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멋쟁이 한제 Aug 03. 2022

H마트에서 울다를 보다 울다

나의 H 마트는 어디일까, 나의 아이들의 H 마트는?

요즘 나는 잠자리에 들기 전 적절한 약물처방을 하지 않으면 잠을 엄청 얕게 잔다. 


아이들이 움직일 때마다 깨고 

1초에 한번씩 바뀌는 꿈의 장면 장면들이 모두가 너무 생생하다. 


이 책을 읽은 날 역시 얕은 잠을 자며 계속 꿈을 꾸었는데 꿈에서 내가 암에 걸려 죽게 되었다. 

나는 너무 무서웠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빠가 나를 기쁘게 맞아줄 거라 믿으며

안도 하면서도 그저 두려웠다.


꿈속에서도두 아이의 엄마였는데

사실 애들은 안중에도 없었더랬다. 


그저 죽음에 대한 두려운 본능, 아빠를 만날 생각, 하지만 왜 나를 데려가려 하냐는 원망뿐이었다. 


주인공 미셀의 엄마처럼 

두려움을 숨기고 딸 아이를 위로할 여력 따위는 없었다. 


아이를 낳은 후로는 

엄마이기 전에 사람인가, 사람이기 전에 엄마인가, 엄마고 사람이고 간에 먼저 여자인가를 종종 생각한다. 


제일 먼저 포기한 것은 여자이다. 

화장품, 짝 맞는 옷과 구두, 새 가방이 내 집에서 사라졌다. 


사람과 엄마 사이에서는?

자주 왔다 갔다 하지만 대부분 엄마가 된다. 

아이들이 남긴 걸 먹기도 하고, 

발이 자라 내년이면 못 신을 애들 신발을 비싼거로 새로 사고 

더 이상 자라지 않는 내 발을 위한 새 신발 구매는 미룬다.  

매운 카레, 고추장 불고기, 매운 떡볶이, 비빔 국수, 어향가지볶음은 만드는 법을 까먹을지경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기 보다 엄마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가족을 두고 떠나는 엄마의 마음을 누구보다 헤아렸다고 생각했는데


하룻밤 꿈속에서 내 본심이, 정체가 들통나고 말았다. 


미셀이 엄마의 묘비를 loving에서 lovely 로 바꾼 장면이 인상적이다. 


나는 loving mom 일까 lovely mom 일까. 

우리 엄마는 loving mom 일까 lovely mom 일까.

우리 엄마야 말로 loving 중에 loving 일거라 생각했는데 


흑산도로 성지순례 여행을 떠나시며 잔뜩 들뜬 엄마의 모습에서

Lovely 한 모습이 보였다.


벌써 십년 전 나의 유럽 여행 계획을 듣고 나서

좋겠다. 하던 음성과 겹쳐져 문득 슬펐다. 


내가 스스로를 두 아들의 단단한 엄마라 생각하는데도 

얄팍한 꿈속에서 본심이 드러나고 말았듯

우리 엄마도, 애들 다 키우고 남편도 보낸 할머니가 되어 

본연의 lovely 함을 맘껏 뽐내시나 보다 하는 안도감도 들었다. 


모든 엄마들을 수식할 loving, 과 lovely 에 대해 생각한다. 

묘비명이 아니라 옆에 계실 때 

엄마의 사랑스러움을 많이 보고 느껴야겠다. 


나도 묘비명을 쓰기 전에 나의 사랑스러움을 아이들에게 보여줘야지.  



본문중 발췌

항암치료를 받으며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엄마는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아빠와 내가 뭘 좀 먹었는지를 묻곤 했으니까.


Even in the throes of chemo, she’d often ask how I was doing, or if my father and I had eaten.


엄마는 죽어가면서도 나를 위로했다. 엄마의 모성이, 엄마가 느꼈을테지만 능숙하게 숨겼을 무진장한 공포를 제압해버린 것이다.


Even as she was dying, my mother offered me solace, her instinct to nurture overwhelming any personal fear she might have felt but kept expertly hidden. 


 그것은 엄마의 묘비명에 새겨 넣기에도 딱 알맞은 단어였다. 자애로운 엄마는 남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사람이지만 사랑스러운 엄마는 온전히 자신만의 매력을 지닌 사람이니까.


 It felt a fitting epitaph. To be a loving mother was to be known for a service, but to be a lovely mother was to possess a charm all your ow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