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아이들의 감기가 다시 기승이다. 콧물이 나나 싶더니 기침을 컹컹해서 병원에 갔다 온 날, 콧물 기침약만 받았는데 둘째가 열이 오른다. 아이들의 열은 아무리 겪어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유치원 선생님께 세 시간에 한 번씩 해열제 교차복용을 부탁드리며 등원을 시키고 출근을 했다. 다행히 해열제를 먹으면 열이 잡히고 생생해진다.
하원하는 아이를 마중 가니 버스에서 잠이 들었었다고, 아프긴 아프고 몸이 축나긴 했나 보다. 낮잠 생전 안 자는 아이가 깜빡 잠이 들 정도라니.
아픈 아이를 두고도 저녁 차리기가 너무 귀찮다. 저녁 뭐 먹지 하는 나의 물음에 비빔국수가 먹고 싶다는 아이, 지난번에 해준 차가운 국수, 간장 비빔국수가 또 먹고 싶단다. 국수? 반찬이 필요 없는 국수가 먹고 싶어? 오구오구 효자다.
국수를 삶아 들기름 졸졸 넣고 주먹밥 가루와 간장, 설탕 약간을 넣어 비빈다. 난 고추장과 식초 조금 넣고 싶은데 그 마저도 귀찮아 간장비빔국수를 같이 먹었다. 고기리 들기름 막국수는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 나도 시어머님이 국산 들깨로 짜서 갖다 주신 들기름을 먹는 호사를 누리는데, 그것 만으로도 이렇게 맛있는데 그 집 들기름 막국수는 얼마나 맛있기에 기다림을 감내하며 사 먹는 것인지, 멀지 않은 곳이라 한 번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면서 여태 못 가본 게 새삼 아쉬운 순간이다.
비빔국수를 먹기 좋게 담고, 먹고 남았던 계란말이를 꺼내 데우고 귤을 하나 준비 해 주니 한 끼 완성이다.
입맛 없어 안 먹으면 어쩌나 했는데 밥보다 면을 좋아하는 아이라 그런지 잘 먹어주어 다행이다.
잘 먹었으니 열도 얼른 내리고 나았으면 좋겠다. 일하느라 집에서 쉬게 하지 못하고 약 싸들려 등원시키는 마음이 좋지 않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가 기침소리에 열 체크에 밤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게 너무 피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