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경 유튜브의 구독자이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그의 노래, 수다, 요리 모두의 팬이 되었다. 가끔 올라오는 요리 레시피도 즐겨본다. 물론 편집의 힘이 있겠지만 어떻게 그렇게 신나고 설레는 마음으로 오분 아니면 십분 만에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맛있게 먹고, 먹이는지, 밥 하기가 지겹고, 서글플 때 그의 영상을 보면 대리만족이 들 때가 있다. 나는 못 해도 그는 해내니, 대리만족, 더구나 그의 요리들은 어른들을 위한 레시피가 많다 보니 청양고추 송송, 레드페퍼 솔솔 들어가는 걸 보며 침을 꿀꺽 삼키기도 한다. 나는 애들 때문에 못 해 먹는 거야, 귀찮아서 안 하는 거 아니야,라고 정신승리까지 덤이다.
오랜만에 매운맛없는 요리가 올라왔다. 삼겹살 가지 볶음인데 소스가 특이했다. 된장과 케첩 섞은 양념이다. 처음에는 잉?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안 될 것도 없었다. 향이 적게 나는 미소된장에 케첩이면 케첩의 새콤 달콤한 맛에 된장이 짠맛을 더해주고 삼겹살 자체의 맛과 돼지기름을 먹은 가지의 맛이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랄까, 그걸 생각해 낸 어느 유명 셰프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창의력, 그래 바로 이런 게 창의력이지, 다 있는 걸 가지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 간장 불고기는 질리게 먹는 중, 그리고 미소 된장으로 불고기와 고기구이를 해서 맛있게 먹은 적도 있고, 고추장 불고기는 집에서는 애들이 못 먹으니 잘 안 해 먹는데 된장 케첩 양념이라니, 와, 이건 한 번 해 먹어보자. 마침 집에 구워 먹고 남은 삼겹살도 있으니 가지만 사면 된다. 토마토가 하나 필요하다는데 집에 토마토도 딱 하나 남아있었다.
한 겨울이라 가지 값이 좀 비싼 게 흠이라면 흠이랄까, 재료 준비는 간편하게 마무리되었다. 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삼겹살 굽다가 대충 썬 가지를 넣고 나오는 기름을 다 먹여가며 굽는다. 얼추 익는 것 같으면 미소된장과 케첩을 섞은 소스를 넣고 졸이듯이 굽고, 짠맛을 토마토 하나로 중화하는데 하나 남은 토마토를 숭덩숭덩 썰어 넣어 채즙이 빠지고 껍질이 스르르 벗겨질 때쯤 불을 껐다. 기름을 전혀 두르지 않았는데도 삼겹살 기름으로 모든 요리가 가능했고 토마토와 가지에서 채즙이 빠져나와 소스도 흥건하게 남았다. 짠맛은 없이 먹기에 딱 좋았고 남은 소스가 아까워 우동 사리를 볶아버렸다. 파스타도 괜찮고 라면사리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릇에 담고 파마산 치즈가루를 뿌린다. 정말 뜻밖의 연속. 이 요리의 원본 유튜브 영상이 궁금할 정도이다.
맛은 재밌었다. 케첩맛은 나는데 된장 맛은 나지 않고, 간이 느껴진다. 요리 과정을 보지 않은 신랑은 된장이 들어간 줄 전혀 몰랐을 정도, 양념 먹은 가지도 맛있고 고기야 뭐 말할 것도 없고 토마토는 어디론가 으깨져 사라져 버렸다. 아이들은 우동 사리를 가장 잘 먹는다. 새로운 양념이 어떠냐고 물으니 맛있다고 한다. 맵지 않아 먹을 수만 있다면 대부분 잘 먹어주는 엄마표 집밥이니 고마울 따름이다.
맛있고 새로운 한 끼를 잘 먹었다. 총평을 하자만 이 요리에 청양고추를 썰어 넣으면 더 맛있을 것 같았고 양념이 빨간색이라 오랫동안 못 먹은 제육볶음 생각이 더 난 것은 사실이다. 새로 나온 신상 과자를 맛본 느낌이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한 번쯤 궁금해서 사 먹어 봄직한 맛, 원래 먹던 맛인 고추장 불고기나 간장 불고기를 잊게 만들만한 맛은 아니었지만 한 번쯤 색다르게, 파스타나 면사리를 곁들여 간단하게 해 먹으면 지루한 집밥에 활력소가 되어 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