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부터 중학생까지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백 퍼센트는 아니지만 이 아이가 자라서 누구처럼 되겠구나, 이 아이는 고학년이 될수록 잘하겠구나, 아니면 고학년이 되면 성취도가 생각보다 높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반대로 이 아이는 어릴 때 누구 같았겠구나, 어릴 때 이렇게 공부했고 학부모님은 어떤 분들이겠구나 하는 것이 느낌이 올 때가 있다. 옆 자리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봐도, 아니면 현직 교사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봐도 대동소이한 내용들이라 천천히 정리해서 공유해보려고 한다.
1. 밥을 잘 먹어요.
유치부 아이들을 가르치기 전에는 반신반의했던 내용인데 어린아이들을 만나니 명확히 진실임을 알게 되었다. 사람은 배가 고프면 활동성이 떨어지고 짜증이 쉽게 나고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가장 가까이 나만 봐도 배가 고프면 더 쉽게 화가 나는 사람인데 왜 이 간단한 이치를 반신반의했는지 모르겠다. 아침을 먹고 온 아이들은 오전 간식이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이 나와도 큰 지장이 없다. 바나나를 싫어해서 안 먹고, 팥 빵을 먹지 않고, 떡을 안 좋아하고, 아이들의 취향은 각양각색인데 모든 아이들의 입맛을 고려할 수 없다. 나도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며 유치원에 가면 오전간식을 먹을 테니 아침식사 챙겨주는 부담이 조금 덜 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안 먹는 아이가 생각보다 많을 줄 알았으면 아침식사를 더 잘 챙겨줄걸, 하는 후회가 들 정도이다. 활동량이 많은 아이라면, 식사가 부실할 경우 더 집중이 어렵다. 점심 급식도 마찬가지이다. 편식 없이 골고루 정량을 잘 먹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맨밥만 먹는 아이, 국물만 먹는 아이, 반찬 몇 개만 먹다 마는 아이가 많은데 억지로 먹게 할 수가 없으니 안타까워도 더 먹으라고 몇 번 말로만 얘기할 뿐이다. 우연인진 모르겠지만 내가 맡은 아이들 중 가장 밥을 잘 먹는 아이 (많이가 아니라 골고루, 남기지않고 정량 모두)는 영어 유치부에서도 똘똘한 우등생에 속하는데 생활면에서도 먹을 때많이 흘리지도 않고, 빵봉지도 빨대 비닐도 잘 뜯고 옷을 옷걸이에 거는것도 잘한다.학습적으로도 집중력도 좋고, 성취도도 높다. 식사 예절도, 수업태도도 원어민 시간에 적극성도 좋다. 더 우연인진 모르지만 색칠도 잘하고 체육활동도 잘하고 종이접기도 잘한다. 상대적으로 산만하고 아직도 학습과 적응을 힘들어하는 아이도 있는데 그 아이도 배부르게 잘 먹은 날은 기분이 좋아보이고 수업참여도가 쑥 올라가는것을 보면 우연만은 아닐것이다. 좋은 재료로 정성껏 조리된 음식을 먹은 잘 아이들은 오후 활동 역시 활기차다. 반대의 아이들은 오후 시간에도 짜증이 쉽게 나니 집중력이 좋을 수가 없다. 비단 내가 일하는 유치부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밥을 잘 먹는 것, 생각보다 무척 중요한 문제이고, 가장 기본적인 문제이며, 기관에서 보다 가정에서 더 선행되어야 할 교육임이 명확해졌다.
2. 잠을 잘 자고 와요.
집중력이 좋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생활 패턴이 굉장히 규칙적이라는 것이 보인다. 적어도 몇 시에는 잠자리에 들고 몇 시간 이상 잘 자고 등원을 한다. 생활이 불규칙한 아이들도 많다. 여러 가지 이유로 밤늦게 자거나, 너무 일찍 잠들어서 새벽에 일어나서 이미 한 판 놀고 온 경우, 오전 활동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유치부이니 아프거나 피곤한 아이들을 위해 잠자리가 준비되어 있는데 너무 아이가 피곤해하고 활동이 어려우면 한숨 재우기도 한다. 반짝 잠을 자고 고속 충전을 하고 교실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깨워보려 하면 울며 짜증을 내어 몇 시간을 내리 자는 경우도 있다. 한참 활동하고 학습해야 할 시간이 아까울 따름이다. 또, 이렇게 잔 낮잠으로 밤 잠 시간이 늦어져 내일도 피곤해하는 악순환이 될 수도 있으니 재우는 것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장 졸려하는 아이는 재울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만큼 수업에 빠지게 된다. 어린아이들에게 수업이고 진도가 뭐가 그리 중요한가라고 반문 할 수도 있지만 학습에 주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영어 유치부라 이렇게 한 번, 두 번씩 쌓이다 놓치는 것들, 습관화되어 공백이 크다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같은 반 친구들과 내년에 같은 레벨에 올라가기 힘들어지면, 아이도, 엄마도, 친구들도, 선생님도 모두가 곤란하다. 잠을 잘 자고 오는 것, 기관에서, 학원에서, 학교에서 할 수 있을까? 이것 역시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3. 해설지를 충분히 활용해요.
