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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Aug 03. 2022

작별인사 - 김영하

작별 하기 싫은 아날로그. 

아날로그.


어떤 수치를 연속된 물리량으로 나타내는 일.

예를 들면 글자판에 바늘로 시간을 나타내는 시계, 수은주의 길이로 온도를 나타내는 온도계 따위가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



현대의학과 과학의 수혜를 듬뿍 받으면서도 아날로그 시대를 틈만나면 동경하는 나는

굳이 내 손이 가는 기쁨, 소통이라고도 하는, 오고 가는 연속되는 과정.필멸의 유한함과 멀어질 수 없는

그냥 인간이다. 


우리 인간 시대가 어쩐지 끝이 다가옴을 느끼는 중이었는데 김영하 작가가 그 느낌을

정말 생생하게 풀어놓았다.


큰 병원이나 공항에 가면 로보트가 돌아다니고 있어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가 하면 

키오스크가 곳곳에 생기는 통에 엄마는 혼자서 햄버거 먹으러 가기도 힘들게 되었고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잡는 세상이다 보니 역시 엄마는 혼자서는 택시 부르기도 어렵게 되었다. 

길거리에서 아무리 빈 택시에 손을 흔들어봐야 예약 손님 태우러 가는 택시들 뿐이니. 


그런 디지털을 아직 젊은 세대인 나는 꾸역꾸역 따라가고 있다. 

스마트폰은 여전히 전화 문자 카메라 정도의 기본 도구만 거의 쓰지만 최근에 카카오 뱅킹과 삼성페이란 신물물을 접했다. 정말 최근이다. 

버스를 탈 일이 많이 없어서 모바일 티머니 카드도 툭하면 (내가 느끼기에 툭하면이지 꽤 장기간 미사용으로 인한 결과) 비활성화가 되어있어 지하철 역에서 일회용 카드를 구입 한 적도 몇번 된다. 

물어 볼 역무원이 없어서 어찌나 당혹스럽던지. 그날은 내가 이상한 세상에 온 이상한 사람 같이 느껴졌다. 

아직도 나는 구글 지도보단 사람 붙잡고 물어보는 게 더 편한 사람이다. 



그렇게 인간의 손과 입이 로봇과 디지털로 대체되어 가고 있는것이 무척이나 섭섭하고 불안하던 차였다. 심지어 지난 지방선거 어느 교육감 후보의 공약은 아이들의 학력 격차를 AI튜터로  좁히겠다 였다. 아이들은 이미 똑똑하다. 우리 때 보다도 똑똑하고 세계에 내 놔도 거의 제일 똑똑하다. 다만 소통하는 법을 모를뿐. 

자기를 표현하고, 감정을 알맞게 표출하고, 다른이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해야 즐거운 사회적 동물로서의 능력이 코로나로, 아님 빈부격차로 줄어들었을 뿐인데 그걸 AI 튜터가 해결 해 줄 수 있을까. 


나는 그래서 이 고도의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틈만나면 아날로그를 동경한다. 

사람 손이 섞이고 눈이 마주치고 이야기가 오가는 사회적 동물의 세상. 

아이들은 그런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는 바람도 크다.  

내가 그랬듯, 푸른 하늘밑에서 말이다. 


7월 말 부로 인간은 올해의 탄소를 다 소비했다고 하며 이제부터는 미래 세대에게 빚을 지게 되었다고 한다. 

2050년정도의 기후로 예상했던 이상 기후가 벌써 나타났으니 

과학자들은 길어야 20년? 인간 세상의 수명을 그렇게 보기도한다고 한다. 


빨리 가려고 발전한 디지털로 인간이 정말 빨리 가게 생겼다. 


다시 작별인사.


여기선 인간형 휴머노이드 라는 것이 나온다. 

요양병원에서 인간 간병인의 일들을 대체하기 시작하여 조금더 살궂은 로봇 간병인을 원하는 부자 노인들의 바람을 담아 점점 살갑게 진화하기 시작한 로봇들은 먹고 싸고 잠자고 꿈꾸는 인간형으로 진화하게 되었다는 것이 김영하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이다. 


정말 그렇게 될 것 같아 무서웠다. 책 속에 끝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끝이라는 구절이 있었는데, 정말 이렇게 될 것 같으니 정말 그렇게 될 것 같은 무서움. 


그런데 과학자들은 인간 세상을 길어야 20년 남았다고 본다 하니 이렇게 로봇과 어우러져서라도 살아갈 수 있으면 감사한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밥 적게 속 많이 내 취향 김밥

아이들은 오늘 엄마표 김밥을 싸달라고 한다. 

엄마가 싸 주는 것이 더 맛있다는 애교도 부린다. 

김밥은 디지털의 방법이 내가 아는 한 없다. 

하나 하나 넣고 싸는 재미도 있다. 

햇반도 있고,재료도 손질 된 것들이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손으로 하나하나 김 한장에 밥을 펴고 재료를 넣고 돌돌 말아 썰어야 한다. 

가족의 기호에 맞추어 밥 양을 정하고, 냉장고 사정을 고려해서 재료를 정하고 아이들의 입 크기를 고려해 김을 절반 혹은  3분의 2정도만 사용하거나 4분의 3 정도만 사용한다. 


김밥을 싸서 먹다 보면 옛날 우리 엄마의 김밥 생각이 나기도 하고 터진 김밥을 내 입 속으로 넣으며 인간의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김밥에서 아날로그를 찾을 만큼 나는 정말 틈만 나면 아날로그를 동경하는 사람이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엄마로 특화된 휴머노이드가 방학 때 애들 밥만 좀 차려주면 좋긴 하겠네. 

로봇 청소기를 살까 말까. 

아이러니의 끝판왕. 바로 나. 


그런 의미에서 작별인사 이 책은 

슬프고, 무섭고, 아리고, 소름 돋는다. 



본문중

이 우울감도 인간에게 유익한 뭔가를 하는게 아닐까 하고요. 만약 이게 그렇게 나쁘기만 한 거라면 왜 진화과정에서 사라지지 않았냐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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