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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Mar 08. 2023

학교 가도 밥걱정.

애 말고 내가. 

 학부모가 되었다. 초등학교 1학년 1반 학생의 엄마. 이런저런 신경 쓰이는 것 투성이이지만, 그중에 제일은 밥이다. 나는 이놈의 밥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인가 보다. 


 유치원처럼 교실에 둘러앉아 담임선생님이 떠주는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다 보니 아이는 의외로 먹기 싫으면 먹지 않아도 된다고 좋아했다. 감사하게도 유치원 담임선생님께서는 아이들마다 배부른 적당량을 맞추어 주시고 매워도, 싫어도 한 두 개는 먹도록 지도를 해 주셨는데 학교는 그렇지가 않은가 보다. 1학년에 덩치가 작은 아이라 배식을 적게 주시는지, 아니면 같은 시간에도 어리바리하게 우왕좌왕하다 보니 먹을 시간도 충분치가 않은지 유치원보다 밥도 조금 주고,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된다고 입 짧은 아이는 오히려 좋다고 한다. 뭐라고?! 더 달라고 말해도 된다 일러주었지만, 아니야 됐어. 그거면 돼,라고 말하는, 먹는 것보다 노는 것이 제일 좋은 아직 뽀로로인데, 네가 학교엘 가다니. 


 그래서 그런가 집 밥이 더 신경 쓰인다. 유치원에서 먹던 오전간식도 없어지다 보니 아침도 신경이 쓰이고, 뜨는 둥 마는 둥 점심도 대충 먹었을 테니 간식이며 저녁식사가 더 신경 쓰인다. 아침은 밥은 잘 안 먹는데, 과일이며 떡, 죽, 빵을 돌아가며 준비해 주지만, 이따가 배고플테니 많이 먹으라는 엄마의 말에 아이는 지금 입맛이 없다는 말로 화답한다. 현재만 사는 아이. 이따가 배고픈 건 나중에 생각할 문제. 학교 밥이 맛있지만 많이는 안 먹는다 하니, 저녁을 다섯 시부터 차려 먹었다. 온갖 재료들이 다 들어가는 식단으로 제공한다. 아니, 올린다. 아드님께. 


 평소 같으면 볶음밥이면 한 그릇 음식으로 족했을 테지만, 볶음밥에 무려 감자크림 수프, 각종 반찬과 과일을 올렸다. 역시 평소 같으면 카레라이스 한 그릇으로 때웠을 식단에 무려 삼겹살과 반찬까지 넣어 준다. 하루에 제대로 먹는 식사 하루 한 끼에 나는 이렇게나 종종거린다. 그러느라 피곤하다. 


 입학은 아이가 했고, 학교도 아이가 다니고, 적응도 아이의 몫인데 내가 너무 피곤하다. 나뿐만 아니라 동네 엄마들이 다 1학년 증후군을 앓는 중이다.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에 와서 조금 있다가 둘째를 유치원 차 태워서 보내주고, 집에 왔다가 잠시 커피 한 잔 마신 후 4교시 마친 큰아이를 데리러 다시 학교에 간다. 그리고 간식을 먹고 조금 있다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둘째를 데리러 나간다. 다른 학원 수강을 하지 않아 나는 이 정도뿐이지만, 1학년을 맞아 예체능이나 영어 수학 학원에 등록한 아이라면 엄마의 엉덩이 붙이는 시간은 더 짧아진다. 도보로 아이만 데려다주었을 뿐인데 하루에 만보를 넘게 걸었다는 증언이 속출하고 있고, 저녁이면 긴장과 피로가 풀리며 엄마가 제일 먼저 곯아떨어지는 현상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3월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침 루틴을 마치고 소중한 모닝커피를 마시니 큰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 다가왔다. 점심으로 콩나물밥과 양념장이 나온 모양이다. 오자마자 배고프다고 할 것 같은데, 뭘 줘야 하나. 뭐 먹었어? 보다는 너는 뭐 했어? 친구들은 뭐 했어? 선생님은 무슨 말씀을 해 주셨어? 하고 물어보고 싶은데 계속 밥 먹었어? 많이 먹었어? 안 매웠어? 이런 것만 묻고 있다. 오늘 저녁은 소고기 미역국에 고등어구이를 줘야겠다. 엊그제인가 급식으로 미역국이 나왔는데 미역국 좋아하는 큰 아이는 더 달란 말을 못 해서 조금밖에 못 먹었다고 아쉬워했다. 큰 소리로 더 달라고 해야 하라고 일러도, 아직 쑥스럽고 정말 많이 줘서 다 먹기 힘들까 봐 괜찮다고 한다. 이 놈의 밥. 정작 나는 신경성 위장병이 도지는지 죽신세이다. 그냥 내버려 둬도 될 일을, 모든 것은 그냥 내가 과민한 탓인가 보다. 아니다, 일학년 엄마들이 다 유독 피곤해 하니 나만 유난은 아닐것이다.   

       

많이 먹어!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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