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민 선생님

"영어"가 아닌 교감과 소통의 경험이 되도록

by 멋쟁이 한제

많은 학부모님들께서 아이들의 영어 학원으로 대형 어학원을 선택하시는 이유는 아마 원어민 선생님의 수업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이 영어권 외국인과 부담 없이 만나고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기특하고 뿌듯한 일이다. 상대적으로 문법 위주의 딱딱한 영어 수업을 받아온 부모 세대라서 아이들에게만큼은 그런 경험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고 본인이 영어권 유학이나 어학연수 경험이 있다 보니 아이들이 영어 수업을 경험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시는 경우도 있다. 학부모님들은 이런저런 다양한 이유로 자녀를 어학원에 등록하신다.


원어민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일했던 학원들에서 했던 경험이니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내가 경험한 원어민 선생님들은 대부분 20대 중반, 많아야 후반 정도의 젊은 선생님들이 주류를 이룬다. 본국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경험이 있을 수도 있으나 보육, 교육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경우도 종종 있다. 젊은 시절 아시아에서 좋은 인생 경험을 하기 위해 일종의 워킹 홀리데이 개념으로 오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다. 모국어로 영어를 쓰는 것과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아주 다른 일인데 경험치가 적은 외국인 선생님들께서는 학습 진도와 과제, 난이도를 어떻게 어림해야 하는 지도 어려워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통의 경우 학원에서 참관 수업을 시키고, 시범 강의를 시키며 수업 하는 법을 가르치지만 외국인이라고 무조건 한국인보다 영어를 잘 가르치는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영어로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과제를 어떻게 얼만큼 내주어야 하고, 틀린 영어를 어떻게 고쳐줘야 하는지 미국사람에게 한국인인 내가 가르쳐 주고 있을 때도 많으니, 조금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원어민 선생님들께서 는 한두 달 정도 정신없는 적응기간을 거치면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진도에 맞게 수업을 꾸려나갈 수 있을 정도의 감은 찾으시니 너무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된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감당하기 힘들어하다가도 어느 순간 정이 들어 헤어질 땐 눈물 바람을 하고, 칼퇴근의 아이콘이던 사람들이 초과 근무를 마다하지 않으며 숙제 관리를 해 주시기도 하는 걸 보면 가르치는 일과 배우는 일에 들어가는 교감의 힘이 엄청나다는 것이 느껴진다.


학원의 커리큘럼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독해, 어휘, 문법등의 생각만 해도 지끈지끈한 것들은 대부분 한국인 선생님의 몫이고 원어민 선생님은 말하기와 듣기 같은, 아이들 생각에 조금 여유로운 수업을 맡으시다 보니 한국인 선생님 시간엔 각 잡고 공부하던 아이들도 원어민 선생님 시간에는 조금 풀어지는 일이 자주 있다. 원어민 선생님을 너무 편하게 생각해서 앉는 자세부터 달라진다던지, 주변 친구들과 떠든다든지 하는 일이 있는지 꼼꼼히 살피는 것도 한국인 선생님의 몫이다. 한국인 선생님의 숙제는 다 해오는 아이들이 원어민 선생님의 숙제는 한 번도 안 해오는 경우도 허다하고, 심한 경우에는 무례한 행동, (거울 보며 화장하기, 친구와 한국말로 떠들기)를 일삼는 학생들도 있으니, 그럴 때마다 한국인 선생님은 주름이 하나, 흰머리가 하나씩 는다.


또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원어민 선생님의 한국 체류 기간이 늘어날수록 서툰 영어를 알아듣는 실력도 쭉쭉 늘어난다는 점이다. 선생님이 찰떡같이 잘 알아들으시니 아이들은 스피킹에 자신이 붙어 선생님과 많이 말을 한다고 하여 부모님들께서 학원을 더욱 신뢰하시고 만족하시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가끔씩 너무나 서툰 영어, Teacher! this! No! 정도의 문장을 말해도 원어민 선생님께서 문맥상으로 다 알아들어버리니, 어떤 아이들은 고학년이 다 되도록 스피킹의 정확성과 유창성이 영 늘지 않는다. 그래서 교무실 한쪽에서는 아이들을 불러다가 한국인 선생님들이 따로 불러다가 연습을 더 시키기도 하고 잔소리를 늘어 놓는 재밌는 광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학부모님께서는 아이들에게 원어민 선생님께도 예의를 갖추도록 조금 더 신경 써 주시면 좋을 것 같다. 물론 학원에서도 한국인 선생님들이 케어하시지만 아이가 어리다면 선생님께 무조건 가서 안기거나 신기하다고 만져보는 행동은 하지 않도록, 또 뚱뚱하다, 못생겼다와 같이 한국어로 하지 않는 말들은 영어로도 직접 말하지 않는 것을 조금 더 알려주시고, 아이가 조금 크다면 원어민 선생님의 숙제도 잘하는지, 수업 시간에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더 신경 써 주시면 원어민 선생님이 수업에서 더 큰 효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큰 아이도 원어민 선생님의 수업을 듣는다. 아직 어리고 아들이다 보니 필통에 연필이나 책이 제대로 없는 날이 자주 있어 가끔 가방을 뒤지고 필통을 열어보는데 연필 좀 챙기라고 잔소리를 하면서 원어민 선생님 시간에 연필이나 책이 없으면 Teacher, I didn' bring my book (or) pencil.이라고 하면 된다 하니, 엄마 그냥 노 펜슬, 아니면 북 노!! 하면 되던데? 라고 해서 문장 말하기를 연습해야 하는데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냐며 등짝을 한 대 맞았다. 하지만 아이가 원어민 앞에서 얼어붙지 않는 것만 해도 참 기특하고 뿌듯하다. 그런데 기왕이면, FULL SENTENCE!! 이것은 선생님의, 자식 둔 엄마의 욕심일까. 내가 어린 시절 경험하지 못했던 원어민 선생님의 수업, 한국어가 아닌 말로도 소통할 수 있고, 영어가 서툴러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하는 것,사람과 소통하고 사귀는데에 언어도 중요하지만, 언어 그 너머의 것, 예의와 교감, 공감이라는 것, 내가 영어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어로 할 말이 있도록 속을 채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것, 그것이 첫째 목표이니 더 이상 잔소리는 말아야지.


여하튼, 우리 학원의 원어민 선생님들은 오늘도 열일 중이시다. 눈이 빠지게 아이들의 서툰 글씨로 된 영어인듯 영어아닌 아닌 영어같은 영어를 해독하신다. 초반엔 아이들 앞인데도 너무 긴장하여 뻣뻣하게 얼어붙어 있던, 딱딱하고 어색하기 그지없던 수업도 자연스럽고 재미있어지고, 아이들이 여간 말썽만 아니라면 헤어짐이 아쉽고 슬픈 한국의 정情 도 탑재 중이다. 나는 직장 동료로서 원어민 선생님들이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본국에 가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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