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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Jun 12. 2023

초여름, 미숫가루.

추억의 그 맛. 

 동동 얼음 띄운 미숫가루의 계절이다. 사시사철 미숫가루 구하기는 어렵지 않은데 왜 꼭 여름이 되면 미숫가루를 더 찾게 되는지, 아마 얼음 동동의 그 맛 때문일 것이다. 어릴 때 먹었던 미숫가루를 기억한다. 더운 날 옥상에서 엄마가 양푼에 타온 얼음 동동 미숫가루를 국자로 떠서 컵에 덜어 주었다. 달콤하고 시원하고 든든한 맛, 참 맛있었다. 밥을 잘 안 먹었던 나였기에 미숫가루 한 컵씩 먹은 것은 건강에,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먹을 것이 많아지며, 간식거리가 지천에 널리게 되며 미숫가루는 한 풀 기가 꺾인 듯 하지만 여름이 되면, 특히 이제 더워지네, 하는 초여름이 되면 언제나 미숫가루는 돌아온다. 마트에서도 눈에 띄고 자주 가는 과일 가게에서도 좋은 재료로 만든 미숫가루라며 매대에 진열해 두었다. 초여름이니, 미숫가루 한 봉지를 집어 든다. 


 내가 미숫가루를 타면 뭔가 밸런스가 안 맞는 느낌이 있다. 엄마가 타준 단 맛과 고소한 맛, 미숫가루의 농도, 그 완벽한 조합을 나는 만들어 내기가 어려웠다. 그냥 우유나 물에 미숫가루 좀 넣고 설탕 좀 넣으면 되는 건데 그게 잘 안 된다. 그 맛이 아닌 거다. 내가 탄 미숫가루는 오각형 균형이 좀 깨진 형태이다. 피곤할 때 타면 단 맛이 극단적으로 올라가게 되고 배가 고프거나 끼니를 놓치면 매우 걸쭉하게 되어 마시기가 힘들다. 물을 더 타면 되지만 그 걸쭉한 미숫가루를 수저로 떠먹으며 허기를 때우기도 한다.  둘째가 아기 때에 나의 끼니가 한동안 미숫가루였던 적이 있는데 그때 그랬다. 나는 단걸 별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고, 신랑이 슈가 보이인데 신랑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달고도 달게 미숫가루를 타먹었다. 아마 피곤하니 나도 모르게 설탕을 쏟아부은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은 미숫가루를 먹지 않는다. 아무리 꼬셔 보아도 미숫가루의 까끌함과 텁텁함을 "이거 맛없어"로 호소하며 먹기를 거부한다. 하긴, 요즘엔 두유도 다양하고, 마실 것이며 먹을 것이 넘쳐나는데 굳이 미숫가루를 먹을 일이 있나 싶기도 한데 어릴 적 먹은 미숫가루의 추억의 맛을 공유하지 못한다는 게 조금은 아쉽다. 황금레시피를 찾아 노력도 많이 했다. 기분이 미숫가루의 맛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미숫가루의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그동안은 대충 눈대중으로, 기분대중으로 넣었던 걸 계량화 해 본 것이다. 


미숫가루 황금레시피 까진 아니지만 내 입맛, 신랑 입맛을 만족시킨 비율을 찾았다. 물 250밀리에 미숫가루 45g, 설탕 15g에 소금 한 꼬집을 넣어 잘 섞고 얼음을 한 두 개 넣어 시원하게 먹으면 딱 맛있다. 우유에 넣으면 우유 250밀리에 미숫가루 40g, 설탕 15g, 소금 한 꼬집 넣은 것이 딱 좋았다. 소금 조금이 설탕의 단맛을 더 풍부하게 만들거라 생각하며 한 꼬집 넣었다. 우유에 탈 때는 우유가 물보다는 농도가 있으니 미숫가루 양을 조금 줄이는 것이 내 입에 맛있었다. 이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주방용 계량저울까지 꺼내가며 이리저리 먹어보나 싶지만, 추억의 맛, 딱 좋은 밸런스를 위해 굳이 이렇게 까지 했다. 


배가 고플 때 마트에 가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사게 되고, 기분이 별로 일 때 쇼핑을 가면 충동구매가 많아지는 것처럼, 대충 감으로 가루를 타면 내 기분에 따라 너무 달고 진해 지니 더 이상 내 손 감을 믿을 수가 없다. 너무 달게 먹은 미숫가루는 건강에 결코 좋지 않다는 것을 안다. 혈당을 올리기도 하고, 불필요한 칼로리 섭취가 되어 살이 찔 수도 있지만 나와 우리 애들 같은 경우는 단걸 그렇게 먹으면 밥을 안 먹는 역효과가 나기도 하니 말이다. 


예쁜 잔으로 짠 하자고 꼬셔도 안 넘어오는 꼿꼿한 취향의 아이들. 

오늘의 미숫가루는 우유에 탄 미숫가루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안 먹겠지만 애들에게도 한 번 권해보려 한다. 아마 진짜 더운 날 바깥 놀이를 하고 들어와서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를 때 먹으면 꿀떡꿀떡 먹고는 엄지 척을 날릴 텐데 그럴 일이 별로 없다. 편의점이 도처에 있으니 눈에 띄면 편의점에 가자고 해서 간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나가는 편이라 그렇다. 미숫가루의 맛을 언제 알게 되려나, 미숫가루 한 잔이면 아침도 해결되고, 간식도 다른 과자에 음료를 먹는 것보다는 훨씬 건강할 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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