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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May 31. 2023

냉장고에 계란 80알,

이렇게 하니 금방 먹어요. 

계란이 80알이 생겼다. 코스트코에서 두 판 묶음을 사서 고이 쟁여 두었는데 시댁에서 방목 유정란을 20알을 주신 것이다. 시어머님께서는 난각번호 1번인 방목 유정란을 정기배달 시켜 드시는데 우리 집에 자주 나누어 주신다. 고기보다 계란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좋은 계란을 먹으라는 할머니의 사랑이다. 여하튼, 계란 80알, 얼른 먹어야 한다. 


사실 냉장고에 자리를 많이 차지해서 그렇지 아이들이 계란 요리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먹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다만 계란이 냉장고에 많아지면 계란 요리가 더 부드러워진다. 바로 평소에는 하지 않는 채에 거르는 작업을 하기 때문. 일단 귀찮고, 설거지거리가 많아지며 양도 줄어들기 때문에 계란이 냉장고에 80알쯤 있을 때만 계란을 풀어 채에 걸러서 부드럽게 요리한다. 


일단은 반숙 오므라이스를 만들었다. 계란을 넉넉하게 풀어 채에 거르고 생크림을 조금 더 넣었다. 식감이나 맛이 더 부드럽고 풍성해진다. 유튜브를 열심히 보며 반숙으로 스크램블을 하다가 반달 모양으로 말아 밥 위에 얹고 칼로 반을 갈라 반숙 오믈렛으로 펼쳐지도록 했다. 일식 전문점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첫 시도에 이만하면 성공이었다. 아래로는 채소가 듬뿍 들어간 볶음밥을 깔았고 위로는 계란이 넉넉히 들어간 반숙 오믈렛을 얹으니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한 한 끼 식사가 완성이다. 


계란을 채에 거르면 확실히 식감도 부드럽지만 색깔도 고와진다. 흰자가 따로 도는 구간이 없이 노란빛으로 골고루 섞이게 되는데 그래서 보기에도 훨씬 예뻐진다. 계란이 많은 김에 계란찜밥을 만들어보기로 하였다. 말 그대로 계란찜을 할 때에 밥을 섞어 넣어 같이 찌는 것이다. 찬밥 처리 용으로도 좋고 계란찜에 밥 비벼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 작은 그릇에 쪄 놓으면 아침으로 하나씩 먹기도 좋고, 라면으로 한 끼를 때우게 될 때 곁들여 먹으면 라면만 먹는 것보다는 골고루 영양소를 채울 수 있는 것도 좋다. 찬 밥을 넣어 계란찜밥을 한번 해 먹고 나서 이번엔 누룽지를 넣고 누룽지 계란찜으로 만들어보았다. 집에 있는 누룽지를 밀대로 탕탕 쳐서 입자를 좀 더 곱고 잘게 만들어 계란물에 섞어서 찜기에 찌니 고소한 누룽지 맛이 풍기는 계란찜이 완성이다. 누룽지를 곱게 쳤더니 계란찜밥보다 밥 알갱이가 덜 느껴진다. 나는 채소를 넣어 쪘는데 그냥 채소 없이 계란물과 잘게 부순 누룽지만 넣어 쪄도 좋을 것 같다. 


계란말이도 해 먹고, 계란 프라이로 계란밥도 해 먹으니 계란 80알 중에 벌써 절반 이상을 먹어 치웠다. 계란을 반숙으로 삶아 놓으면 간식으로, 아침으로, 샐러드에 곁들이기도 좋을 것이고, 완숙으로 삶아 에그 샐러드를 만들면 모닝빵에 끼워 먹기도 좋을 것이다. 신혼 때에는 30구짜리 계란 한 판도 다 먹기가 힘들어 조금 비싸도 15구 짜리나 10구짜리로 먹었는데, 아이들이 둘이나 생기고 먹는 양이 늘어나니 계란 80알도 금방이다. 아니, 점심을 학교에서 먹고 오고, 그나마 먹는 양이 적은 아이들인데도 이 정도인데 삼시세끼 집에서 먹는다면, 옛날에 점심, 저녁 도시락까지 집에서 싸서 보내던 시절에는 계란 소비가 엄청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코스트코나 트레이더스에서 계란을 두 판씩 묶음으로 사 가는 집이 이상해 보였는데 이제는 나도 그런다. 두 판 정도는 사도 금방 먹고 거기에 스무 알이 추가로 들어와도 끄떡없이 먹을 수 있다. 계란 요리는 조리법도 다양하고 맛도 좋고 영양도 좋으니, 계란 좋아하는 아이 키우는 것이 새삼 감사하다. 


계란 80알 먹기, 금방 끝을 볼 듯하다. 이렇게 나의 아줌마지수가 +1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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