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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Jun 24. 2023

장마야, 부탁해

부디 무사히 지나가길.

 아이들과 계곡에 다녀왔다. 둘째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여름이면 몇 차례씩 찾는 우리 가족의 단골 계곡이다. 물도 맑고 깨끗하고 얕은 물이 졸졸 흐르는 계곡이라 아이들이 다슬기 잡고 운이 좋으면 개구리나 올챙이도 잡아 볼 수 있는 곳. 계곡 펜션의 사장님께서 큰 돌들로 중간중간 물길을 막아 주셔서 깊은 물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까지 있어서 어린아이 조금 큰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신나게 놀고 가는 계곡이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엔 손을 잡고 안고 걷느라 힘들었는데 어느새 엄마, 아빠의 도움 없이도 계곡에 내려가고, 물총에 물을 담아 놀 수 있을 만큼 자랐다.



 1년 만에 찾아간 계곡은 모습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계곡 펜션의 사장님께서 말씀하시길, 작년 수해의 영향으로 큰 돌들까지 다 떠밀려가는 바람에 계곡 모습이 많이 바뀌었는데 아직 한여름 전이라 복구를 안 하셨다고, 아이들 놀기엔 지장이 없을 것이니 맘껏 놀다 가라고 하신다. 작년 집중 호우 때에 계곡이 범람할 만큼 물이 많이 차 올랐는데 그때 깊은 물을 만들고여놓은 돌들이 다 떠내려 간 것이다. 맙소사, 몇 년을 여길 다니면서 그런 일이 없었는데 사장님께서도 15년 펜션 운영 하시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 하신다.


모습은 조금 달라졌지만, 본격 피서철 전에 찾은 계곡은 자연 그 자체였다. 돌들이 많이 없어져 걷는 대로 흙탕이 되는 구간도 있었지만, 올챙이 여러 마리와 올챙이에서 갓 개구리가 된 꼬리 달린 손가락 한 마디 만한 개구리도 볼 수 있었고, 다슬기도 잡고 물총도 놀이도 했다. 계곡물이 차가웠지만 종아리 정도까지 오는 깊이이니 그리 춥진 않았다. 아이들은 물과 평상을 왔다 갔다 하며 먹고 놀고 신이 났다.


해가 지날수록 날씨가 극단적으로 변하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40도에 육박하는 기온 혹은 바윗돌도 떠내려 갈 정도의 집중호우, 폭설이나 혹한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에도 다슬기를 잡고, 개구리와 올챙이를 구경할 수 있는 계곡이 남아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마음이 무거웠던 하루였다.


오는 길에는 블루베리 농장에 들렸다. 지나가는 길에 팻말을 본 것을 기억했다가 사장님께 전화를 드리고 방문한 곳인데, 블루베리가 아주 실하고 달고 맛있다. 가격도 마트에서 파는 가격보다 훨씬 싼데, 상품이 이렇게나 좋다니, 블루베리 나무에 아이들을 데려가서 눈으로 보고 열매를 따 먹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직접 가꾸시는 유기농 블루베리에 자부심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흙이 맞지 않아 블루베리에서 신 맛이 났는데 몇 년을 흙을 가꾸고, 돌보면서 블루베리 맛이 달라졌다고 하시니, 생명을 키우는 흙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배웠다. 나무 밑으로는 따는 시기를 놓쳐서 후드득 떨어진 열매들이 가득했다. 블루베리 나무는 처음 봤는데 나보다 키가 작은 나무라니, 거기서 이렇게 맛있는 열매를 가득 내어 놓는다는 것이 신기했다. 블루베리는 여름 과일인데 겨울에는 뭐 하시나요? 하고 여쭈니 나무 가지 치고, 흙 돌보고, 봄 되면 잡초 뽑고, 여름 되면 장마 전에 익는 대로 따기 바쁜 일이라고, 일 년 내내 하는 일이 블루베리 농사라고 하신다.  돈 생각하면 못 하신다고, 건강 생각하고 좋은 열매 맺는다는 자부심으로 하시는 일이라 하시니 따 먹는 블루베리 한 알에 수고와 노고가 느껴져 더 감사했다.



작년 수해 때 괜찮으셨냐고 여쭤보니 산사태 나서 집이 반은 부서졌고, 농장도 많이 망가졌었다고 복구하는데 힘이 많이 들었다고 하신다. 그래도 자연은 이렇게 회복을 하여 올 해도 맛있는 블루베리를 많이 내어 주었고 다음 주부터 장마가 예보되어 사장님께서는 새벽부터 블루베리 수확을 하시느라 매우 바쁘시다 했다. 물이 닿으면 터지니 장마 전에 최대한 많이 수확해야 한다고. 부디 이번 장마는, 올여름엔 큰 피해를 남기지 않고 무탈하게 한 철이 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마가 지나고 다시 찾을 계곡이 옛 모습을 다시 갖추고 있었으면 좋겠다. 블루베리 농장도 다시 찾아 맛있고 건강한 블루베리를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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