 뿌려 익숙한 맛과 섞어 주었다. 원래 집에서 크림 파스타를 만들면 달달 볶은 양파에 베이컨이나 새우를 넣어 더 볶다가 생크림을 콸콸 넣어 소스를 만들어 먹는 편, 느끼함을 잡으려 청양고추를 넣는 레시피를 많이 보았지만 나는 애들 때문이 아니더라도 느끼한 건 확실하게 느끼하게 먹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 크리미, 크리미, 치지 치지 한 느끼함을 만끽한다. 하지만 이번 파스타는 크림 파스타를 흉내 낸 버섯 파스타이다. 버섯 소스를 넣고 우유를 조금 넣고 마늘 가루, 말린 표고버섯 가루를 추가하였고 후추로 마무리하였다.
토마토 수프를 곁들여 내어 주었다. 양파 한 개를 길쭉하게 채 썰어 냄비에 넣고 꼭지를 도려 낸 토마토를 절반으로 잘라 넣고, 코스트코에서 사 온 소고기를 한 덩이 숭덩숭덩 썰어서 넣었다. 그렇게 끓여 토마토가 익으면 젓가락으로 토마토 껍질을 집에 홀라당 벗겨 낼 수 있어 편하다. 토마토 껍질을 벗겨낸 후 깍둑 썬 당근과 월계수 잎, 통후추를 넣고 더 끓인다. 원래 토마토가 흔한 여름에 자주 해 먹는 음식인데 이번에 어떻게 집에 완숙 토마토가 있었다. 토마토 맛이 조금 덜 한 것 같아 냉장고에 있던 토마토 퓌레를 더 넣어 진한 토마토 맛과 향을 내었다. 토마토 퓌레도 이탈리아산, 저탄소가 어쩌고 하며 항공 직송 되는 수입 과일들을 지구 아픔의 주범인양 몰기도 하고, 신토불이로 환경을 살려보자고 로컬 푸드 마켓을 이용하면서 코스토코에서 무려 이탈리아에서 온 수입 식재료들을 카트에 담는 나란 사람, 어쩜 이렇게 인간적인지.
엄마 쥬스에는 왜 거품이 있어?
오랜만에 양식 한 상을 차려 내었다. 아빠는 야근이라 함께 하지 못 했지만 아들들과 와인잔에 짠을 한다. 엄마의 잔에 담긴 거품 있는 주스는 맥주, 아이들의 잔에 담긴 거품 없는 주스는 사과즙이다. 파스타가 주식이었으면 우리 아이들의 키가 더 컸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들은 파스타를 좋아한다. 밥 보다 잘 먹으니 파스타를 자주 해 주는 편이고 오뚜기 소스도 잘 먹지만 가끔 먹는 색다른 파스타도 잘 먹는다. 엔쵸비 파스타, 계란 까르보나라 파스타, 오늘 먹은 버섯 소스 파스타까지 파스타는 언제나 인기 만점, 다 먹은 아이들은 나를 사장님~하고 부르더니 카드 결제를 한 후 식탁에서 일어났다. 요즘 들어 밥을 맛있게 먹을 때면 사장님 결제할게요,라고 하고 카드를 긁고 일어나는데 이것들이 나를 뭘로 보고 저러나 어이가 없는 날도 있는데 오늘은 맥주를 한 잔 해서 그런지 귀여웠다. 네에, 십만 원이요. 하니 네에 여기요, 하고 카드를 긁고 사인을 하는 아이들.
코스트코에 다녀오면 식탁이 다채로워진다. 싸던, 비싸던 많이 사 오게 되니 한동안 식탁이 풍성해지기도 하고, 색다른 음식을 경험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코스트코 물가도 전반적으로 많이 오른 것이 체감이 되던데 그래도 이런저런 장점이 있어 코스트코 회원권을 끊어 내지 못하고 계속 끊고 있다.
저 버섯 소스는 볶음밥에 한 스푼 넣어도 좋을 것 같고, 계란말이나 계란찜에 넣어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색깔이 좀 칙칙해지는 건 감안해야 할 듯. 토르티야 위에 얇게 발라 치즈와 버섯 슬라이스를 올려 버섯 피자로 먹어도 맛있겠다. 오늘의 파스타 반응이 좋았으니 조만간 또 한 번 차려 먹을 듯. 많이 먹고 쑥쑥 자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