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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Mar 04. 2023

김밥전과 김부각.

김밥의 자매품, 그리고 친척품?

 김밥을 자주 싼다.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김밥김의 4분의 3 정도만 잘라서 쓴다. 엄마표 꼬마 김밥. 아이들이 더 어릴 때에는 절반을 잘라서 썼다. 그럴 땐 단무지도 반으로 갈라서 날씬하게 넣어야 해서 손이 더 많이 갔는데 지금은 그나마 나아졌다. 김밥을 자주 싸는 이유는 채소를 골고루 먹을 수 있고, 애들이 잘 먹고, 많이 먹는다. 그리고 이젠 김발도 필요 없을 만큼 김밥 싸는 일이 익숙해졌고, 한 번 싸 놓으면 넉넉히 해서 그다음에 김밥전으로 한 번 더 먹는다. 여러 가지로 김밥은 손이 많이 가지만, 그래도 편하다.


김밥김을 4분의 3만 쓰다 보니 쪼가리 김이 언제나 남는다. 주먹밥에 넣기도 하고 떡국이나 수제비에 뿌셔서 넣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버리긴 아깝고. 그게 쪼가리 김이 수북이 쌓이면 부각을 만든다. 아주 가끔. 찹쌀가루로 풀을 쑤어 발라서 오븐 건조 기능으로 바싹 말린 후 튀긴다. 세상에, 김도 튀기면 맛있다. 튀김의 마법. 기름의 마법.

그 김자반이 이것.

 어릴 땐 엄마가 김부각과 김자반을 자주 해 주셨다. 김부각은 모두가 아는 그 김부각이고 김자반은 우리 집 특식이었는데 간장, 설탕, 고춧가루, 통깨를 잔뜩 넣은 양념간장을 김에 발라 말린 뒤, 참기름을 발라가며 구워야 하는 손과 정성, 시간이 많이 드는 반찬이다. 나는 기억에 많이 없지만 외할머니 음식이었다고 하고, 엄마가 이어서 해 주셨는데 엄마도 나이가 드시다 보니 김자반은 먹은 지가 한참 되었다. 몇 년 전,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 그나마 애가 하나일 때 내가 한 번 해본 적이 있다. 양념장 발라 말리기도, 참기름 발라 굽기도 너무 어려워서 한 번 하고는 안 한다. 아마 아이들이 더 자라서 고춧가루를 먹을 수 있게 되면, 정말로 시판 조미김 저리 가라 하는 밥도둑인 이 김자반을 내가 또 만들 날이 올까.


 옛날 반찬들을 떠올려보면 재료는 값싼 대신 손이 많이 가고, 그러나 짭조름 하니 맛있어서 밥을 많이 부르는 밥도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아마도 달걀, 두부, 고기등의 단백질 반찬이 귀하던 시절, 소시지나 너겟 같은 냉동식품은 존재하지도 않던 시절, 넉넉지 않은 살림에 밥을 맛있게, 많이 먹이려는 엄마들의 손길이 이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온갖 손 많이 가는 반찬들은 이를테면, 푸성귀, 장아찌, 이런 김자반류들은 다 밥도둑이다. 먹을 것이 흔해진 지금은 간이 세고, 하얀 쌀밥을 부르는 밥도둑이란 것이 그렇게 좋은 음식은 아니라지만. 옛날엔 이렇게 엄마들의 손 품을 팔아 가족들이 밥을 먹었다. 내가 결혼하기 전만 해도 우리 집 베란다엔 가끔씩 그득히 간장 바른 김들이 말라가고 있었고, 가족들은 물만밥에 참기름 발라 구운 김자반을 반찬삼아 뚝딱 해치우곤 했다. 뚝딱. 온갖 정성을 들인 반찬을 뚝딱 해치웠다.



김밥전까지 부칠 예정으로 김밥을 싸다 보니 달걀지단은 자주 생략한다. 이번 김밥엔 시금치, 당근, 햄, 단무지, 크래미가 들어갔다. 맛있게 몇 줄 먹고 남은 건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김밥전으로 또 맛있게 먹는다. 우리 집에서 꼬마 김밥과 김밥전은 자매품이다. 많이 붙어 있고, 닮았으며 가까운 사이,


오랜만에 김부각을 했다. 김부각은 꼬마 김밥의 친척 품쯤 되려나, 가끔 먹지만 먹을 때마다 맛있다. 꼬마김밥 하고 남은 김쪼가리들을 다 털어먹었으니 당분간은 김부각은 만나기 힘들 것이다. 나는 김부각을 튀기면서 김자반을 생각했다. 김밥전이 자매, 김부각이 친척이라면 우리 엄마표 김자반은 뭐일까. 어디서도 팔지 않고 아무도 안 해주는, 먹고 싶으면 내가 구현해 나가야 할 자력갱생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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