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플레인 이야기
쿵 짝짝 신나는 왈츠를 위하여
아이가 학원에 잘 다니려면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와 선생님, 선생님과 학부모, 그리고 학부모와 아이, 이렇게 삼박자가 조화로워야 학습적으로 정서적으로 효율이 높고 안정적이다. 아이와 선생님은 말할 것도 없이 잘 맞아야 한다. 아이가 무난하여 어느 선생님을 만나도 잘 따르는 아이이고 선생님도 두루두루 어느 성향의 아이도 잘 케어해 주실 수 있는 분이시면 가장 좋다. 아무리 좋은 기관의 훌륭한 커리큘럼이라도 선생님과 아이가 맞지 않으면 공부를 잘할 수 없게 된다. 선생님과 학부모도 잘 맞아야 한다. 학부모는 선생님을 신뢰해야 하고 선생님은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열정적이고 꼼꼼하게 아이의 학습을 책임져야 한다.
당연히 아이와 학부모도 마음이 잘 맞아야 한다.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는 관계로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학원을 선택하고 다녀야 한다. 초등학교 까지는 이 부분에서 큰 문제가 있는 경우는 많이 없는데 초등 고학년에서 중등으로 넘어가면서 아이와 학부모도 쿵짝이 맞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엄마는 영어 학원을 다니라고 학원에 아이를 집어넣는데, 아이의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다던지, 아이는 피아노나 미술을 취미로 더 다니고 싶은데 학부모의 허락을 얻지 못하여 다니지 못하는 경우, 내가 중간에서 이번 시험이 끝나면 영어를 한 달 쉬더라도 하고 싶은 예체능을 한 번 시켜 주시고 다시 영어 학원으로 돌아오게 해 주시라고 중재한 경우도 있으니 사춘기 아이들의 학원 보내기도 만만치 않은 듯 보인다.
다소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선생님과 학부모가 맞지 않아 학원을 그만두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는 학원을 잘 다니는데 학부모가 왠지 모를 이유로 선생님을 맘에 들어하지 않거나, 선생님이 무슨 이유에선지 학부모가 불편한 경우, 이런 경우에도 아이는 안정적으로 공부를 할 수 없다.
이 삼박자 안에서 가장 약한 박자는 아마 선생님일 거라고 생각한다. 학생 고객, 엄마 고객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비 효율적인 서비스업이라고 자조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장단 맞추기가 쉽지가 않고 점점 더 어려워지는 기분이다. 아이가 어리면 어린 대로, 아이도 잘 케어해야 하고 상담도 잘해야 하며, 아이가 크면 큰 대로 아이랑도 잘 지내야 하고 때로는 둘 사이의 중재자 역할도 해야 하며, 영어를 끝냈다며 학원을 그만두지 않도록 신경도 써야 하니 영어를 가르치는 일 외에도 학원선생님은 바쁘고 또 바쁘다.
교무실에 앉아있으면 컴플레인 전화를 많이 받는다. 원어민 선생님이 자질이 있는 사람 맞느냐는 확인 전화부터, 셔틀버스에 왜 우리 애를 맨 뒤에 앉히느냐는 항의 전화, 숙제가 많다, 숙제가 적다 하는 전화, 아이를 데리러 학원에 와서 씨씨티비를 한참 들여다보며 선생님의 수업 방식, 다른 친구들의 수업 태도 등을 지적하는 일은 아주 작은 일에 불과하다.
하루는 한 한국인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주시며 이번주 금요일까지 해야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해야 된다는 말꼬리를 가지고 전화가 왔다. 그렇게 명령조로 얘기하셔서 우리 애가 상처를 받은 것 같다고 그런 말투는 피해 달라하신다. 일단 죄송하다고, (뭐가?) 알겠다고 하고 (뭐를?) 끊으신 후에 머리를 싸매며 고민을 시작하신다. 해야 되는 걸 해야 된다고 말을 하지 말라하면 어떡해야 하는지 우리 모두가 같이 고민을 했다. 해 줄 수 있겠니?라고 부탁을 해야 하나? 하는 게 어떻겠니? 하고 의견을 물어야 하나? 그러다가 그냥 영어 학원이니까 영어로 말하기로 하였다. have to 나 should 써서 말하고 그래도 컴플레인이 오면 그냥 우쥬플리즈 라고 하자고, 그러면서 그 아이는 아마 우리 학원에 오래 다니지 못할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해야 하는 걸 해야 된다고 말하지 못하면 애들은 안 할 확률이 큰데 그러면 실력이 늘지 않을 것이고 실력이 눈에 띄게 늘지 않는다며 컴플레인을 하고 학원을 그만둘 것이 눈에 훤히 보였던 것이다.
