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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Aug 05. 2023

보통 사람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내 나라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를 기도한다.

 내 나라 대한민국이 맞나 싶을 만큼 흉흉한 날들의 연속이다. 묻지 마 살인, 흉기 난동이라니. 치안이 안 좋다는 어느 외국이나 영화에서나 있을법한 일이 내 나라, 내가 아는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터졌을 때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 아이들과 집안에 갇히다시피 머물러야 하는 것 이상으로 슬펐던 것이 사회적 동물인 우리 사람들이 서로를 경계하고,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고 그것들에 대한 슬픔에서 조금 벗어나니 이런 일들이 생긴다. 사람이 무섭고, 아이들의 보호자인 나는 경계경보가 더욱 올라간다.


박완서 님의 에세이를 읽고 있다. <집 없는 아이들>, 과 <보통 사람>이라는 짧은 수필 두 편이 마음을 울린다. 집 없는 아이들은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애잔함을 그린 글일 거라 예상했는데, 건물로서의 집이 아니라 따뜻함을 품은 가정, House 가 아닌  Home이 부재인 아이들, 마땅히 배워야 할 자유와 구속이 있고, 가장 사랑하고 사랑 주는 부모가 없는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써낸 글이었다. 아마 박완서 할머니는 요즘 할머니들 보다도 더 꼬장꼬장하고 기준이 높으며 예의범절과 근검절약에 더 엄격하신 분이셨을 것이다. 그 할머니의 눈에는 요즘 청소년들은 태반이 집 없는 아이들로 비쳤다. 때는 아마 90년대로 추정된다.


<보통 사람>이라는 글도 비슷한 맥락이다. 박완서 님이 생각하는 보통 사람, 사윗감으로 적당한 사람은 그냥 보통 사람이면 된다는 대답이 얼마나 큰 사치였는지를 반성하는 글이다. <어쩌면 보통 사람이란 어떤 집단을 대표하고 싶어 하는 가공의 숫자일 뿐 실지로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보통 사람에서 보통의 의미를 점점 확장시킨다. 나중엔 보통 사람이란 머리에 뿔만 안 달렸으면 된다는 예의 유머와 통찰로 글이 마무리된다.


S초등학교의 사건도 그렇고, 주호민 아들 사건도 그렇고, 칼부림 사건도 그렇고 보통 사람이라면, 보통 사람들이 살고 있는 보통의 사회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마구 일어나는 요즘이다. 마치 꾹꾹 담겼던 분노가 봉인 해제 된 것 같기도 하고, 차곡차곡 줄 서있던 사건들이 줄이 너무 길어지니 맨 앞에서부터 하나씩 하나씩 튕겨져 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바늘구멍이 하나 생긴 커다란 분노의 풍선처럼 이리저리 펄럭이며 어디로 어떻게 날아갈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 같기도 하다. 풍선에 바람이 빠지면 아이들은 깔깔거리고 재밌어하기라도 하는데 요즘의 뉴스는 클릭하기가 겁날 정도이다. 언제 어디서부터, 무엇이, 어떻게, 왜 잘못된 것일까, 대규모 집회 현장이 아닌 내가 돌아다니던 지하철 역에서 방패로 무장한 경찰을 보게 될 줄 상상도 못 했다.


그래서 그런지 <집 없는 아이들>과 <보통 사람> 이란 제목, 그리고 그 내용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내 새끼 돌보느라, 아니면 나만 먹고 사느라 다른 아이들이 집이 없어지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았던 것 아닐까. 그 집 없는 아이들이 나와 우리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공동체의 한 구성원이라고 생각하면 그러면 안 됐을 일이다. 보통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보통이란 말의 의미, 상식이란 말의 常자와 통한 다고 생각한다. 항상 통하는 생각,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통하는 생각이 상식일진대 그 보통과 상식이 조금씩 범위를 벗어나고 있을 때 우리 모두는 경계하고 돌보아야 했다. 집 없는 아이들이 보통의 범위를 너무 벗어나지 않도록, 일부는 국가의 몫이고 일부는 개인의 몫이었을진대 그것을 놓쳐버린 느낌이다.


박완서 님이 생존해 계셨다면 작금의 사태에 대해 어떤 글을 쓰셨을까 생각해 본다. 보통 사람을 사윗감으로 기대하면서, 엄마가 글 쓴다고 살림도 제대로 돌보지 않는 우리 집은 보통인가 생각하며 반성하셨던 분, 아마 요즘의 슬픈 사건들이 본인의 잘못이라도 되는 양 슬퍼하고 비통해하지 않으셨을까.


내 나라 대한민국, 다른 것은 몰라도 치안 하나는 끝내주게 좋다고 자부하던 곳인데 이 푹푹 찌는 폭염에 경찰들에게 방패를 두르게 한 나라가 된 것이 너무나도 슬프고 안타깝다. 코로나의 영향일까, 양극화의 영향일까, 인공지능 사회로 나아가는 과도기에, 사람 간의 소통 부재의 부작용일까, 생각이 많아진다.


누가 나에게 보통 사람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까. 박완서 님의 마지막 줄은 머리에 뿔만 안 달리면 보통 사람이라고 했지만, 나는 칼과 같은 흉기를 소지하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해코지하지 않으면 보통 사람이라 하겠다. 혹 훌륭한 사람이 누구일까 물어보면 위인전을 읊는 것이 아니라 악성 민원을 넣지 않고 다른, 익명이 아니어도 내가 아는 다른 이가 봐도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대답해야 할까. 요즘의 대한민국은 내가 사랑하는 내 나라 대한민국 같지가 않다. 비싼 약이 필요한 큰 병이 아니라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면 낫는 면역 질환을 앓고 있는 것 같다. 잘 쉬고 충분한 손길과 돌봄을 받아 이 코로나보다도 더 이상한 상황에서 얼른 툭툭 털고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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