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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Aug 07. 2023

신랑의 선물

즉석떡볶이.

최근에 신랑이 이직을 했다. 이직을 하고서는 사무실 점심시간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는지, 보통 순댓국, 해장국을 돌아가며 먹던 점심 메뉴가 무려 즉석떡볶이로 바뀐 것이 놀라웠다. 점심시간에 정장 입은 직장인들이 즉석떡볶이를 먹는 광경이 쉬이 상상이 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놈의 순댓국, 해장국에서 조금 벗어난 것 같아서 떡볶이를 먹을 정도면 메뉴의 폭이 넓어질 것 같아 내심 다행이다 생각하던 차였다.


떡볶이 좋아하는 내가 물었다. 점심에 먹은 떡볶이 맛있었냐고. 괜찮았다 답한다. 사람이 많았다 하고, 이것 저것 시켜서 나누어 먹는 분위기가 적응이 되질 않았다고 말한다. 보통 자기 거 시켜서 자기 거만 먹었는데 이것저것 가운데 놓고 나눠 먹는 것이 어색했던 모양이다. 그러면서 잇는 말, 인기가 많은 떡볶이 집인가 봐, 애플하우스 라는데?



뭐!!! 애플 하우스! 유재석도 좋아한다던 서울의 그 떡볶이 노포 애플하우스????


알아보니 최근에 가게를 이전한 모양이고, 신랑은 이직을 하여 그 근처에 일을 하게 된 것이다. 회사 직원들이 점심 메뉴로 종종 찾는 곳이라 했다. 떡볶이 좋아하는 아내의 눈빛에서 부러움과 경탄이 느껴진 모양이다. 다음 날 포장으로 사 온다. 즉석 떡볶이는 가게에서 끓여 먹어야 제맛이지만, 식구들 보다는 친구들과 먹어야 맛이지만 전설의 애플하우스 즉석 떡볶이라니, 감사히 받아 들어 다음날 끓여 먹었다.


딱 생각하는 즉석 떡볶이 맛이다. 혹평이 아닌 호평이다. 요즘 즉석 떡볶이는 너무 다양하게 변주가 많이 되어서, 중국 당면에 분모자 당면인지 하는 것도 추가로 들어가고, 기본 맛이 매워졌는데 더 맵게 조리하는 것을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을 정도이니 여차하면 즉석 떡볶이를 즐기려다 배탈이 나곤 했다. 매운맛은 더 위장을 자극하는데 양념에 푹 졸아든 중국당면류의 사리는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게 하여 떡볶이 한 번 잘 못 먹으면 며칠을 고생하는 것이 기본이다. 음식들이 왜 점점 더 매워지는지, 오래된 떡볶이 집은 찾아보기 힘들고 죄다 프랜차이즈 떡볶이집들이라 가격도 비싸고, 맛도 더 자극적이다. 사리도 라면 쫄면 사리 하나가 아닌 뭐가 낯설어져 정겹고 편안한 친구 같은 떡볶이가 아니라 직장의 긴장감, 시댁의 부담 같은 것이 느껴지던 것이 못내 아쉽던 차였다. 그런데 애플하우스 떡볶이는 내가 생각하는, 내 기준의 즉석떡볶이를 벗어나지 않았다. 매운맛 추가의 옵션 같은 것 없이 오로지 그 맛 하나의 뚝심을 이어온 주방장님께 존경의 박수를 보내드렸다. 많이 맵지 않아서 위가 아프지 않았다. 그렇다고 허여멀건하지도 않다. 빨간 떡볶이의 모양새는 언제 봐도 아름다운 자태이다.


신랑에게 꽃보다 보석보다 기분 좋은 선물이었다 말했다. 먹고 싶으면 또 얘기해, 또 사 올게. 라 말해주는 그. 더운 여름에 검은 봉지 들고 지하철 타기 귀찮을 텐데 나 먹인다고 포장의 귀찮음을 마다하지 않아 주어 고맙다. 기분 좋았던 한 끼, 아이들과 함께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리를 듬뿍 추가하면 더 맛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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