또 몇 달을 학원을 잘 다닌 학생의 어머님께서 전화를 하셔서는 레슨플랜이 이상하다고 하신 경우도 있다. 영어 일기 첨삭받은 것을 다시 쓰는 숙제가 금요일마다 나가고 있는데 항상 나가는 루틴이라 숙제 책의 페이지 번호 대신에 그냥 다시 쓰기 (Writing Homework - Rewrite)라고만 쓴 것이 화근이었다. 영어 일기 다시 쓰기라고 레슨플랜을 제대로 써야지 이렇게 대충 쓰는 것이 어디 있냐는 전화였는데, 새로 온 친구도 아니고 몇 달간 같은 레슨플랜으로 숙제도 잘해 오던 아이였는데 엄마가 그렇게 전화를 하시고 화를 내시며 선생님 참 이상하시다고, 지금 제가 못 할 말 하는 건가요?라고 말씀하시는데 컴플레인이 인에 박힌 우리들이야 죄송합니다, 다음 주부터 더 신경 써서 레슨플랜을 내 보내겠습니다.라고 하면 그만이지만 학원을 잘 다니고 있던 그 아이 역시 이 학원을 오래 다니진 못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엄마가 선생님과 이렇게 불미스러운 일이 있으면 사사건건, 모든 것이 불만으로 느껴져 조만간에 학원을 옮기게 되는 일이 흔하다. 대부분 이 전 학원에서도, 옮겨갈 다음 학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는 바, 이 집의 아이는 항상 이런 식으로 학원을 다니고 그만두게 되니 조금 안타까웠다.
요즘엔 학원에서 왜 마스크를 안 주냐는 컴플레인 전화도 있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아이들도 상시 여분까지 넉넉히 가지고 다녔지만 이제는 같은 반에 독감이 돌아도 마스크를 안 쓰는 안 가지고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 학원에서는 굳이 멀쩡해 보이는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우진 않는데 요즘 같은 때에 왜 마스크를 안 씌우냐는 전화를 받고 마스크를 씌워 준 적도 있다. 물론 아이는 마스크를 씌우자마자 벗어버렸고, 집에 가기 전에 다시 씌웠지만 쓰고 들어갔는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걸려오는 컴플레인들이 갈수록 디테일해지고 사소로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아이와 선생님, 학부모의 삼박자가 잘 맞춰지지가 그만큼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 안에서 가장 힘들 사람은 바로 아이인데 다른 문제도 아니고 어른들의 문제로 아이들이 이리저리 휘둘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학원 선생님일 때의 나는 최대한 꼼꼼하고 세심하게 모든 아이들을 케어하고 챙기려고 노력한다. 동시에 아이들의 엄마도 같이 신경 쓴다. 그 중간을 맞추느라 아슬아슬하게 줄 타기를 하고 있다.
내 아이를 학교와 유치원, 학원에 보내는 학부모로서의 나는 최대한 선생님께 아이들을 맡기는 편이다. 우리 아이들은 둘이서 축구교실과 미술학원에 다니고 있고, 큰 아이가 독서논술과 영어 학원을 더 다니고 있는데 결제할 때만 잠깐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큰 문제 있으면 전화주시라는 말 외에는 선생님께 수업 지도와 생활지도를 최대한 잘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린다. 내가 학원 강사이다 보니 별 말 안 하는 엄마, 별 말 안 하는 엄마의 아이가 제일 편하고 예쁘다는 걸 알아서 그런 것 같다.
우리 아이는 그냥 무난하게 누구를 만나도 큰 불만 없이 잘 다니는 아이였으면 좋겠다. 혹자는 예민하고, 불만이 있고, 문제제기를 할 수 있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한다. 그것이 똑똑한 것이고 그렇게 아이를 가르쳐야한다고. 하지만 모든 것이 상식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어야 함을, 사회에는 상호 간에 지켜야 할 약속과 예의가 있음을 더 먼저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 과정에서 조금의 손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세상은 원래 내 맘대로 되지 않은것도 알아야하는 법. 나의 육아관이 그렇다.
학원에 보내는 학부모님들께서 학원 생활을 잘하기 위한 삼박자를 항상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삼박자가 쿵짝짝 쿵짝짝 신나는 왈츠가 될 수록 아이들의 학습효율도 올라가고, 엄마도, 아이도, 선생님도 행복해 진다는 것을, 그래서 '이득'인 사람은 우리 아이일 것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