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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Aug 02. 2023

브런치 1주년 기념.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브런치 스토리 1주년이 되었다. 운이 좋게도 작가 신청에 한 번에 되어 큰 갈망도 어려움도 없이 덜컥 시작해 버렸다. 이유는 주로 일기 형식으로 사진과 SNS에 글을 썼는데 그러기엔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경우가 자꾸 생겨서였다. SNS는 짧게 굵게 끝내야 하는 곳이지 주절주절 늘어놓는 곳이 아니다. 더군다나 나는 그곳에 올릴만한 사진도, 배경도 없는 사람. 글을 쓸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네이버 블로그는 너무 어려웠다. 이것저것 꾸며야 하는데 나에게는 그런 심미적 감각이 없다. 아무리 혼자 쓰는 일기라지만 이웃들과 서로 이웃하며 소통할 자신도 없었다. 그곳은 수익을 내는 곳 같아서 나처럼 수익성 없는 사람이 들어가기엔 사진도, 배경도 변변찮고 협찬도 없는 나의 콘텐츠는 초라했다.

그러다가 브런치를 알게 되어 신청을 한 것이다. 글로 소통하는 곳. 나와 비슷한 사람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였다. 내 주위는 언제나 이런 저런 사람들로 시끄럽지만 막상 말이 통하고, 대화할 사람은 하나도 없어 외로운 기분이었는데 브런치에서 그 외로움을 달랬다. 요리에 대해 글을 쓰면 비슷한 처지의 분들의 좋아요와 댓글이 달렸고 그건 책이나 육아 이야기에도 마찬가지였다. 남편도 내가 무슨 책을 읽는지 관심이 없는데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 내가 따로 독서 모임이나 글쓰기 모임, 강좌에 나가지 않으니 책 이야기는 사실할 사람이 없어 외롭기도 입이 근질거리기도 했는데 브런치에 털어놓을 수 있어 좋았다.

가장 메인에 자주 오르고 조회수와 좋아요가 많은 것은 요리 이야기이다. 그만큼 사는데 먹는 일이 큰 이슈라는 반증일까, 아님 집밥 하는 지겨움에 대한 공감일까. 나는 소식좌이고 요리를 정말 싫어하는데 부엌칼의 노래라는 집밥 매거진의 조회수가 높은 것이 큰 역설로 느껴진다.

브런치는 수익이 없다. 많은 브런치 작가들이 출간을 꿈꾸지만 나는 출간 욕심도 사실 없다. 세상에 많고 많은 책 중에 내 글로 묶을 책까지 있을까 싶고 이런 중구난방 초라한 글로 책을 엮는다고 상상하면 종이가 아까울 만큼 부끄럽다. 다만 글을 계속 쓰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 글을 쓰기 위해 조금 더 섬세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가지려 노력한다는 점이 브런치에 글을 쓰며 내 스스로 얻는 가장 큰 수익이다. 어쩌면 별 것 없을 나의 일상에 특별함 한 스푼, 칭찬 한 꼬집, 미세하게 늘어날 글쓰기 실력이 톡톡 더 해질 테니.

나는 앞으로도 계속 쓰고 싶다. 쓰려면 혼자 쓰지 굳이 브런치에 발행하는 건 내면에 깊이 감추어진 관종기질의 발현일지 모르겠다. 기왕이면 절제되고 잘 쓴 글을 발행하고 싶다. 나에게는 독자들이 계신데, 생판 모르는 남의 글을 구독하겠다고 해주신 마음에 보답할 의무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1주년을 자축한다. 글을 읽어 주시는 독자님들께 무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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