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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May 26. 2023

수제 치킨 너겟 만들기

그래도 M 너겟은 먹을거에요.

 냉동실이 비어 간다. 물만두를 한 봉지 사 두었고, 엄마가 홈쇼핑 탕수육을 사다가 나눠주었다. 시어머니는 생선을 주셨고, 애들 아빠는 아이스크림을 사다 넣는다. 나는 마트에서 치킨 너겟을 살까 말까 하다가 내려놨다. 냉동식품은 있으면 아무래도 자주 먹게 되니 되도록이면 안 사려고 한다. 그런데 시식으로 맛본 치킨 너겟은 너무 맛있다. 내적 갈등이 일어난다. 살까, 말까.


 예전에 영어 강의를 할 때에 독해 교재로 영국의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급식으로 치킨 너겟만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치킨 너겟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 이야기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M 너겟의 맛을 구현하려면 닭고기 조금, 그것도 우리가 아는 부위의 살이 아닌 어디서 남은 하급의 쪼가리 고기들에 닭껍질을 섞어 갈고, 밀가루, 기름, 조미료 등으로 반죽하여 튀기는 것이었다. 조리 과정과 요리의 재료를 알게 된 아이들이 경악했다. 그러면 이제 건강한 치킨 너겟을 만들어 보기로 한다. 우리가 아는 고기, 기름기 없는 가슴살을 갈아 밀가루 달걀로 튀김옷을 만들어 튀긴 것, 아이들은 건강하게 만든 치킨 너겟도 맛있다고 했다. 하지만 반전은, 그래서 이제 너희들 M 너겟 안 먹을 거니? 하니 아니요, 먹을 거예요. 하던 독해 자료. 나도 그때는 아가씨여서 치킨 너겟이 그렇게 만들어지는 걸 알고는 깜짝 놀랐다. 닭고기에 내가 모르는 부위가 있다니? 하급의 쪼가리 고기는 도대체 뭐야?


반찬용과 카레용. 카레용은 정말 한입크기.


엄마가 되고 나니 치킨 너겟만 한 냉동식품도 없다. 누구나 좋아하고, 잘 먹는다. 아이들의 친구들이 집에 왔을 때에, 내가 한 요리가 입맛에 맞으려나 걱정할 필요가 없고 대량으로 만들어 주기도 부담이 없다. 아빠가 밥 차려 줄 때에도 요긴하게 쓰인다. 가격도 저렴한 편인 데다 요즘엔 에어프라이어가 잘 나오니 기름에 퐁당 튀기는 것만은 못하지만 나름 기름 없이 건강하게도 먹을 수 있는 반찬이 바로 치킨 너겟이다. 자주 먹진 않아도 냉동실에 항상 있던 반찬인데 이번엔 한 번 만들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마 동네 엄마들과 아이들 성장치료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가 성 조숙증을 우려하는 이야기를 들어서 인 것 같다. 마르고 작아도 조숙증인 아이들이 많은데, 이유는 불명, 유전도 아니라 하니, 아무래도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하긴, 내가 반찬으로 인스턴트를 주지 않아도 온갖 가공식품, 초가공식품을 매일매일 먹게 되는 아이들인데 나부터 라도 인스턴트식품을 한 번 덜 줘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물론 치킨너겟 반죽을 하며 후회했지만)


인터넷으로 닭 다짐육을 찾았다. 이유식용 냉동 소량은 잘 나오는데 대량으로 생고기 다짐육은 한참만에 찾을 수 있었다. 그냥 튀겨도 부드러운 닭 안심을 다짐육으로 준비하고 나머지 준비는 마음의 준비만 하면 된다. 닭 다짐육에 다진 마늘을 비롯해 냉장고에 있는 채소들을 다져서 버터에 한번 볶아 한 김 식혀 두었다. 닭 다짐육과 섞어서 소금 간을 하고 찹쌀가루와 빵가루, 계란을 넣어 치대니 반죽이 된다. 동그랑땡 반죽이나, 함박 스테이크 반죽이나, 떡갈비 반죽이나 비슷 하지만 닭 다짐육은 가장 큰 특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무척 질다는 것. 고기 자체에 수분이 많은 건지 어쩐 건지 돼지고기나 소고기 반죽을 할 때와 비슷한 양의 가루류를 넣어 반죽을 해도 질척한 느낌이 있었다. 이래서 시판 치킨 너겟에는 닭고기 함량이 그렇게 적은가 보다 싶기도 했다. 고기 함량 60퍼센트 이상인 것을 찾기 힘든 것 같았다. (애정하던 공룡 너겟도 56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다) 도저히 밀, 계, 빵가루로 튀김옷을 입혀 튀길 자신이 없어 랩에 김밥처럼 말아서 소분하였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대로 삶아서 소시지처럼 만든 후에 밀, 계, 빵을 입혀 튀기기도 한다던데 그러자니 랩에서 환경호르몬이 너무 나올 것 같아 그냥 얼려서 보관하기로 하였다. 얼린 후에 썰어서 모양을 잡아 기름 둘러 굽기도 하고, 짤 주머니에 넣어서 한입 크기로 구워서 카레에 넣기도 하고, 피자에 재료로 사용하기도 했다. 일단 만들어 두면 휘뚜루마뚜루 사용 되는 것이 또 치킨 너겟 반죽의 장점인가 보다.


내가 만든 치킨 너겟의 맛은 물론 좋다. 핑크색의 고기가 익어 하얗게 되면 보기에도 시판 치킨 너겟처럼 보이기도 하고 식감도 부드럽고 맛있다. 채소가 다져 들어갔으니 영양가도 더 좋을 것이고, 튀기지 않고 적은 기름에 구워 낼 수 있으니 그 또한 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무엇보다 닭고기 함량이, 질 좋은 안심으로 최소 80퍼센트는 될 것 같아 단백질 반찬으로 손색이 없다. 소분해서 얼려 둔 너겟 반죽은 당분간 아주 요긴하게 먹을 것 같다.


먹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는 요리하지 않는 생식, 채식, 과일 채소식, 소식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나이인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양질의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신선식품은 비싸고, 가공식품은 저렴한 장바구니 물가에서 언제나 아이들 먹일 것을 고민한다. 먹을 것이 흔한 세상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먹어서 건강해지는 음식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먹을지, 내가 먹는 것이 어디에서 오고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자각하며 식재료에, 요리한 손에 감사한 마음으로 적당히 먹고 살기를 가르치고 싶다. 최소한 나를 건강하게 만드는 음식, 나를 아프게 만드는 음식은 구별 할 줄 알고 조금은 절제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은 엄마가 만든 너겟도 맛있게 먹어 주었다. 피카추 모양은 아니지만, 공룡 모양도 아니지만, 엄마가 만들었다고 하니 다음엔 같이 만들자고 한다. (우리 애들은 꼭 요리를 같이 하자고 한다)


여기서 그 질문이 떠오른다. 그래서, M 너겟 안 먹을 건가요?

아니요, 먹을 거예요. 거기 감자튀김하고, 너겟 하고, 셰이크에 찍어서 먹을 거예요.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은 괜찮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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