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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Oct 09. 2022

 부엌칼의 노래- 홈베이킹, 키즈쿠킹 편을 마치며.

홈베이킹,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고래밥이다. 고래밥, 닭다리, 꼬깔콘, 양파링. 아직 매운 과자 종류는 먹지 못해서 주로 나도 먹고 자란 옛날 과자 종류를 좋아한다. 유탕과자, 짭잘한 스넥류를 좋아하는 아이들. 내가 집에서 쿠키도 굽고 빵도 구우니 우리 아이들이 엄마가 만든 간식만 좋아 한다거나, 혹시 내가 직접 만든 것과 같은 엄선된 간식만 먹인다고 생각하신다면 오산이다. 


집에서 하는 베이킹은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 팔할이다. 나머지의 절반은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하고, 그 나머지가 내가 만든 맛있는 간식을 먹기 위해 하는 것이다. 나는 집에서 베이킹을 할 때에 풍기는 냄새가 너무 좋다. 빵냄새의 구수함 이라던지 버터냄새의 황홀함 이라던지, 초코의 환상적인 냄새는 내가 배고픈 성냥팔이 소녀도 아닌데 나를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게 한다. 마치 하얀 우유 위에 뿌려지는 진한 에스프레소 샷같다. 서서히 내려오며 하얀 우유를 갈색으로 물들여 나의 몸과 마음을 맑게 깨워주는 까페라떼. 기왕이면 샷 추가. 


베이킹을 하다 보면 몸은 좀 피곤한데 기분이 무척 좋다. 호두파이가 익는 냄새에 옛날 친정집 풍경이 그대로 펼쳐지고, 머핀 굽는 냄새에는 엄마와 만들던 부활절 빵의 기억이, 나 고등학교 다닐 때 엄마가 반 친구들에게 만들어 돌렸던 그 머핀까지 떠오른다. 이제 나도 아이들과 함께 베이킹을 한 것이 2년 정도 되니 아이들과 함께 한 쿠키를 만들 때면 옛 기억에 최근의 일까지 더해져서 머릿속에 여러가지 장면들이 재생이 된다. 즐거웠던 기억들 위주로만 잘 편집한 비디오 같다. 지옥 같은 설거지나 실패한 작품들의 기억은 베이킹을 하는 동안에는 잘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


부엌칼의 노래 – 홈베이킹, 키즈쿠킹편을 마무리 한다. 뭐 우리집 오븐은 언제나처럼 계속 일할 예정이지만 시즌제로 반복되는 레파토리다 보니 하고 싶은 이야기는 거진 다 했다 싶은 생각이 든다. 나의 베이킹 이야기도 다음 메인에 여러 번 올랐다. 별 것 없는, 전문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No 계량 손 맛 홈베이커의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한 시간이었다.   


내가 이렇게 빵과 과자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재주를 갖게 해 준 우리 엄마에게 무한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툭하면 소락대기 지르는 나와의 쿠킹 시간을 즐거워 해 주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너무 고맙다. 나의 이야기들이 집에서 빵과 과자를 만들고 싶으신 분들께, 아이들과 함께 요리를 하려고 준비하시는 분들께 용기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홈베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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