조금 큰 아이들에 해당하는 내용인데 아이들이 주입식으로 교육을 많이 받고 학원에서, 또는 과외로 다 도와주는 식의 학습을 하다 보니 의외로 해설지나 단원 시작 할 때 나오는 요점 정리 부분을 볼 줄 모르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 문제를 틀리거나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스스로 방법을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고 선생님께 바로 묻고는 답을 듣고 가서 동그라미 표시를 한다. "안다"와 "맞았다"를 구별하지 않는 것이다. 고급 문법 수업까지 들었는데 기본 영작이 안 되는 친구들이 있었다. 문제집을 보니 모두 동그라미 표시인데 이건 어떻게 한 것이냐 물으니 선생님이 쓰는 것을 받아 적고 동그라미를 했다고 한다. 학부모님께서는, 특히 저학년이라면 아이들 문제집에 있는 동그라미에 연연하지 마시고, 이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가끔 확인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엄마는 모르겠다고 설명해 보라고 한다던지, 네가 선생님처럼 말해 보라고 하면서 물어보고 설명해 보라 하면 아이가 제대로 아는지 모르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해설지를 보고 자기가 틀린 부분을 짚어 낼 수 있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답을 보고 베낄 위험성 때문에 해설지를 압수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답 체크를 할 때에는 해설지를 보고 먼저 스스로 정답을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잘하는 아이들의 질문은 해설지까지 충분히 정독한 후에 이루어진다. 질문의 내용도 구체적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그냥 모르겠다로 일관하며 답을 찾기에 연연할 때가 많다. 해설지를 보는 법, 전문가가 집필한 자세하고 친절한 풀이과정을 읽어 보는 연습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4. 검토하고 제출해요.
중등 내신 대비를 하다 보면 문제를 엄청 많이 풀어야 한다. 아이들의 채점이 선생님의 몫이 되는 것인데 내신 대비에 큰 문제가 없는 아이들의 특징이 문제집을 선생님께 제출하기 전에 처음부터 다시 검토를 하는 것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라 깜짝 놀랐다. 겨우겨우 풀어서 내기도 벅찰 텐데, 다시 1번으로 돌아가 차분히 다시 풀고 제출한다. 검토하는 과정에서 몰랐던 부분을 다시 체크하기도 하고 앞에 문제와 뒤에 문제를 비교해 가며 자연스럽게 스스로 틀린 부분을 고치기도 한다. 채점 결과는 대부분 오답이 거의 없다. 새삼스럽게 다가온 모습이라 초등학생인 우리 아들에게도 채점하기 전에 검토 좀 해 보라고 했더니 그냥 한 번 쓱 보고 만다. 지금은 비록 그냥 한 번 쓱 보는 것이라도 문제를 풀었으면 제출하기 전에 한 번 더 검토하도록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틀린 문제를 스스로 발견할 수도 있고 문제 속에 답이 있다고, 정말 문제 안에서 몰랐던 답을 찾아 고치는 경우도 있으니.
이번 글의 제목을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라고 표현하기가 굉장히 미안했다. 세상은 공부가 다가 아니고 공부를 잘한다고 세상을 잘 사는 것이 분명히 아니라는 것을 아는데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라고 따로 지칭하는 것이 조금 찔리는 상황이다. 공부를 잘 하는것도 음악, 체육, 미술같은 타고나는 재능이 필요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생활 태도와 학습 습관을 바로 잡아 줄 수 있다면 공부로 악명 높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기왕 해야 하는 공부를 조금이라도 더 수월하게, 효율성 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써 본 글이니 부족하더라도 너그럽게 읽어 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