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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Oct 03. 2024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면에 가 보셨나요

신랑의 시간속으로

신랑에게 고향이 어디냐 물어보면 오수라고 말한다. 전라북도 오수, 오수의 개로 유명한 그곳. 고작 5,6 년 정도 학동기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낸 것이 전부건만 정지용 시인의 향수처럼 그곳을 아름답고, 절절하고, 꿈엔들 잊힐 리아 하는 고향으로 그리는 그.

이번 남도여행은 그 오수를 들려 내려가 보기로 했다. 여러 번 남도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려보자 했었으나 피곤하고 차 막혀서 그냥 지나치곤 하였으니.


오수는 정말 작은 시골마을이라 한눈에 초등학교, 성당, 교회, 시장이 보인다. 로컬 맛집이라 하던 한식뷔페에 가서 밥을 먹으니 북적이는 식당에 유일한 꼬마들에 이목이 집중된다. 전라도 음식이라 그런지 반찬들이 모두 맛깔나다. 다만 칼칼함을 담고 있어 아이들은 좋아하는 멸치국수를 먹지 못하였다.


동네 어르신들이 식사하러 오시는 곳이니 맛집 인정인가, 남이 해 주는 한식 한 상을 받으니 그냥 다 맛있는 기분이다.

밥을 먹고 동네를 한 바퀴 돌자니 신랑이 라떼 썰을 풀기 시작한다. 벌써 30년도 더 전의 일, 그 기억을 떠올리는 그의 표정에 생기가 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직장생활에 찌든 가장의 무표정도 생기 있게 만드는 힘이 있나 보다.

듣고 있자면 별 것 아닌 것들이다. 이제는 장사를 안 하는 오락실, 미미 예식장, 학교 앞 문방구, 마음대로 할 수 없어진 쥐불놀이에 대한 추억, 개를 잡던 보신탕 골목, 닭을 바로 잡아 요리해주었던 통닭집, 친구네 집이었던 갈빗집.

아이들의 소리가 더 작아졌을 초등학교의 잔디밭으로 변한 떡 벌어지는 운동장을 함께 뛰며 그는 그의 인생 속으로 나를 초대해 주었다.

오수 시골마을에 뭐 하러 가느냐고 했었는데 그의 생기를 보러 한 번쯤 갈만한 곳이었다. 음식도 맛있고 우리 동네에는 없는 커다란 운동장을 가진 학교도 있으니 남도여행, 여수 가는 길에 잠깐 들른 오수는 어린아이의 볼처럼 예쁜 핑크색이었다. 그걸로 충분한 오수.

암튼, 애들에게 더 잘 해줘야겠다. 어린시절의 기억을 뽑아내며 이리 행복해하는 신랑을보니,

아 맞다,  다 기억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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